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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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유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우유의 소비자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근 제시한 가격결정제도 개편안을 생산자들이 거부하자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생산자 중심으로 구성돼 제도 개선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체계를 개편하려 한다"며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 지정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침은 원유 가격결정 구조를 시장원리와 연동되도록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차관은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현행 원유 가격결정 구조를 용도별로 규모와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로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L당 1100원으로 고정돼있는 우유 원료 가격을 가공용에 한해 900원 선으로 낮추고 정부가 일부 차액을 보조하는 방식의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제안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유가격연동제가 물가와 생산비가 오름에 따라 인상되는 구조라 수요 측면을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 개편을 추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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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 연동제'는 우유 공급이 부족하던 시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지금의 형태는 2013년 갖춰졌다. 하지만 음용유 수요가 감소하는데도 생산비에 따라 원윳값이 올라가면서 유제품 수입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수입 치즈 대비 국산 가공용 원유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우유 자급률이 현재 48%에서 5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자 단체는 이에 대해 정부가 가격을 낮춰 낙농가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자 단체들은 원유를 증산할 여력이 없고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를 보장할 수도 없다며 결국 농가 소득이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낙농진흥회를 통해 가격결정구조 개편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생산자 단체의 반대로 낙농진흥회 이사회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공공기관 지정 검토는 이같은 교착상태를 풀고, 정부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로 파악되고 있다.

낙농가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낙농진흥회 개편은 농가의 교섭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정부안이 시행될 경우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