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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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진그룹을 타깃으로 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씨지아이(KCGI)를 시작으로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달 한진칼에 대해 경영 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시장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커지고 국내 상장사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참여는 기업가치 상승 기대를 키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가 측면에서 단기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해 11월 KCGI가 지분 9.0%를 매입하며 경영 참여를 발표한 뒤 연말까지 20.4% 올랐다.

주주행동주의 시각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은 무엇일까.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흡한 주주환원 전략과 경영진 리스크가 기업의 저평가 요인인 경우 행동주의 펀드 개입으로 이를 해소하면 그간 할인됐던 것만큼 기업가치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경영권 참여가 기업의 주주환원 전략에 영향을 미칠 만큼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으면서, 배당성향이 낮거나 토지 등 자산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기업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계열사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경복궁 옆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알짜 자산으로 꼽혔는데, KCGI 요구를 수용해 이를 연내 매각하겠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 중에서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종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3.85%에 이르지만 국민연금도 6.15%를 보유하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