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형 SUV를 중심으로 SUV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승용감각의 실내와 공간활용성, 고효율을 밑바탕으로 한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세단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들은 정통 SUV가 가지고 있던 그 무엇, 단단한 뼈대(프레임)가 빠져있다.

차체와 뼈대가 하나된 모노코크 방식이 세단을 벗어나 SUV의 흐름을 이루면서 프레임 SUV는 조용히 사라져갔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데다 승차감과 연료 효율이 떨어져서다. 하지만 프레임 차체만의 높은 강성을 바탕으로 한 오프로더는 이를 선호하는 일부 소비층 덕분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중 기아자동차 모하비는 국산 대형 SUV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로 꼽힌다. 물론 새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란 위기가 있었지만 뒤늦게 발현된 인기에 힘입어 최근 부활할 수 있었다. 새 엔진으로 돌아온 모하비를 시승행사를 통해 만나봤다. 구간은 일산 엠블호텔에서 파주 비룡대교 부근까지 왕복 120㎞다. 정통 SUV를 지향하는 만큼 기아차는 비포장길을 시승 코스 안에 포함시켰다.

▲디자인&상품성
8년 만에 선보인 부분변경이지만 세부적인 부품 외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질리지 않은 남성적인 디자인이 모하비의 매력 중 하나였던 만큼 굳이 바꿀 필요가 없어서다. 그래도 바뀐 것을 꼽자면 전면부의 달라진 그래픽이 눈길을 끈다.

특히 가로 바에 구멍을 뚫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랜드로버의 주요 제품에서 볼 수 있었던 요소로 강인한 인상에 한 몫 한다. 헤드램프는 그대로 두는 대신 LED 주간주행등을 안개등 위에 삽입해 새 법규를 충족시켰다. 범퍼 아래는 넓은 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해 오프로더 이미지를 강조했다.

부분변경인 만큼 2박스 형태의 측면은 거의 그대로다. 크롬으로 치장한 사이드미러와 알로이휠 디자인을 바꾼 정도가 두드러진다. SCR 방식이 적용된 만큼 요소수를 넣기 위한 연료주입구 커버도 키웠다. 간결하면서도 우람한 면 처리, 차체 색이 드러난 각 기둥은 여전하다.

후면부는 입체감을 강조한 신규 범퍼와 스키드 플레이트로 전면부와 일관성을 부여했다. 리어 램프는 면발광 방식 LED를 적용해 흐름을 겨우 따랐다.

실내는 외관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센터페시아는 세틴 크롬과 고광택 패널을 덧대 한층 젊어진 느낌이다. 운전석은 새 스티어링 휠과 4.2인치 슈퍼비전 계기판이 새 차 같은 느낌을 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유보(UVO) 2.0을 적용했다.

한층 짙어진 우드그레인과 퀼팅 처리한 나파 가죽 시트도 플래그십 제품임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조수석은 운전석에서 작동이 가능한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를 심어 편의성을 높였다.

▲성능

유로6를 충족하는 동력계 변화가 핵심이다. 3.0디젤엔진은 최고 260마력, 최대토크 57.1㎏.m를 발휘한다. 출력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토크가 1.1㎏.m 늘었다. 환경 규제를 위한 개선일 뿐 그 이상을 체감하긴 힘들다. 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도달 시간은 8.3초 정도가 걸리는 순발력을 지닌다.

무엇보다 승차감 향상이 두드러진다. 서스펜션과 쇽업소버를 재설정한 덕분이다. 안정성과 코너링 성능을 개선했지만 큰 차체 때문인지 요트를 타는 느낌은 다소 남아있다. 기아차는 앞바퀴에 유압식 리바운드 스프링을 적용해 험로나 고속주행 시 승차감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큰 덩치를 멈추는 제동력은 보다 큰 답력을 요구해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정숙성은 인상적이다. 특히 아이들링 상태에서 소음 및 진동은 최근 가솔린 직분사 엔진보다 고요하다. 속도를 올리면 커지는 풍절음은 바람을 맞는 면적과 차 크기를 고려한다면 보통의 수준이다.

고강성의 프레임 차체는 비틀림이 발생하는 오프로드에서 유감없이 그 효과를 드러냈다. 일반적인 차들이 "삐그덕" 거릴만한 상황에서 잡음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것. 미끄러운 진흙밭에서는 4륜구동 시스템과 락 디퍼렌셜(LD) 덕분에 탈출이 용이했다.

기함급 SUV인 만큼 안전품목을 대거 추가했다. 후측방 경보시스템(BSD),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전방추돌 경보시스템(FCWS), 하이빔 어시스트(HBA), 어라운드뷰 모니터링(AVM) 등을 더해 큰 차체에 어울리는 듬직한 장치들을 얻어냈다.

▲총평
4,500대의 사전계약이 말하듯 소비자들은 오래된 차였던 모하비를 기다렸다. 비록 많은 부분이 바뀌진 않았지만 다른 차에서 볼 수 없는 '대형 프레임 바디 SUV'란 제품의 특색은 모하비를 돌아오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이뤄진 상품성 개선은 당분간 모하비를 버틸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가격은 4,025만~4,680만 원(개별소비세 인하분)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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