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적설량이 얼마나 되나요?" 24일 오전 기상청과 각 언론사에는 '눈'에 관한 문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질문의 요지는 서울지역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느냐는 것. 특히 서울의 경우 아침 출근길에 소담스런 눈발이 날리면서 문의전화가 급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날씨를 놓고 기업들이 다양한 날씨 마케팅을 펼쳐 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올해 유독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역에는 오전 8∼10시에 세차례의 눈이 내렸지만 기온이 높아 적설량은 '0'을 기록했다. ◇풍성했던 '눈 마케팅'=LG텔레콤은 24일 서울지역에 눈이 1㎝ 이상 내릴 경우 고객 1백명에게 1백만원씩 총 1억원을 지급키로 하고 미리 동부화재에 1천3백만원짜리 보험을 들었다. KT(한국통신) 역시 서울지역 적설량이 2.4㎝ 이상을 기록하면 1만명에게 5만원씩 모두 5억원을 주겠다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해왔었다. 물론 5천만원을 주고 현대해상에 보험을 들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밖에 나래항공여행사 두산테크팩 베스트홀딩스 엠비즈네트워크 등도 각종 경품과 현금을 내걸고 고객 관심 끌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손익계산서=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무산되자 갖가지 경품을 준비했던 업체들은 아쉬운 표정.어차피 보험료를 낸 마당에 눈이 와야 고객들에게 선심도 쓰고 더불어 홍보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24일 아침에 눈이 제법 오는 것 같아 상당히 기대했는데 조금 내리다 그쳐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의 경우 적설량이 3㎝를 기록했다는 것을 감안해 잘 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허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만약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렸다면 보험사들은 얼마만큼의 손해를 입었을까. 현대해상 관계자는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다시 대한재보험에 보험을 들기 때문에 위험의 90% 이상을 회피할 수 있다"며 "눈이 내렸더라도 큰 손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날씨 관련 금융컨설팅사인 웨더머니의 안상욱 사장은 "날씨 관련 보험의 경우 대부분의 국내 보험사들은 10∼20%의 위험만 떠안게 된다"며 "이들 보험사가 재보험을 드는 대한재보험 등 재보험회사도 외국계 보험사에 다시 보험을 들기 때문에 큰 손해는 보지 않는 구조로 금융상품이 짜여진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