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 사람인 등 잡보드(채용 공고형 서비스)가 주도했던 채용 시장에 인적자원(HR) 테크 스타트업이 부상하고 있다. 공개 채용 중심이던 국내 채용시장의 판이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한 수시 채용으로 바뀐 데다, 전례 없는 개발자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리멤버·잡플래닛 가세…'채용중개' 판 커진다
기업별 연봉·복지 현황을 알려주던 잡플래닛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명함관리 플랫폼 리멤버 등이 채용 시장에 뛰어들었고 코딩 교육기관까지 ‘인재 구하기’에 가세했다. 구직자를 유치하기 위해 현금 지급 이벤트를 내건 곳도 등장했다. 스타트업계도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절차를 대폭 줄인 채용 방식을 들고나왔다.

◆‘합격하면 200만원’

전현직 직원의 연봉, 복지 등 기업 리뷰를 열람할 수 있는 플랫폼 잡플래닛은 지난달 채용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잡플래닛을 통해 지원해 합격하면 축하금 200만원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채용 중개 플랫폼 원티드는 지인 추천 보상금 제도로 급부상했다. 지인 추천으로 채용이 확정되면 합격 당사자와 추천자 모두에게 50만원 상당을 준다. 원티드가 지난 3년간 합격자와 추천인에게 지급한 보상금 규모는 61억원에 달한다. 2019년 10억원, 2020년 16억3000만원, 2021년 34억60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명함관리 플랫폼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 등도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유료 직업소개 사업자’로 등록했다. 커리어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 역시 19만 명에 달하는 직장인 커뮤니티로 자리잡은 ‘커리어리’를 출시하며 채용 제안 서비스를 사업 돌파구로 삼고 있다.

최근엔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 교육 플랫폼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직군 채용 시장에 뛰어들었다. 개발자 교육에 참여한 취업 준비생이나 이직자들을 스타트업에 연결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전문가 교육업체 엘리스는 지난 2월 개발자 채용을 위한 ‘엘리스웍스’를 출시했다. 기업들은 입사 제의 메시지 발송, 코딩테스트, 화상 면접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코드스테이츠, 팀스파르타도 개발자 교육으로 시작해 채용 연계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교육 서비스로 시작한 그렙은 2020년부터 개발자 맞춤형 채용을 중개하는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고 있다.

◆채용 간소화로 지원자 늘려

스타트업 업계의 채용 방식도 ‘뽑기’에서 ‘모시기’로 바뀌고 있다. 채용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 지원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 와디즈는 다음달까지 정해진 직군이 없는 ‘자율포지션’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와디즈 관계자는 “지원자가 직접 제안한 업무 내용을 바탕으로 와디즈에 적합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DIY(do it yourself)’ 입사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지난달 개발 직군을 채용하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았다. 대신 개인정보, 직무, 경력 등 간단한 설문지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채용 소요 시간을 10일 이내로 단축했다.

허란/김주완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