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상섭 의원(한나라당) 등 국회의원 24명이 '금융감독원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골자는 정부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와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으로 나누어진 금융감독기구를 민간기관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금융감독 관련 의사결정기구로서 금감위는 유지하되, 70여명에 이르는 금감위의 상근 공무원 조직을 없애고 금감원에 사무국 역할까지도 맡기자는 내용을 담았다. ◆ 통합논의 왜 나왔나 금융감독조직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주요한 내용인데다 의원들의 발의안임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은 금융계나 관계부처의 주목을 충분히 끌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나 주장이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여러 차례 제기되면서 '또 하나의 주장' 정도로 여겨진 탓이다. 현재 금융감독 정책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감위, 금감원 등으로 나누어진 채 '법 따로, 감독.검사 따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 관련 법을 모두 쥐고 있는 재경부는 "금융 법제처로 전락해 실권이 없다"며 푸념이고, 금감위는 "법령 제.개정권이 없어 제때 업무를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내세운다. 금감원도 "감독.검사 전문기관이지만 자율기능이 없다"고 불만이다. 여기에 최근 국회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예금보험공사에 제한적이나마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권을 허용했고, 한국은행도 금감원과 공동검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금융회사들의 "시어머니가 몇인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 중구난방 개편안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난 99년 출범한 금감위-금감원 체제가 4년도 못돼 재편논의의 도마위에 오른 건 이런 배경에서다. 개편방안은 여러 갈래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상근 공무원의 사무국)를 묶어 금융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에 관한한 법과 규정을 한데 장악하는 효율적인 행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을 묶어 집행기관인 '금융청'으로 바꾸자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금감위 중심으로 관련 기능을 모아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법령 제정권이 있는 큰 위원회로 만들자는 안도 있다. 이밖에 금감위 금감원을 묶되 '공적 민간기구'로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행정개편 방향이 가닥을 잡지 못한 상태여서, 이들 다양한 금융감독기구 개편방안은 아직 어느 쪽도 '대세'를 장악하지는 못한 단계다. ◆ 새 정부 조직개편 대상 0순위 하지만 어떤 방식이 됐건 내년 2월 출범할 새 정부에서 현 재경부-금감위-금감원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월 12개 경제부처, 금감원, 한은 직원 3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손대야 할 정부부문'으로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기획예산처 등 금융.거시정책 부문(4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지난달 한경이 1백50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한 같은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52.5%가 똑같은 대답을 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