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기름을 적게 쓰고 배기가스가 적게 나오는 차를 만들 수 있을까.그러면서 원가도 낮춰야 하는데..." 2002 파리모터쇼의 기술적인 특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낮추고 줄이기"다. 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의 각 출품 업체 부스에는 3리터의 휘발유로 1백km를 달릴 수 있다는 "3리터카"와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저공해 차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개발비용을 합리적으로 줄이기 위해 메이커간 서로 플랫폼을 공용한 모델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이런 경향은 이미 지난 2000년 대회 때부터 시작된 것. 그러나 각 업체들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노력과 각오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첫 번째가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중동에 전운이 감돌면서 국제 원유 값이 다락같이 치솟고 있는 시점이어서 관람객들의 관심은 높기만 하다. 독일 폭스바겐이 내놓은 루포3L은 기름 1리터로 33km나 달린다.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직접 분사 디젤 엔진을 썼다. 이 회사는 한 술 더 떠서 1리터의 기름으로 1백km를 달릴 수 있다는 총알 모양의 새로운 컨셉트 카를 내놓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물론 이 차는 양산 계획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의 컨셉트 카이지만 연료효율을 높이려는 자동차 업계의 노력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미니카 스마트CDI는 1리터의 기름으로 29.4km를 달린다. 두 번째 특징은 배기가스를 줄여 환경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다. 물론 이같은 노력은 연료효율을 높이려는 노력과도 맞물린다. 이번 대회에는 특히 휘발유와 대체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카가 붐을 이루고 있다. 물론 배기가스 대신 물만을 배출해내는 연료전지차들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시트로엥이 개발한 C3는 1.4리터급 디젤엔진을 사용하는데 리터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1백10g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까지 1백40g 수준으로 낮추도록 규정해놓은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충족시키고도 남는 수준이다. 푸조의 컨셉트 카 H2O는 더 기막히다. 이 차는 일반 승용차가 아니라 연료전지로 구동하는 환경친화형 화재진압차량.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만큼 산소가 희박한 화재현장에서 주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소화용 물을 생산할 수도 있다. 자체의 산소탱크로 탑승자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도 있다. 르노는 이번에 하이브리드 카 캉구미니밴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자회사인 일본 닛산과 공동으로 개발한 연료전지를 탑재했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카 인사이트는 1리터의 연료로 35km를 달린다. 양산차인 시빅도 하이브리드 버전을 만들어 1리터의 휘발유로 29.5km를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 특징은 개발비 절감을 위한 업체간 플랫폼 공유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 GM의 입실론과 사브 9-3,오펠 시그넘은 같은 플랫폼을 쓴다. 마쓰다 2시리즈는 포드 피에스타를 베이스로 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가지 파생차를 만드는 것도 합리적인 개발비 절감 노력이다. 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은 벡트라로 시그넘이라는 차를 만들었고 코르사는 메리바라는 차로 다시 태어났다. 폭스바겐도 소형차 골프를 베이스로 한 투어란이라는 차를 선보였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