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모였다가 돈까지 번다"…진화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1. 버킷플레이스가 운영하는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정보 공유 커뮤니티로 시작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최근엔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콘텐츠를 SNS에 공유한 뒤 이 링크를 통해 24시간 내 오늘의집에서 상품이 팔리면 판매액의 1~5%를 리워드로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이용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2. 교육 플랫폼 MKYU가 개설한 커뮤니티 플랫폼 ‘굿짹칼리지’는 올 들어 회원들끼리 서로 지식을 나누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초등학교 입학 준비 같은 인생 조언부터 새벽 5시 책 읽기 챌린지, 니체 책 읽기 북클럽 등이 개설돼 1만~3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일정 강의를 이수한 ‘커뮤니티 리더’들이 강좌를 열 수 있다. 한 지역캠퍼스 리더는 강좌를 열어 한 달에 150만원 정도를 벌었다.

커뮤니티 참여형 플랫폼이 진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커뮤니티는 재미·정보·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관련 콘텐츠가 만들어진 뒤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무신사, 오늘의집, 당근마켓, MKYU 등 성공 플랫폼 모두 그랬다.

최근엔 한발 더 나아가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용자에게 수익을 나눠주거나 금전 보상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유지·확보하기 위해서다.

유튜브, 로블록스 등에서 돈을 버는 크리에이터를 보며 디지털 세상에선 ‘좋아요’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특히 메타버스 서비스는 참여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함으로써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해졌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그래픽=이정희 기자

○“커뮤니티 참여자 돈 벌게 한다”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성공한 당근마켓은 이용자들이 중고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 게 플랫폼 성장을 견인했다. 2003년 신발 사진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이용자들이 패션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커뮤니티 스냅을 출시하고 매달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3명에게 3만~10만원가량의 쇼핑 지원금을 주고 있다. 스냅 이용자의 플랫폼 체류 시간은 비이용자 대비 1.5배 높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3월 ‘매일 이자 받기’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9개월간 270만 명의 이용자가 2000억원의 이자를 받았다.

확실한 ‘충성 고객’을 확보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도 참여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기 시작했다. 하이브와 두나무의 합작사 레벨스가 개설한 블록체인 플랫폼 모먼티카는 아티스트 포토카드 형태의 ‘테이크’를 무료로 제공하며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이용자끼리 일종의 대체불가능토큰(NFT)인 테이크를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올 1분기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자들이 호스트가 돼 유료로 소모임을 열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도 있다. 트레바리, 넷플연가 등이 대표적이다. 김미경 MKYU 대표는 “커뮤니티에 모여 취미를 개발하든가 공부를 했다면 이걸 가지고 무언가 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하다”며 “커뮤니티 플랫폼의 ‘끝판왕’은 이용자들이 커뮤니티에서 배운 것으로 돈을 벌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만들기에 힘쓰는 기업들

기업들은 이용자 리텐션(유지율)을 높이고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서비스에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는 직장인 커뮤니티 ‘커리어리’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0년 직장인 SNS로 시작한 커리어리는 지난해 10월 개발자 커뮤니티로 전환하면서 이용자가 급증했다. 퍼블리는 커리어리에서 활동하는 직장인을 저자로 섭외하고, 퍼블리에 아티클(글)을 발행해 이익을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또 커리어리는 사이드 프로젝트 코너를 마련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동료를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은 최근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홈페이지에 신설했다. 플랫폼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거나 추천인이 채용되면 50만원의 보상금도 지급한다. 명함 앱 서비스 리멤버도 2020년 ‘리멤버 커뮤니티’를 시작하며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이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정보기술(IT) 제품 관련 SNS인 디스콰이엇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제품을 올리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프로덕트 헌트’의 한국판 커뮤니티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프리시드A 투자를 유치한 디스콰이엇은 2월 누적 사용자 33만 명, 페이지뷰 420만 회를 넘어섰다. 이 회사는 최근 기업에 커뮤니티 구축 컨설팅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빌딩 커뮤니티(CCM)’를 시작했다. 박현솔 디스콰이엇 대표는 “커뮤니티 만들기에 관심이 있는 기업의 연락이 많다”며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고투마켓(사업화)’ 전략으로 커뮤니티를 개설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구축 서비스도 활발

커뮤니티 플랫폼이 커지면서 쉽게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용 커뮤니티 구축을 돕는 네덜란드 플랫폼 인사이디드는 최근 시리즈A 라운드에서 600만유로(약 84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커뮤니티 참여형 플랫폼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억3000만달러(약 7000억원)에서 2032년 23억5780만달러(약 3조1170억원)로 연평균 16.1% 성장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커뮤니티 구축 솔루션은 미국 하이어로직이 운영하는 기업용 커뮤니티 관리 플랫폼 바닐라 등이 있다. 패트리온은 멤버십 후원을 통해 비디오 크리에이터, 팟캐스트 창작자의 경제적 자유를 돕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오픈소스 코딩 방식으로 커뮤니티 구축을 돕는 디스코스, 노코딩 방식으로 온라인 강의 및 학습 커뮤니티를 쉽게 만들어주는 씽크픽 등도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 페이스북 그룹, 게임 채팅 서비스 디스코드 등에서도 무료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다. 글로벌 협업툴인 노션, 슬랙 등은 페이스북 그룹처럼 커뮤니티 구축을 지원하며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커뮤니티 개설을 위한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비마이프렌즈는 팬덤이 있는 연예인이나 마케팅이 필요한 브랜드가 직접 커뮤니티 플랫폼을 조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속해 있는 e스포츠팀 T1과 가수 김성규 등이 비마이프렌즈를 통해 자체 커뮤니티를 조성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캔(커뮤니티 얼라이언스 네트워크)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탈중앙화조직(DAO) 같은 ‘웹3.0 커뮤니티’ 솔루션을 제공한다.

허란/고은이/최다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