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손해율 125%…보험사 팔면 팔수록 불리
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최대 25%까지 오르는 데는 인구구조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만 81세다. 빠르게 평균 수명이 늘면서 사망률은 떨어지고 의료비 관련 지출은 커지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금도 덩달아 많아져 보험사들은 역마진을 보고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단독 상품 가입자, 체감 폭 클 듯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회계연도(4월~다음해 3월) 기준으로 2007년 93.9%에서 2008년 102%, 2009년 109.6%, 2010년 115.1%, 2011년 119.1%로 상승했다. 2012년에는 125%로 높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보험사들이 거둬들인 보험료에 비해 지급한 보험금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 사업비까지 포함하면 결국 실손의료보험을 팔면 팔수록 보험사에는 손해란 의미다.

이 같은 추세는 이달 보험개발원이 발표할 ‘참조위험률’에서도 드러날 전망이다. 참조위험률은 사망 질병 입원 등의 발생 확률을 나타내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이 전체 보험사의 통계를 활용해 산출한다. 보험사들은 참조위험률에 자기 회사의 통계를 적용해 새로운 위험률을 구한 뒤 적정 보험료를 산출한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참조위험률 조정에 맞춰 실손의료보험에 적용되는 위험률을 바꾸기 위한 내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실손의료보험을 특약으로 포함하고 있는 건강보험 등의 보험료는 약 3~4%, 단독 실손의료보험은 최대 25%까지 올릴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실손의료보험 신규 가입자는 가입 시점부터 인상된 보험료가 적용되고, 기존 가입자들은 보험료가 갱신(연령 증가 등에 따라 보험료를 다시 산출)되는 시점에 인상된 보험료가 적용된다.

특히 단독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체감하는 보험료 인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실손의료보험이 특약으로 묶여진 보장성보험 등의 월 보험료는 7만~10만원 수준이다. 3~4%의 보험료가 올라도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단독 실손의료보험의 월 보험료는 1만~2만원 수준이라 최대 25%까지 보험료가 오르면 가입자들이 체감하는 보험료 인상 부담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동부화재 가장 저렴

전문가들은 “보험료가 인상돼도 평균 수명 연장과 의료비 지출 확대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목돈이 들어가는 의료비를 충당할 수 있어서다.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 중에서는 동부화재(만 40세 남성 기준)의 보험료가 가장 싸다. 대형사 중에서는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의 보험료가 저렴한 편이고 삼성화재는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손해보험사보다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늦게 시작한 생명보험사들은 손해보험사보다 평균 10%가량 보험료가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의 특약 형태로 실손보험을 팔았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올 1월부터 다른 보장성보험과 묶어 팔지 말고 실손의료보험만 따로 파는 단독 실손의료보험을 의무적으로 판매토록 했다. 지난 3월까지 단독 실손보험은 보험사들의 홍보 부진 등으로 월 가입자가 3000명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4월부터 매달 가입자가 늘어 지난달에만 1만5000명이 새로 가입했다. 올 들어 누적 가입자 수만 10만명을 넘어섰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