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블록버스터' 전립선암藥 플루빅토…생산 차질에 발목
노바티스가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방사성의약품 ‘플루빅토’를 공급하는 데 차질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급 부족으로 플루빅토의 환자 투약이 잇달아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이 미국 의료진 커뮤니티에서 공유됐다. 이에 대해 노바티스는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생산시설의 재가동이 지연되고 있다고 1일(미국 시간) 밝혔다.

플루빅토는 지난해 3월 전립선 특이세포막항원(PSMA) 양성으로 확인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방사성의약품이다. 플루빅토는 전립선암세포에서 과발현되는 PSMA에 결합하는 리간드를 통해 암세포와 만난 뒤, 리간드와 연결된 방사성동위원소 '루테튬-177(Lu-177)'이 방출하는 방사성 에너지로 암세포를 파괴한다. 지난해 4분기에만 1억7900만달러(약 2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플루빅토 공급에 차질이 생긴 까닭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수요예측 실패다. 지난 4분기 실적발표에서 노바티스는 플루빅토의 수요를 과소 평가했다고 인정했다. 주문량이 생산량을 뛰어넘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플루빅토를 생산하는 제조시설의 관리 문제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초 플루빅토를 생산하는 시설 2곳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뉴저지주 밀번의 생산기지는 FDA가 품질관리를 지적하며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탈리아 이브레아의 제조시설은 노바티스가 자발적으로 생산을 멈췄다. 밀번과 마찬가지로 품질 문제 때문이다. 플루빅토 제조시설 2곳이 모두 멈춰서면서 플루빅토와 동반진단용 의약품 ‘루타테라’의 미국 공급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 이브레아에 있는 설은 재가동했으나, 절반으로 줄어든 생산능력과 잘못된 수요예측이 더해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방사성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다. Lu-177의 반감기는 6.7일에 불과하다. 때문에 다른 의약품과 달리 재고 비축이 불가능하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생산해야 하는데, 수요예측 실패로 주문만 쌓여있는 상황이다.

플루빅토와 같은 적응증의 경쟁의약품을 개발 중인 국내 방사성의약품 기업 퓨쳐켐의 길희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브레아 외엔 플루빅토를 미국으로 공급할 곳이 없어 공급 불안정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품질관리를 지적한 FDA가 밀번에서의 생산을 다시 허가해야 플루빅토 품귀 문제가 일단락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티스는 원할한 미국 내 공급을 위해 밀번 외 제조시설 3곳을 미국에 새롭게 짓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노바티스가 목표로 한 플루빅토 확보 물량은 25만도즈로 약 4만2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노바티스의 미국 생산기지 확충은 플루빅토의 적응증을 확대하려는 계획과도 맞물린다. 본래 플루빅토는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와 더불어 화학항암제(탁센 계열) 치료를 받은 환자에 한해 쓰일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지난해 12월 노바티스는 탁센 기반 화학요법을 받지 않은 전립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PSMAfore)를 발표했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노바티스는 플루빅토를 투여한 환자들의 생존기간과 예후가 탁센 요법을 받은 환자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노바티스는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올해 하반기 중 적응증 확대를 위한 허가를 FDA에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플루빅토의 적응증이 확대되면 투약 가능한 전립선암 환자 수가 50% 이상 증가해, 미국에서만 4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2일 13시 25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