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임산부는 임신한 임부와 아이를 낳은 산부를 의미하는 말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임신 중 면역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각종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맞아야 하지만 임신 중 태아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백신 접종 자체를 꺼리는 여성도 많다. 임신 중 도움이 되는 백신과 영양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임신부 건강관리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독감, 백일해 백신 접종 권고

임신부들에게 권장하는 백신이 있다. 독감 백신과 백일해 백신이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최근 임신부 백신 접종관련 전문가 회의를 열고 이들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임신부가 백신을 접종하는 목적은 두가지다. 임신부가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고 태아의 감염도 예방할 수 있다.

독감 백신은 임신부가 독감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처음 국가독감 백신 예방접종사업 대상에 임신부가 포함됐지만 접종률은 33.3%로 비교적 낮았다. 어린이 접종률(76.6%),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률(83.3%)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임신 중 독감 백신 접종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임신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독감 백신을 맞은 임신부는 독감 관련 급성 호흡기 감염 위험이 50% 줄었다. 독감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40% 내려갔다. 임신 중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도 전달된다. 백신을 맞지 못하는 생후 6개월 미만 신생아는 엄마를 통해 독감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백일해, 디프테리아, 파상풍 등 3가지 질환을 예방하는 Tdap 백신도 임신부가 맞아야 한다. 이 백신은 태아에게 항체를 만들어줘 신생아가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 크다. ‘백일의 기침’으로 불리는 백일해는 12세 이하 발병률이 높다. 영유아 10대 사망원인에 꼽힐 정도로 치명적 질환이다. 신생아는 생후 3개월까지 기간이 백일해에 가장 위험한 시기다. 하지만 Tdap 백신은 생후 2·4·6개월에 맞기 때문에 이 시기 면역력을 키우기 어렵다.

편승연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백일해 항체 농도는 예방주사를 맞은 직후에 가장 높고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는 양은 주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백일해 주사는 예방 접종을 하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임신 27~36주 사이에 접종하면 태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신할 때마다 접종해야 한다. 임신 중 Tdap 백신을 맞으면 신생아 백일해 예방효과가 69~91%에 이른다.

○생백신은 접종 삼가야

독성을 줄인 살아있는 병원체를 활용하는 생백신은 임신 중 맞지 않는 것이 좋다. 태아에게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 생백신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이다. 임신부와 태아에게 치명적이다. 감염되면 선천성 기형 위험이 높아진다.

임신기간 중 MMR 백신은 접종하지 말아야 한다. 임신 준비 단계에 홍역이나 풍진 항체 여부를 확인한 뒤 항체가 없다면 임신 전 미리 맞고 4주 이상 피임해야 한다.

수두 백신도 임신중엔 피해야 한다. 임신 전 맞았다면 3개월 넘게 피임하는 것이 좋다. 임신부가 수두 환자와 접촉했다면 약독화 수두 생백신 대신 수두바이러스 특정 항체 주사를 맞아야 한다. 편 교수는 "인유두바이러스(HPV) 백신은 임신 중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출산 후로 접종을 미루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결핵과 대상포진 백신도 임신 중에는 맞지 않는 것이 좋다.

○엽산 철분은 권장, 종합비타민은 주의

임신부는 엽산과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임신 12주까지 엽산을 먹으면 신경관결손증 관련 태아 합병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전에 신경관결손증이 있는 태아를 임신했던 여성이라면 임신 3개월 전부터 임신 12주까지 4mg의 고용량 엽산을 먹어야 한다.

철분은 산모의 혈액량 증가와 태아 뇌발달에 중요하다. 하루 권장량은 30mg이지만 빈혈수치가 높다면 최대 120mg까지 복용할 수 있다. 위장장애로 철분제 복용 어렵다면 의사와 상의해 정맥철분제 등을 맞는 것도 좋다.

오메가3에 대한 관심도 높다. 조산을 줄이고 신생아 뇌 발달에 좋다고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의사들은 균형 잡힌 식단 만으로도 충분한 양의 오메가3을 섭취할 수 있다고 했다. 식물성 오메가3은 태아발육에 필요한 형태로 변환되지 않기 때문에 임신 중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비타민 D와 칼슘도 균형 잡힌 식단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모든 임신부에게 비타민D 검사를 하는 것은 아직 의학적 유효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편 교수는 "비타민 A는 필수 비타민이지만 많은 양을 복용하면 태아 선천기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종합비타민을 함께 섭취하면 용량 과다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만성질환 임신부 약물섭취 주의

계획임신이 적은 국내서는 임신 사실을 모르고 약을 먹은 뒤 기형아 출산에 대해 걱정하는 여성이 많다. 만성질환을 앓는 여성 중 상당수는 임신을 이유로 약물 복용을 자의적으로 중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임신 중 복용하는 모든 약이 태아 기형발생 위험을 심각하게 높이는 것은 아니다. 태아의 기형발생 위험률은 3~5% 정도다. 임신 14주 이후에는 약으로 인한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임신부에게 고열이 나면 태아 신경관이 손상되는 등 기형이 생기고 조산할 위험도 높아진다. 의사 처방에 맞춰 해열제를 복용해야 한다. 감기에 걸려 고열이 심하면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제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용량은 하루 4000mg 미만으로 복용해야 한다. 임신 중 구토, 두통, 변비 등 신체 변화가 있을 때도 적절한 약물을 복용해 조절하는 것이 낫다.

정신질환, 당뇨병, 갑상샘 질환, 고혈압, 천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임신부는 약을 임의로 끊어서는 안된다. 뇌전증 환자라도 맞는 약을 찾는 등 지속적으로 산전 관리를 하면 90% 이상 정상 출산할 수 있다.

최준식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전 약을 변경하거나 임신 중이라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맞는 약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같은 성분 약이라도 복합제보다는 단일제가 임신 중 태아 기형발생위험률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