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연세대 제3공학관 C-040 강의실. 전기전자공학부 3.4학년생과 대학원생을 위한 3학점짜리 강좌인 'IT 기술의 혁신 및 경영'의 첫 수업이 시작됐다. 연단에 선 사람은 이 대학 교수가 아닌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김 부회장과 LG전자 주요 임원들은 'CEO 공학교육지원사업'의 하나로 이 강좌를 맡게 됐다. "최고 경영자가 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줄을 잘 선' 셈입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진다. 김 부회장은 "나 자신도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이라며 "지난 69년 LG전자에 입사해 34년째 같은 직장에 몸담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날 '6시그마와 경영철학'이란 주제로 LG전자의 경영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3시간동안 강의했다. 담당 교수인 김동구 교수는 "1백50명 정원인 수업인데 신청자가 너무 많아 어쩔수 없이 성적 순으로 학생들을 추렸다"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평점 3.5점 이상의 상위 20% 학생들"이라고 귀띔했다. 수강생인 최용호씨(전기전자공학부 석사과정)는 "LG전자의 주요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로부터 짧은 시간안에 산업현장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수강신청을 했다"며 "교수님들로 부터 배우기 어려운 부분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친 김 부회장은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사기가 떨어져 있는 공대생들에게 밝은 미래와 비전을 불어 넣어주고 싶었다"며 "기술력을 가진 인재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꼭 강조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CEO 공학교육지원사업은 산업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재단,전국경제인연합회가 손잡고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기업의 기술관련 임원들이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기업 임원과 정부 및 민간 연구소장들이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학기에는 서울대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등 5명의 CEO들이 시범 강의를 했다. 이어 2학기에는 1백12명의 CEO 및 기술담당 임원들이 참여, 33개 대학에서 70개 강좌를 맡았다. 2년째인 올 1학기에도 1백3명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전국 31개 대학에서 65개 강좌를 맡아 강의에 나선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을 비롯 이용경 KT사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사장, 노기호 LG화학 사장 등 업종별 주요 CEO들이 올해 새롭게 가세했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 서울센터의 나카무라 도미야시 소장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양대에서 강의를 맡았다. 현장감있는 강의를 내세운 CEO 강좌는 학생들로 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교과서에서 접하지 못했던 실무중심 강의가 신선했다.'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장래 진출분야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하는 기회가 됐다'…. 산업기술재단이 지난해 2학기 강의가 끝난 후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주된 반응이다. 산자부는 올해 약 13억원의 예산을 CEO 공학교육지원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강사로 참여하는 CEO에게는 월 2백만원의 강의료가 지급된다. 이 사업을 주관는 산업기술재단측도 올해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할 예정이다. CEO들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은 강의집을 펴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교육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에 각 CEO의 강의 내용을 올려 관심있는 학생들이 온라인으로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공계 출신 후배들 힘내세요.' 후배에 대한 격려와 사랑으로 '이공계 살리기'에 힘을 보태겠다는게 선배 CEO들의 하나같은 목소리다. 박해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