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까지만해도 한국 딸기 농가에서 키우는 품종은 육보와 장희였다. 맛이 우수하고, 저장성이 높은 품종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들 품종은 일본에서 개발한 것이었다. 일본 품종 점유율은 그해 85.9%에 달했다.

하지만 그해 충남 논산 딸기재배시험장에서 그해 ‘설향’ 품종을 새롭게 개발하면서 시장 주도권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지난해 기준 국산 품종 점유율은 96%를 훌쩍 넘겼다. 일본 품종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 기술로 개발된 18개 품종이 국내외를 누비고 있다.

국산 점유율 10배 넘게 증가

3일 농촌진흥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숫자로 보는 한국딸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품종 보급률은 96.3%로 집계됐다. 1년 전 96.0%에서 소폭 증가했다. 십수년 전인 2005년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당시 일본 품종 위주이던 국내 딸기 농가의 국산 품종 점유율은 9.2%였다. 설향 보급 이후 2010년 60%를 처음 넘었고, 2015년 90%를 돌파했다.

생산액은 1조2270억원에 이른다. 전체 채소류 생산액(11조2000억원)의 10.9%를 차지한다. 금액 기준 점유율이 가장 높다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딸기 재배 면적은 5683ha로 조사됐다. 과거엔 주로 땅에서 재배(토양재배)됐지만 지금은 수경 재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딸기 수출량은 4823톤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5374만7000달러다. 2005년 440만6000달러에서 12배 증가했다. 주요 수출국은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히자 대한항공 등과 협업해 딸기 전용기를 띄웠을 정도로 해외에서의 인기가 높다. 현재도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매주 딸기 전용기가 뜨고 있다.

설향? 금실·죽향·매향도 있어요

한국 딸기의 대부분은 설향 품종이다. 2005년 개발돼 일본 품종을 몰아낸 주역이다. 지난해 84.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설향을 개량하거나, 새롭게 개발한 품종도 나와 다양한 맛과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금실 품종 딸기
금실 품종 딸기
품종 점유율 2위는 금실 품종이다. 경남 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품종이다. 품종 점유율은 4.1%로 집계됐다. 당도는 11.4브릭스 정도이며, 중대형 열매가 잘 열린다. 열매가 단단해 내수와 수출용으로 모두 활용될 수 있는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출되는 딸기 중에선 비중이 49.2%로 가장 많다.

3위는 담양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개발한 '죽향'이다. 국내 생산 딸기 중 2.8%를 차지한다. 죽향 품종은 당도가 12.8브릭스로 높은 편에 속한다. 4위는 유통성이 좋아 수출용으로 주로 판매되는 '매향'(2.5%)이 차지하고 있다. 과실이 큰 킹스베리(1.0%)도 주요 생산 품종으로 꼽힌다.
매향 품종 딸기
매향 품종 딸기
이 외에도 당도와 경도가 우수한 대왕품종, 크기가 크고, 수량성이 우수한 아리향품종 등도 재배되고 있다.

일본산 딸기는 어떻게 됐을까? 2005년 33.2%의 점유율을 기록한 장희 품종은 여전히 재배되고 있다. 점유율은 3.6%로 품종별 순위에서 설향과 금실에 이은 3위다. 하지만 전국 딸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52.7%)할 정도로 널리 재배되던 육보 품종은 이제는 거의 재배되지 않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