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유럽의회가 디젤 차량의 가스 배출량 오차를 기준치의 2배 이상 허용하는 법안을 진통 끝에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폴크스바겐(VW)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새로 마련된 이 규제 강화 법안을 찬성 323, 반대 317, 기권 60의 간발의 차이로 3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환경·보건단체와 녹색당 등은 자동차업계 로비에 빌려 '반쪽 짜리' 규제가 됐다며 반발하는 반면 업계는 '지키기 쉽지 않은 기준'이라고 엄살을 떨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법안은 2017년 9월 출고 신차부터 배출가스 검사를 실험실에서뿐 아니라 실제 도로 주행 상황에서도 실시하고 질소산화물(NOx) 배출 허용치를 km당 80mg 이하로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두 검사 간 오차를 인정, 도로주행 검사 때엔 기준치의 2배가 넘는 168mg까지 허용하고 2020년부터는 이를 120mg으로 낮춘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안이 채택되자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배출물질 규제 기준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는 "새 규정은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매우 엄격한 것이어서 업계로선 큰 도전과제이지만 우리는 이를 환영하고 새 기준을 지키려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보건단체와 녹색당 등은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법안이 통과된 것에 실망한다면서 업계와 회원국 정부 당국의 산업논리와 로비에 밀려 환경과 시민 건강, 민주주의가 희생됐다고 반발했다고 유럽 전문매체 유랙티브 등은 전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지난해 VW이 실험실 내 검사 때 질소산화물 배출을 억제하는 조작장치를 설치했으며, 실제 주행 중에는 배출량이 미국 기준치보다 10∼40배 많다고 밝혀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이후 EU 집행위는 주행 중 검사제 도입, 허용기준치 80mg으로 강화, 2019년 9월까지 2년 동안 배출량 오차를 60%까지 잠정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집행위는 이 규제안은 산업에 미칠 영향과 기존 중고차 보유자의 입장 등도 고려해서 만든 '과감하면서도 현실적인 것'이라고 자평했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힘이 센 나라를 중심으로 상당수 회원국 정부가 현실적으로 지키기 불가능하고 1천200만명이 종사하는 자동차업계는 물론 유럽 경제 전체에 타격이 된다며 반대했다. 이들은 현실을 감안해 오차를 최대 330%까지 허용하고 유예기간도 더 늘릴 것을 요구, 집행위가 다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업계는 맹렬한 로비를 벌이며 환경·보건단체와 대립했으며, 원안에서 후퇴한 법안이 유럽의회 내의 관련 상임위 등을 거치는 동안에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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