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장정숙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과 함께 귀뚜라미 시식회를 하고 있는 이삼구 박사(맨 왼쪽).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장정숙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과 함께 귀뚜라미 시식회를 하고 있는 이삼구 박사(맨 왼쪽).
귀뚜라미가 ‘가을의 전령사’가 아니라 미래식량자원이자 당뇨병 치료의 보고(寶庫)라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온 사람이 있다. 지난 8월말 국회에서 ‘식용곤충 의료분야 활용과 상용화 방안’을 주제발표한 이삼구 박사 얘기다.

이삼구 박사는 식용 곤충의 중요성을 국내에 알린 학자로 꼽힌다. 2012년 전북대 연구교수로 있을 때 정부 대표로 유엔 기구에 파견 나가 관련 정보를 얻기 시작했고 3년 뒤 국제농업기구(FAO)로 옮기면서 식량자원으로써의 귀뚜라미에 빠져 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농촌진흥청에서 몇 마리 종자를 받아 귀뚜라미 연구를 시작, 지금은 귀뚜라미 대량 사육 특허 등을 보유하고 있다. 20여명의 귀뚜라미 사육사업자들과 전량 수매 조건의 계약을 맺고 자신의 특허 기술을 이전, 대량 생산하고 있는 회사(239바이오) 대표이기도 하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을 찾아 온 이삼구 박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식용곤충은 어떤 게 있나.

정부가 2014년 식용으로 ‘식품공전’에 등재한 곤충은 모두 7종이다. 일반인들이 많이 알고 있는 곤충은 번데기와 메뚜기이다. 잘 모르는 곤충은 누에가 흰가루병에 걸려 죽은 것을 말려 한약재로 활용하는 백강잠, ‘밀웜’이라 불리는 갈색거저리, 옛날 초가지붕이나 지푸라기 썩은 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굼벵이와 장수풍데이가 있다. 잘 알려져 있으면서 내가 주목하는 곤충은 쌍별 귀뚜라미이다.

▶왜 귀뚜라미인가.

지구 위에 살고 있는 곤충은 130만종으로 보고돼 있다. 지구 전체 동물의 7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용곤충은 1,900종이며 90여 개 국에서 20억 명이 먹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식용으로 귀뚜라미가 우리나라에 적합하다는 이유는 우선 키우기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는 영상 26도에서 32도 사이면 생육하는데 지장이 없다.

귀뚜라미는 통상 300~1,000여개의 알을 낳는다. 그동안 대량생산을 해본 결과 귀뚜라미를 1년에 12~15기작이 가능하다는 게 확인됐다. 유엔이나 미국 네덜란드에서는 1년에 최대 5~6기작이 가능하다고 보고돼 있는데, 그 보다 3배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했다.

식품대전에 등재된 7가지 식용곤충의 기능과 영양은 대동소이하다. 사육여건과 사료, 산업적 이용 가능성 등으로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 최적인 곤충은 귀뚜라미라는 게 제 판단이다.

▶귀뚜라미의 기능과 영양은 어느 정도인가.

귀뚜라미는 100그램에서 69~75그램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같은 단위로 소고기는 43그램, 닭고기는 31그램의 단백질을 얻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특히 소고기 600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약 1만3천리터의 물이 필요하지만 귀뚜라미는 5리터 미만이면 충분하다. 귀뚜라미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단백질을 확보할 있는 식용곤충이라는 의미다.

▶소고기, 닭고기보다 단백질을 능가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식용곤충에 거부감이 있기 마련인데...

4년 전쯤 친구들 모임자리에서 “미래식량이다”하면서 식용 귀뚜라미를 꺼내면 혐오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대부분 그런 반응이지만 일단 먹어보면 ‘고소하다’ ‘말린 새우 맛’ ‘말린 멸치 맛’이란 평가를 내린다. 특히 귀뚜라미라고 미리 말하지 않고 먹어본 사람 중에는 ‘고소하고 담백하다’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귀뚜라미 박사’이시니까 당연히 많이 드시기도 했겠다...

‘귀뚜라미 박사’ 이삼구,“2020년 당뇨병 치료의 신기원 예상”
주변에서 나를 우스갯소리로 ‘인간파충류’나 ‘인간도마뱀’으로 부르기도 했다. 식용 귀뚜라미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먹어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다.

먹다보니 깜짝 놀랄 결과도 얻게 됐다. 술 마시는 것을 즐겨하는 편인데 귀뚜라미 먹은 날은 숙취해소가 빠르다는 느낌을 받게 돼 내 몸을 ‘임상실험’에 써봤다. 안주 없이 5~10분 사이에 소주 한 병을 다 마신 뒤 10분 단위로 변화를 체크했더니 분명 숙취해소효과를 볼 수 있다. 실험을 하다가 술을 너무 많이, 빨리 마셔 5번이나 쓰러지기는 했지만 친구, 지인을 상대로 실험을 해본 결과 효과는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특허를 받은 것도 숙취해소 효과를 증명하기 실험하다 나온 결과인가.

귀뚜라미는 체중의 약 70%가 단백질, 오메가3 불포화 지방산, 무기질, 비타민 등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귀뚜라미의 기능성 향상실험을 끝내고 국가공인연구소에 평가분석을 의뢰했더니 놀라운 결과를 받게 됐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가운데 귀뚜라미만의 최대 영양성분이 있는데 이것을 추출해서 신종 식의약품을 개발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기 위해 원천물질 특허를 받은 것이다.

▶어떤 분야에 효능을 볼 수 있는 의약품인가.

바이러스 알콜 등으로 생긴 간손상의 회복에 귀뚜라미 등 식용곤충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탈모 증세에는 모발성장이 촉진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료계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임상 임상시험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검증되겠지만 당뇨병 치료효과도 전망된다.

▶귀뚜라미 추출 분말로 당뇨병 치료효과가 있다면 환자들이 반길 일인데...

몸무게를 급격히 높여 혈당수치를 높인 후 귀뚜라미에서 추출한 분말(D&D)을 섭취했더니 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전문기관과 함께 동물실험을 진행해보았는데 수치로 그 결과가 나타났다.

전북대병원 유효성평가센터(국제인증기관) 연구팀과 췌장 베타세포를 인위적으로 파괴해 당뇨병을 유발한 혈당 300㎎/㎗ 이상의 9주령(齡) 수컷 쥐를 대상으로 D&D를 투여한 그룹과 비투여군을 나눠 4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비투여군은 인슐린 분비량과 체중이 각각 10g/㎏, 300g에 불과했지만 투여군은 60g/㎏, 330~340g으로 늘었다.

식이섭취량, C-펩타이드, 당화혈색소(HbA1c), 공복혈당, 복강내당능 등 11가지 지표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 조절에 실패하고 이로 인해 체중이 감소하는데 D&D가 파괴된 췌장의 베타세포를 재생시켜 고혈당 당뇨수치를 빠르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당뇨병 치료의 신기원을 여는 것 아닌가.

합병증 단계의 중증 당뇨병 환자에게 D&D를 투여해본 결과 4~6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말라”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지난 5월에 전임상은 완료됐고 임상실험을 공인기관에 의뢰해 둔 상태다.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별 인정되는 임상실험이 2020년 3월 완료되면 당뇨병 환자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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