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충성고객 확보 전략? 日 아이돌 AKB48을 보라
일본 캠핑용품 제조업체 스노우피크는 고객을 ‘스노우피커’라 부르며 가족처럼 대한다. 야마이 도루 사장은 매년 약 4000~5000명의 스노우피커와 함께 캠핑을 한다. 사장이 함께한 누적 캠핑 인원은 10만 명이 넘는다. 일본 프로야구팀 히로시마 도요 카프는 도쿄에 사는 팬들을 히로시마로 초청하는 이벤트를 연다. 도쿄~히로시마 왕복 신칸센 티켓과 특제 도시락을 선물하고, 기차 출발 직전 프로야구 선수가 등장해 한바탕 함성이 쏟아진다.

스노우피크와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공통점은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고 팬 서비스가 극진하다는 것이다. 팬을 ‘가만히 있어도 끊임없이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이라고 소홀히 대하지 않고 잊을 수 없는 체험과 감동을 끊임없이 선사한다. 30년 동안 일본 광고계에 몸담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사토 나오유키 쓰나구 대표는 《팬 베이스》에서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브랜드나 상품의 가치를 지지해주는 팬을 만드는 방법을 얘기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왜 주냐’며 기존 충성고객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초고속 인터넷이나 신문은 신규 구독자에게는 온갖 혜택과 경품을 지급하는 데 비해 수십 년간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구독한 팬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관습적으로 이어졌다. 한국보다 앞서 인구 절벽과 성장률 정체를 맞은 일본은 기업의 신규 소비자 확보가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쏟아지는 정보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은 캠페인은 점점 효력을 잃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팬을 중시하고 팬을 기초로 삼아 중장기적으로 매출과 가치를 끌어올리는 ‘팬 베이스 전략’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어떻게 팬들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을까. 저자는 공감, 애착, 신뢰를 강화해 단순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팬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공감을 끌어내라고 주문한다. 일본 음료회사 가고메의 대표적 상품인 가고메 토마토주스는 상위 2.5%의 코어팬이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 가고메는 코어팬이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현상에 위기의식을 느끼자 ‘&KAGOME’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개설해 유대를 강화했다. 소니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구매한 소비자가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사진 업로드 및 공유, 커뮤니티 운영, 이벤트 및 콘테스트 안내, 사진기술 강의 등을 제공한다.

저자는 어느 정도 팬층이 형성됐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코어팬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20%의 팬’과 ‘4%의 코어팬’은 소수지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추천하는 마케터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 아이돌그룹 AKB48은 팬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를 구현했다. 도쿄 아키하바라의 250명만 들어갈 수 있는 AKB48극장에서 공연하며 10년 이상 코어팬과 접점을 형성하고 있다. 하루에 장장 6시간 걸리는 악수회 등을 열어 코어팬에게 기쁨을 준다. 식품회사인 가루비는 온라인 팬 커뮤니티를 개설해 1년간 코어팬들과 함께 가루비의 과자 브랜드인 자가리코의 새로운 맛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팬 베이스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품이 드는 마케팅 전략이다. 하지만 팬을 소중하게 여기고 차분히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팬들은 이에 보답하기 마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