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것은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을 이끌면서 경제 성장에 기여한 공로보다는 '대우 사태'를 초래,국민경제에 끼친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회장이 작년 8월부터 약 10개월간 진행된 재판에서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외환위기를 불렀다며 대우그룹의 '정치적 사망설'을 제기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도 중형 선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분식회계 등 자신의 잘못에 대해 당시 관행이었고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며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대우 해체 책임 물어

재판부는 검찰이 김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0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8000억원의 사기대출을 지시하고 32억달러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또 대우의 정식 재무제표에는 반영하지 않은 채 영국 런던의 금융조직 BFC를 통해 회사자금 1억달러를 힐튼호텔에 투자하고 홍콩 소재의 KMC 계좌로 송금한 것에도 횡령죄가 적용됐다.

김 전 회장측은 그간 이 같은 행위가 외환위기 당시 자금 경색을 피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합리적인 구조조정과 내실 위주의 경영으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시정하기보다 분식회계 등을 통해 기업의 자산상태를 속였다"며 "이는 결국 IMF 구제금융체제와 맞물려 대우그룹 도산이라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로 인해 손해를 입은 금융기관에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대우와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덧붙였다.

○환율 변동,추징금 1조6000억원 줄어


당초 검찰의 구형보다 추징금 액수가 줄어든 것은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재산 국외도피가 행해진 시점의 환율을 기준으로 추징금을 정한 반면 재판부는 선고일 전날의 환율을 기준으로 추징금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소심으로 갈 경우 추징금 액수는 항소심 선고 시점의 환율에 따라 다시 달라지게 된다.

김 회장의 재산상황을 감안할 때 법원에서 선고된 추징금이 실제로 추징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내지 않는 데 따른 제재가 없으며 3년이 지나면 효력이 없어진다.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23조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대우의 전직 임직원들도 아직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