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에서 중재 분야를 맡고 있는 신서영 변호사. 그는 최근 변호사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세종 창업자 신영무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딸(둘째)인 데다 법과는 거리가 있는 음대(서울대)를 나와 뒤늦게 법조계에 뛰어들었음에도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신 변호사는 올초 법원이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른 중국인 류창의 신병을 일본으로 넘기지 않기로 한 판결 현장에도 있었다. 5인으로 꾸려진 세종 변호팀에 참여해 류창의 일본 인도를 방어하는 데 일조했다. 세종 관계자는 “음악학도로 출발했지만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현지 로스쿨을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했다”며 “아버지의 후광과 무관하게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명 로펌 창업자와 ‘한솥밥’을 먹게 된 창업 2세대들이 잇따르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창업자 김인섭 변호사의 아들 김재승 변호사도 태평양에서 일한다. 1996년 판사 생활을 시작한 김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인천지법 부천지원 부장판사직을 끝으로 법복을 벗고 이곳에 합류했다. 태평양 관계자는 “회사 지분을 모두 내놓고 빈손으로 나간 아버지처럼 아들도 빈손으로 들어와 파트너들과 호흡을 맞추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은 로펌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법무법인 율촌 창업자인 우창록 대표의 며느리인 이주영 변호사가 같은 로펌에서 중재 분야를 맡고 있다. 이 변호사는 우 대표의 장남인 우재형 씨와 대학 시절부터 교제하다 2010년 결혼했다. 이후 인턴십 성적 평가, 일반 변호사 평가, 운영위원 평가 등 몇 단계의 채용 과정을 뚫고 지난해 정식 입사했다. 우재형 씨도 이달 하순 군 제대를 앞두고 있어 아버지-아들-며느리 세 사람이 한 사무실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 법무법인의 임원은 “일반 기업과 달리 로펌은 개인의 능력이 곧 회사의 명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창업자 자녀라도 능력이 안되면 입사가 어렵다”며 “다만 다른 로펌에 보내면 경쟁자가 되는 업무 특성 때문에 부모가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에 우선 지원하게 하는 경우는 많다”고 설명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