[천자칼럼] CT와 MRI
살아있는 사람의 내부를 처음 사진으로 촬영한 것은 1895년 독일의 빌헬름 뢴트겐에 의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실험 중 우연히 발견한 X선이 사람을 투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부인 손을 X선으로 사진을 찍었다. 수술을 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사람의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린 순간이다. 뢴트겐은 X선 발견으로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그만큼 X선 발견은 현대 물리학에서 혁명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런던과학박물관이 얼마전 선정한 ‘지난 100년간 세계를 바꾼 10대 발명품’에서도 X선은 단연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X선의 뒤를 이은 의료영상기기는 컴퓨터단층영상촬영장치(CT)다. 인체의 내부를 평면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는 X선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이다. X선을 360도에 걸쳐 일정한 각도로 회전하면서 인체에 투사하고 처음 쏜 방사선량과 인체를 투과한 방사선량의 차이를 측정한다. 이 데이터를 영상으로 표현해 낸 것이 CT 사진이다. CT가 X선 촬영의 연장선상에서 개발된 기술이라면,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는 X선과는 전혀 다른 핵자기공명(NMR)이라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세포내 수소(H)에 강한 자기장을 걸어 되돌아오는 변화를 2~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장비다.

CT와 MRI는 작동원리가 다른 만큼 응용되는 부분도 다르다. CT는 뼈처럼 딱딱한 부위가 정확하게 촬영되며 조직 사이의 작은 질병을 찾아내기가 쉬워 소화기 간 근골격계 척추 비뇨기계 등에서 전반적으로 사용된다. 검사시간이 빨라 움직이는 장기와 응급환자에 많이 사용되고 비용도 저렴하다. 다만 방사선 노출량이 X선의 최고 100배나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응급 환자가 아니라면 여러 번 촬영해서는 곤란하다. MRI는 뇌 심장 혈관 연골 등 수소 입자가 많은 부드러운 조직이 정확하게 촬영된다. 자기장을 이용하니 방사선 노출이 없어 인체에 사실상 해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의 자세 변화 없이 다양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신체에 금속을 장착한 사람은 촬영할 수 없다는 것과 비용이 CT에 비해 5~10배나 된다는 점이 단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가 어제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MRI를 찍은 결과,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의원이 제출한 MRI 사진과 같은 것으로 나왔다. 살아있는 사람의 내부를 놓고 벌어진 한바탕 소동은 결국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일단락됐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