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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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축제 같다고? 대한민국 며느리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결혼을 앞둔 30대 여성 A 씨 또한 추석 때문에 예비신랑과 말다툼을 벌여야 했다.

결혼식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A 씨에게 이번 추석은 마지막으로 친정 부모님과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A 씨는 고향집에 내려가지 못했다. 3대 독자인 예비신랑의 본가로 향했기 때문이다.

예비 시어른들은 추석 전부터 "이제 우리 식구이니 결혼 전에 먼저 내려와 어른들과 조상님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너무하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예비신랑과 작은 다툼도 있었다.

이를 친정 어머니에게 얘기하니 "결혼 전 소란을 피울 것 없다"면서 "우리는 안 봐도 괜찮으니 예비 시댁에 가서 인사를 드려라"라고 말했다.

내 편인 줄 알았던 엄마의 말에 A 씨는 섭섭했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딸이 흠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가 됐다.

예비신랑은 물론 미안해했다. 신랑의 고향은 대구이고, A 씨 친정은 부산이라 짧은 추석 연휴에 친정과 시댁을 오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비신랑은 "연휴 끝나고 다음주 주말엔 장인, 장모님을 꼭 찾아뵙겠다"고 A 씨를 달랬다.

끌려가듯 도착한 시댁에서는 음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어른들께 인사를 한 A 씨는 목도 축이지 못하고 바로 주방으로 달려가야 했다.

A 씨는 꼼짝도 못 하고 시댁 어른들과 전을 부쳤다. 친정 엄마에게 배운 대로 열심히 해봤지만 시댁 어른들 눈에는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핀잔이 이어지자 TV를 보던 예비신랑은 "내가 좀 도와줄까? A는 일만 해서 음식 잘 못해"라고 말했다. 시어머니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식사가 끝났지만 A 씨에게 등을 기댈 여유 따위는 없었다. 과일을 내와야 했기 때문이다. 사과를 깎는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아가, 사과 예쁘게 깎는 연습 좀 해야겠다"라고 말했다. A씨는 '사과 예쁘게 깎으려고 우리 엄마가 비싼 돈 들여 대학 보냈나'라는 생각과 함께 자괴감이 들었다.

그날 밤, A 씨는 남편 방에서 눈 뜬 채 하룻밤을 보냈다. 남편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씻고 화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차례를 무사히 지내고 남편과 함께 상경하는 버스에 올랐다. A 씨는 가만히 생각해 봤다. 이틀 동안 그 누구에게도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A씨는 부산에 있는 친정 엄마의 얼굴만이 떠올랐다.

A 씨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시댁 안가도 되는 마지막 명절이었는데, 글쓴이가 잘못 선택한 듯", "결혼 전부터 무보수로 일해주니 만만해 보였을 듯", "결혼식 전엔 남자친구, 남자친구 부모님일 뿐이다", "요즘에도 이런 구시대적인 사상을 가진 분들이 있나", "결혼 한다고 해서 예비시댁의 태도가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만하고 파혼하라",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만드는 것" "결혼 생활 내내 이런 생활이 반복될 듯"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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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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