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광고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경쟁 브랜드를 직접 거론하는가 하면 자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을 나란히 등장시켜 경쟁사를 깎아내리기 위해 "적과의 동침"까지 불사하는 광고도 나왔다. 그동안 경쟁사 이니셜이나 제품명을 연상시키는 카피로 특장점과 약점을 은연중에 드러내온 간접 비교광고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최근 선보인 두산의 "산"소주 인쇄 광고는 얼핏 보면 어느 회사 광고인지 헷갈릴 정도다. 영화배우 장동건이 오른손엔 "산"소주를,왼손엔 진로의 "참이슬"을 들고 나온다. "오늘은 어떤 소주가 좋을까?"라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뒤 "산뜻한 아침을 위해서"등의 카피를 이용,부드러운 맛을 표방한 "산"소주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광고를 제작한 오리콤은 "경쟁사 제품을 광고에 그대로 노출시킨 광고로 상당히 파격적"이라며 "비방 섞인 카피 대신 소비자의 선택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공감을 얻어 보자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업계에도 직설적인 비교광고가 주목받고 있다. 통화품질 서비스 개선 노력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LG텔레콤은 최근 자사의 019를 "SK텔레콤 011과 비교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인쇄 광고로 1등 사업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G텔레콤은 소비자들이 한달동안 두 회사의 서비스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광고를 통해 1만명의 통화품질평가단을 모집하고 있다. SK텔레콤에 가입한 중.고 대학생 1만여명으로 "통화품질 평가단"을 모집해 최신형 컬러폰은 제공하고 6월24일부터 7월24일까지 019를 무료로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최근까지 기지국과 소형중계기 확충에 3천억원을 투자한 만큼 어떤 회사와 통화품질을 비교해도 좋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비교광고가 전무했던 금융권에서는 업종을 뛰어 넘는 비교광고가 등장했다. 은행 증권사 투신사 보험사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자산획득 전쟁(Asset Gathering War)"에서 삼성증권이 은행을 향해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 삼성증권은 오케스트라 연주회장에서 혼자 졸고 있는 탤런드 강석우를 "은행"만 고집하는 고객에 비유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은행과는 다른 길,삼성증권에는 있습니다"라는 카피는 다분히 직설이어서 은행권 광고 담당자들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학습지 시장에서는 웅진닷컴이 인터넷 학습지 "셈셈아이"를 런칭하면서 선두 기업인 "구몬"과 "눈높이"를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웅진닷컴은 광고에서 "구몬,눈높이는 괜찮은 연산중심 학습지입니다.하지만 연산학습에 2만7천원은 조금 아깝습니다"라는 카피로 선두 브랜드에 시비를 걸고 있다. 광고업계에서는 최근의 비교광고가 비방전에서 벗어나 정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비방전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해가 될게 없다는 것이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문달주 소장은 "정보를 중시하는 이성적 합리적 소비자들에게 비교광고는 광고가 아닌 또 하나의 정보"라며 "정보 제공 차원에서 이뤄지는 비교광고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며 그 수위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