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다리가 약합니다. 좌우 균형에 주의하세요. 충격이 너무 커요. 더 살살 착지해주세요.”

달리기하는 사용자의 신체 움직임을 분석한 코칭 음성이 무선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 제공된다. 머리 각도, 수직 진폭 등 달리기하며 수집된 생체 데이터는 스마트폰 앱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 웨어러블 스타트업 비플렉스가 최근 선보인 무선이어폰 ‘비플렉스 러닝 코치’는 생체 데이터 기술을 무선이어폰에 접목한, 진화한 웨어러블 기기다.
비플렉스 이어폰 꽂고 걷자…"다리 힘 약해, 착지 살살해요"
생체 데이터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생활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2015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로 출발한 스타트업 솔티드는 지난해 골프용 AI 기반 압력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인솔(신발 깔창)’을 개발했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무게중심과 체중 이동 데이터를 네 개의 센서로 감지해 분석하는 제품이다. 사용자는 전용 스마트폰 앱을 통해 운동 자세 교정과 체형 분석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방수등급 IP68(수심 2m 30분 방수) 인증을 획득할 만큼 실용성이 뛰어난 편이다.

솔티드의 스마트 인솔은 밸런스, 골프, 트레이닝, 트레드밀 등 네 종류로 출시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 인구가 늘면서 골프 제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골프 제품은 발바닥 압력 측정만으로 비거리 계산, 스윙 자세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스마트 인솔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두 등 일상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제품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첨단 생체정보 기술이 꼽힌다. 비플렉스가 만든 러닝코치의 핵심 기술은 머리 움직임만으로 사용자의 보행 습관을 측정·분석하는 바이오메크엔진 기술이다. 20가지 보행 데이터를 활용해 운동 능력 및 부상 위험성, 신체 기능 등 다양한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 이 업체는 몸의 운동·위치감각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귀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어폰에 탑재할 수 있는 초소형·저전력 바이오메크엔진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비플렉스는 2019년 일본 JVC 등 글로벌 전자제품기업의 무선이어폰에 바이오메크엔진 칩 기술을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무선이어폰 제품인 ‘비플렉스 러닝 코치’를 올해 초 선보였다.

박대인 비플렉스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보행 분석은 큰 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만 진행될 만큼 전문적이고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며 “머리 움직임만으로 보행 인자들을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삼성SDS에서 2019년 스핀오프한 의료기기 스타트업 웰리시스는 AI 기술로 심혈관질환을 진단하는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 ‘S-패치 카디오’로 국제 의학계에서 주목받았다.

S-패치 카디오는 무게 8g의 패치형 심전도측정기를 심장 부근에 붙이는 것만으로 심전도를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사용 시간은 최장 100시간으로, 기존 제품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제품은 2018년 상용화 이후 14개국의 의료·연구기관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에선 코로나19 퇴원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이 제품을 활용했다.

정보기술(IT) 시장분석 기관 IDC에 따르면 국내 웨어러블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5% 성장하면서 2025년 1515만 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IDC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는 축적된 데이터와 사용자의 실시간 생체 정보를 접목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라며 “헬스케어, 패션업계를 비롯한 연관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웨어러블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