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를 분석해보면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진은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이후 언론이 노조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한경DB
대법원 판례를 분석해보면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진은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 이후 언론이 노조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한경DB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해고는 그 사유에 따라 ‘징계해고’ ‘정리해고’ ‘통상해고’로 나눠 보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견해다. “직원 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구와 인원 배치를 조정함으로써 업무의 능률화를 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인의 정관에 규정된 직제규정이 개정됨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통상해고’로서 ‘정리해고’가 아니라고 할 것”(대법 91다13533)이라는 견해와 “회사 청산업무의 일환으로 직원들을 전부 해고한 것은 ‘정리해고’나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로 봄이 상당하다”(대법 2001다27975)는 견해, 또 “회사가 해고함에 있어서 고용계약상 회사를 위해 한국에서 수행하기로 했던 업무가 종료되었음을 이유로 삼은 것이라면 이는 ‘정리해고’는 아니고, ‘통상해고’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 할 것”(대법 96다22198)이라는 견해들을 보면 그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장기결근·신체장해 근로자 '통상해고' 가능
이 같은 ‘통상해고’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분석해보면 경영상 긴박한 사유나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 ‘통상해고’는 통상(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해고이고 ‘징계해고’나 ‘정리해고’는 특수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지는 해고로 이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근로기준법 제23조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는 해고를 ‘징계해고’ 쪽에 비중을 두고 그 정당성 요건으로 ‘사유의 정당성, 절차의 정당성, 권리남용이 아닐 것’의 세 요건에 의해 판단하는 기준을 대법원 판례가 확립해 놓은 바람에 해고라면 으레 ‘징계해고’를 떠올린다. 이따금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통상해고’는 용어 자체가 생소한 것이 그간의 실정이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에는 징계사유뿐만 아니라 ‘징계사유는 아니지만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도 포함되고, 해고에는 ‘징계해고’가 아니라 ‘통상해고’도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이해해야 한다.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의 주안점은 ‘근로자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 제공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게 하는 근로자의 귀책사유’를 의미한다. 이 같은 내용을 질의응답식으로 풀어본다.

▷대법원 판례에서 인정하는 ‘통상해고’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가.

위에서 본 사례들 외에 “구속기소로 인해 휴직처리된 종업원이 유죄의 제1심판결(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종업원이 장기구속에 따른 장기결근이라는 근로자 측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근로계약에 기한 기본적 의무인 근로 제공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기하여 퇴직처분을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고 한 사례(대법 92누6082)가 있다. 이어서 “퇴직처분이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돼 있지 아니하므로 그에 의한 퇴직처분을 함에 있어서 변명 기회 부여와 같은 징계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 경우의 퇴직처분은 ‘징계해고’가 아니라 ‘통상해고’임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근로자에게 (업무상재해로 인한) 신체장해가 있어 종전의 담당업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부적합하게 되었음을 이유로 한 ‘장해해고’는 정당하다”고 한 것(대법 95누15728)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장해해고’로 표현된 것은 바로 근로 제공을 약속된 대로 이행할 수 없게 된 것을 이유로 하므로 ‘통상해고’를 가리키는 것이다.

▷‘통상해고’의 사유가 있는 경우 어떤 절차를 밟아야 정당한가.

‘통상해고’는 ‘징계해고’가 아니므로 징계절차를 밟을 필요는 없다.(대법 92누6082) 그러나 “‘통상해고’도 고용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서 반드시 근로자에게 표시되어야 하고, ‘통상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대법 92다20712) 현행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의하면 반드시 ‘서면해고통지’를 해야만 해고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반해고’는 ‘통상해고’에 해당하는가. 그것은 ‘쉬운 해고’인가.

용어로만 볼 때는 고용부가 말하는 ‘일반해고’는 ‘통상해고’를 가리키는 듯하다. 그러나 굳이 용어를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쓰고 ‘저성과자 퇴출’이라는 쪽에 방점을 찍으면서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대법원 판례가 이미 확립하고 있는 ‘통상해고’와는 다른 개념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저성과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무조건 ‘퇴출’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저성과자는 원칙적으로 업무 변경이나 임금 삭감과 같은 근로조건 변경이 가장 적절한 대응방법이고, 부적응이나 훈련 및 경험 부족인 경우에는 개선 대상이며, 근로조건 변경에 동의하지 않거나 회사가 제공한 조치로 개선되지 않을 때는 ‘합의해지’를 통해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득이한 경우 ‘징계해고’나 ‘통상해고’도 가능하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은 이런 방법을 통해 저성과자들을 무난하게 관리해왔다. 고용부가 ‘일반해고 지침’을 발표하자 노동계는 ‘쉬운 해고’ 지침, 경영계는 ‘어려운 해고’ 지침이라고 반응하는 것을 보면 뭔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해고의 정당성은 사법부인 대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이번 칼럼에서 설명한 해고의 세 가지 유형에 따른 정당성 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준수하기를 바랄 뿐이다.

김광욱 < 한국실무노동법연구소장·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