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권이 책이 발간되면 그중 아홉은 초판으로 일생을 마무리한다. 찍어낸 책의 절반도 팔리지 않는 책이 수두룩하다. 푸대접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팔린 책의 절반은 읽히지 않은 채 서가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읽힌 책의 절반은 이해되지 못하며,그나마 이해한 사람의 절반은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6%의 책 만이 팔리고 읽히고 이해되고,그것도 제대로 이해되는 과정을 온전하게 통과한다는 얘기다. 광고에 이 법칙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사정은 다르지 않다. 50%의 광고 만이 광고홍수 속에서 주의(attention)를 끌고 다시 그 절반인 25%만 흥미(interest)를 끌고 12% 만이 제품을 사용해 보고 싶은 욕구(desire)를 불러 일으키고 6%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기억(memory)시키고 3%의 광고만이 구매하는 행동(action)으로 이끈다. 최후의 생존자는 3%! 오늘 볼 광고는 3%의 생존경쟁을 뚫기 위해 독자의 눈길을 사로 잡고 손길을 돌리고 발길을 옮기게 하는 독특한 방법을 예시한다. 단 한마디 문구도 없이 덩그라니 놓여 있는 한마리의 바퀴벌레와 왼쪽 상단의 뒤집혀진 제품과 손.무슨 얘길까? 자,지금 신문을 읽고 계신 당신도 이 광고를 처음 보았을 여느 브라질 사람처럼 신문을 1백80도 돌려보라. 제품과 손이 제대로 놓여지는 순간 발랑 뒤집힌 바퀴벌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 놀라워라-살충제에 손만 갖다 댔는데도 뒤집혀 죽는 바퀴벌레여. 평면적인 지면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품의 사용 결과를 보여준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 재치는 단발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문을 1백80도 돌리는 능동적인 행동을 유도한 그 힘은 독자를 원격조정하듯 매장으로 이끌 것이다. 광고가 무엇보다 "행동(action)"의 경제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광고의 경제학 점수는 매우 후하게 매겨져야 할 듯하다. < 표문송 대홍기획 카피라이터(차장) dalnorae@daeho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