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인간과 생활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짓기 쉽도록 얼굴 근육이 늑대와 다르게 진화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활짝 웃는 토이푸들. /사진=한경DB
개들은 인간과 생활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짓기 쉽도록 얼굴 근육이 늑대와 다르게 진화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활짝 웃는 토이푸들. /사진=한경DB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지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국제 공동 실험에서 확인됐다.

21일 미국 스탠퍼드대 니컬러스 콜스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Many Smiles Collaboration)은 과학 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서 "웃는 표정을 짓는 것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강력한 증거를 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소를 짓는 것이 주는 행복감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강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결과는 감정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표정이 그 사람의 감정 경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안면 피드백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은 심리학 연구에서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이와 관련 콜스 박사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9개국 3878명이 웃음 근육을 활성화하는 3가지 방식으로 웃음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대규모 국제 공동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펜을 입에 무는 방식으로, 한 그룹은 웃는 배우 사진을 보고 따라 하는 방법으로, 나머지 한 그룹은 입꼬리를 귀 쪽으로 당기고 얼굴 근육으로 뺨을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웃는 표정을 짓게 했다.

실험 목적을 숨기기 위해 각 그룹의 절반에게는 강아지, 고양이, 불꽃놀이 등 유쾌한 사진을 보며 육체적 임무 또는 수학 문제 풀기 임무를 하게 했고, 절반은 빈 화면을 보며 같은 임무를 수행하게 한 다음 각자 느끼는 행복감 수준을 평가했다.

실험 결과, 웃는 사진을 흉내 낸 참가자들과 얼굴 근육을 이용해 웃는 표정을 지은 참가자들의 행복감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반면, 펜을 입에 문 참가자들은 행복감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펜을 입에 물 때 치아로 펜을 악물면서 실제 웃을 때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이 사용되는데, 이것이 교란 요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두 그룹의 실험 결과는 웃는 표정이 행복감을 높여준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감정이 근육 운동이나 다른 신체적 감각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콜스 박사는 "감정을 너무 자주 느끼다 보니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잊고 산다"면서 "이 연구는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 정보를 준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