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웨더의 날씨 컨설턴트인 박흥록(30)씨. 그는 지난해 가을 고객사인 화승에 르까프 겨울파카 생산을 늘릴 것을 권했다. 겨울 추위가 예년보다 길어질 것이란 예측에 따라 늦겨울 파카수요가 늘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측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지난 2월 다른 업체들은 '땡처리'로 미리 재고를 털어냈기 때문에 팔 물건이 없어 발을 굴렀지만 르까프는 뒷전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날씨 마케팅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면서 날씨 컨설턴트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날씨 마케팅이란 말 그대로 날씨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온도나 습도변화 등에 따라 매장 진열을 달리하는 LG유통이나 기상정보를 공사 일정 등에 접목시켜 온 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LG유통은 기상정보를 활용한 직후 하루 매출이 종전에 비해 15% 가량 늘었으며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의 경우 날씨 마케팅으로 인해 연간 7억원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날씨 관련 금융상품을 파는 웨더머니의 이호영(32) 과장. 그는 요즘 때 아니게 강원도의 스키장을 자주 찾는다. 올 동계시즌에 대비,스키장의 날씨 위험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상고온이나 폭설로 매출이 감소할 경우 손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국내에선 날씨 마케팅이 도입단계에 있는 만큼 날씨 컨설턴트는 적지만 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아서디리틀(ADL) 한국지사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억대 연봉을 받던 홍대순(32)씨가 최근 날씨 컨설턴트로 변신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의 지난해 날씨시장 규모는 80억달러였지만 향후 2년내에 전력·가스 시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 3천억달러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제 날씨 마케팅은 기업경영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KBS 기상캐스터인 조석준씨도 지난해 이 시장을 보고 날씨 마케팅 업계에 뛰어든 경우. 그는 현재 KBS에서 방송활동을 계속하는 한편 날씨 콘텐츠를 제작해 케이블TV 등에 공급하는 웨더프리의 대표로도 활동중이다. 이런 이유로 날씨 컨설턴트는 신세대에게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웨더뉴스의 허선영(26)씨는 작년 7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를 떠나 날씨 컨설턴트의 길로 들어섰다. 웨더뉴스의 수석 기상 컨설턴트인 전성준(33)씨는 "날씨는 더 이상 재해만 몰고오는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활용하기 따라서는 높은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