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산업 'SPA 쇼크'] "SPA와 다른 길 가자"…카이아크만·커스텀멜로우, 차별화 승부
‘SPA에 없는 것 만들자.’ 국내 의류업체의 공통 화두다. 값비싼 명품이 아니라면 SPA와 차별화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 패션업체인 아비스타는 ‘카이아크만’(사진)이라는 브랜드의 야상점퍼로 대박을 쳤다. 두툼한 군용 점퍼에서 따온 독특한 디자인에 가격은 10만~30만원대로 아웃도어 패딩의 반값 이하다. 면적이 30㎡도 안 되는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은 지난달에만 5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롯데 본점 유니클로 매장(1000㎡)의 지난달 매출은 11억원이었다. 효율성 면에서는 카이아크만이 유니클로를 압도한 것이다.

김지환 아비스타 차장은 “야상점퍼 부문 점유율이 70%로 국내외 모든 브랜드 중 1위”라며 “SPA에도 아웃도어에도 없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FnC의 ‘커스텀멜로우’는 침체된 남성복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화려한 디자인의 남성복을 내세웠다. 톡톡 튀면서도 격식은 깨지 않는 ‘영 젠틀맨 룩’ 콘셉트로 20~30대뿐 아니라 40~50대까지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2009년 출시 이후 지난해 매출 600억원을 넘겼고 올해는 700억원이 목표다.

더베이직하우스의 ‘마인드브릿지’와 세정과미래의 ‘크리스크리스티’는 남성 비즈니스 캐주얼에 승부를 걸어 백화점 매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20~30대 남성을 겨냥해 디자인은 세련되게 가져가되 가격은 백화점 내 경쟁 브랜드보다 낮게 잡았다. 기업들의 복장 자율화와 맞물려 최근엔 ‘젊게 입고 싶은’ 40대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리얼컴퍼니가 ‘ASK(애스크)’의 간판을 ‘SNG(스탠더드 앤드 그라인드)’로 바꾸는 등 브랜드를 전면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윤석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중소 업체의 경쟁과 혁신이 치열해진 점은 SPA 열풍의 긍정적 측면”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