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문경.예천) 활동하러 경차를 타고 갔었는데 주민들이 다방 커피배달 온 차로 여깁디다." 신영국 의원(한나라당.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은 비뚤어진 자동차 문화를 역설적으로 꼬집었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중.대형차 선호현상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우리보다 잘 사는 프랑스,이탈리아의 경차보급률은 40%에 가깝고 이웃 일본도 20%에 달하는데 한국은 고작 7~8%에 불과하다"며 혀를 찼다. "경차 타는 국회의원"인 신 의원이 경차 타기에 나선 것은 2001년 9월. 에너지관리공단 국정감사 때였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입액이 1천7백억달러였는데 기름 수입비용이 20%인 3백40억달러에 달해 깜짝 놀랐어요.에너지 과소비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관용 승용차 실태부터 문제 삼았다. 7개 중앙부처 전체 관용차 1천2백55대 가운데 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1.1%에 불과하다며 말로만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는 무신경한 공무원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신 의원은 그런 이유에서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문화를 한번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에너지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자동차 소비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원인 나부터 솔선수범하자"며 경차 보급활성화를 주장했다. 타고 다니는 차의 크기로 신분을 과시하는 심리를 뜯어고치자는 생각에서였다. 당장 2천cc 중형차를 경차로 바꿨다. "13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면 경차는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지요.괜히 체면 구기는 일 아닌가 후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의지만 가지고 실천할 수 있을까 적잖은 걱정이 앞섰다. 안정성이 마음이 걸렸지만 명절때 가족을 태우고 시험해 보니 "OK". "중형차 절반 기름값이면 충분하지요.km당 80원꼴이라고 보면 맞습니다.주차하기도 아주 편하고요.중.대형차 혼자 타고 다니는 건 마치 50평짜리 아파트에 혼자 사는 것과 같은 낭비가 아닙니까." 하지만 경차에 대한 푸대접은 만만치 않았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지난해 경의선철도 복원 기공식에 국회 건설교통위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을 때 일이다. 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간 최초의 경차일 것이라는 혼자만의 자부심이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헌병이 다른 대형차들은 쉽게 통과시켜주고 유독 내 차만 애를 먹이더라구.앞유리창에 국회마크가 부착돼 있었는데 신분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세워놓고 꼬치꼬치 캐묻는데..." 그렇게 경차를 고집한지 1년6개월이나 지났다. 현재 주행거리는 6만km. 요즈음엔 지역구 활동에 "애마"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금요일밤 시외버스 타고 지역구에 내려가 무료주차장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경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난다. 덕분에 지역구 공무원들도 하나 둘 씩 경차 타기에 동참하고 있다. 애마가 서울에 없으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국회에 출퇴근한다. 청와대로 의원 부부들 초청을 받았을 때도 경복궁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자동차 역사가 긴 프랑스나 이탈리아,일본에 경차를 타는 합리적인 자동차 소비문화가 발달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이탈리아에서는 운전면허증을 따면 초기 3년동안 의무적으로 경차를 몰게 하지요.일본은 경차에 대해서만 차고지 증명제를 없앴잖습니까." 한국은 여건이 다르니 적극적인 인센티브제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차와 관련한 각종 세금을 면제하는 등 자동차소비문화가 에너지비용을 아끼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얘기다. 열렬한 경차맨이다 보니 지금 타고 있는 경차 제조업체로부터 모델제의를 받기도 했다. 경차 타기가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평소 대중식당을 이용하고,싸구려 양복입고,싸구려 구두를 신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적어도 우리나라 경차 보급률이 일본 수준만큼 올라갈 때까지는 솔선수범하렵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