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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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서 남편과 아버지가 된다는 건 종종 일자리를 잃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자와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서 점점 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난 그게 두렵지 않습니다."
송중기가 영화 '화란'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 중국 매체 시나 웨이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송중기는 출산을 앞둔 아내를 포함한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와 비교하면 결혼,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뒤늦게 해당 인터뷰 내용이 국내에도 알려져 논란이 됐다.

몇몇 네티즌들은 송중기의 발언에 반박하며 "진짜 송중기가 이혼, 열애, 출산으로 경력과 수입에 타격이 있었는지 알아보자"면서 그의 출연료에 관심이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A급 남성 배우가 S급 여성 배우보다 훨씬 많은 출연료를 받는 현실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송중기에게 도둑맞은 경력단절'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송중기는 2019년 9월 출연 중이던 tvN '아스달 연대기'가 방영되던 시기에 이혼 소식을 전했고, 그런데도 영화 '승리호', tvN '빈센조'까지 연이어 출연했다. 지난해엔 JTBC '재벌집 막내아들'로 큰 사랑을 받았고, 영화 '화란'과 '보고타', '로기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 초 방송된 tvN '프리한 닥터'에서는 "송중기가 '빈센조' 때는 회당 2억원 정도 받았고, '재벌집 막내아들'은 회당 '3억원+α'였다"며 "인지도가 더해지면서 송중기의 몸값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빈센조'부터 지난 2년간 광고 수익까지 포함해 약 92억원 정도를 벌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전했다.

송중기의 출연료는 방송가에서도 높은 편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회당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여성 배우는 특S급으로 분류되는 소수에 불과하다.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여성 배우가 경력과 인지도가 높더라도 출연료를 따져보면 후배 남성 배우보다 낮은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매니지먼트사에서도 "몸값이 올라가는 속도나 이후 수입을 생각하면 될성부른 남자 신인을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 출산에 대한 타격도 적지 않다. 최근 오랜만에 복귀한 유명 여성 배우는 4년 전 인기를 끌었던 작품에 캐스팅이 됐지만, 임신 사실을 알게 돼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김희애는 지난 4월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결혼과 출산으로 가져야 했던 7년의 공백기를 언급하며 "일이라는 건 생활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고, 박하선은 2020년 11월 공개된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서 "열애설 나고 2년, 결혼 임신 육아로 2년을 쉬었다"며 "유부남인 배우가 미혼하고만 작품을 하겠다고 하는 분들 때문에 더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카카오TV '톡이나 할까' 영상 캡처
/사진=카카오TV '톡이나 할까' 영상 캡처
남녀 배우들의 출연료 격차나 경력 단절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미국 버라이어티가 공개한 할리우드 배우 출연료 1위는 '탑건:매버릭'에 출연한 톰 크루즈로 1억달러(한화 약 1300억원)이었다.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톰 크루즈가 가져가는 수입은 이보다 더 많았다.

2위는 '이멘시스페이션'에 출연한 윌 스미스로 3500만달러(한화 455억원), 3위는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3000만달러(한화 390억원)이었다.

반면 여성 배우 중 1위인 '노 하드 필링즈' 제니퍼 로렌스, '바비' 마고 로비는 1250만달러(한화 162억원)로 톰 크루즈의 9분의 1,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샤론 스톤은 지난 3월 미국 뉴욕 우먼 인 필름 & 텔레비전이 주최하는 제43회 뮤즈 어워즈 오찬에 1992년 개봉한 '원초적 본능' 출연 당시 "내 출연료는 50만달러(한화 6억원)이었는데, 마이클 더글러스는 1400만달러(한화 182억원)를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제작 관계자는 "편성이나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스타 남자 배우의 존재감이 절대적인 편"이라며 "광고 판매나 해외 판매 등에도 여성 배우보다는 남성 배우들의 기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출연료 격차 이유를 설명했다.

신작 준비를 위해 남자 주인공 캐스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한 연출자는 "여자 배우가 먼저 캐스팅돼 있더라도 결국은 남자 배우가 결정돼야 판이 굴러간다"며 "투자나 제작 규모를 결정하는 건 남자 배우"라며 몸값이 높아도 편성이나 마케팅을 위해 남자 배우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