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굿알엑스(GoodRx)는 페이스북 창업 초기 멤버가 주축이 돼 2011년 설립된 비대면 의약품 가격비교 업체다. 7만 개가 넘는 약국과 제휴하고 있고 한 달에 600만 명이 굿알엑스를 이용한다. 작년 9월 나스닥에 데뷔했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태계 파괴자다. 정보기술(IT)과 물류기술에 바탕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손을 대는 곳마다 시장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그런 아마존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인 3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헬스케어 시장에 언제 침투할 것이냐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특히 아마존은 처방의약품 시장에 관심이 컸다.

미국의 처방의약품 시장은 헬스케어 지출의 10%를 차지하는 3697억 달러 규모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4%씩 확대됐다. 미국에서 높은 의약품 가격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유의 높은 의료보험 비용 탓에 무보험자가 9%에 달한다. 보험이 있어도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는 디덕터블(deductible)이라는 구간을 넘어야 보험 처리가 된다.

예컨대 본인이 가입된 보험상품의 디턱터블이 500만 원이라면 500만 원까지는 자비로 지출하고, 초과 금액부터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아마존은 2018년 의약품을 소분해 약물위해 사례를 최소화하는 의약품 배송업체 필팩 인수를 시작으로, 2020년 무보험자들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가입자 수준의 가격 할인을 목표로 하는 아마존 파마시를 론칭했다. 본격적으로 처방의약품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마존은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의약품 유통 ‘키맨’ 잡은 굿알엑스

이런 상황에서 작년 9월 굿알엑스가 나스닥에 상장됐다. 이 업체의 비즈니스모델은 이렇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으로 굿알엑스에 접속해 구매하고자 하는 의약품을 검색하면, 주변에 의약품 구매가 가능한 약국과 가격이 표시된다.

이 중 한 곳을 방문해 스마트폰에 다운 받은 쿠폰을 보여주면 할인을 받는 방식이다. 언뜻 혁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작년 매출은 5억5070만 달러에 달하며 시가총액은 130억 달러(2021년 8월 기준) 상회한다. 굿알엑스의 힘은 무엇일까.

굿알엑스의 가장 강력한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미국 의약품 유통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보험약제관리기구(PBM·Pharmacy Benefit Manager)와의 파트너십에 있다. PBM은 의약품 유통의 중간관리자로 보험사와 제약사 사이에서 의약품 가격을 협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협상의 결과물로 보험사에 처방권장 리스트(formulary)를 제공하는데, 여기에 우선순위(tier)가 높을수록 환자의 자기부담금이 낮아지고, 보험사 급여율이 상승한다. PBM은 중간에서 협상을 하는 조건으로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제약사로부터는 리베이트를 받는다. PBM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위해 보험사 네트워크와 약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데에는 이 기구가 확보한 약국 네트워크가 활용된다. PBM은 본인들의 약국 네트워크를 통해 무보험자들을 위한 처방약 가격할인 카드(Prescription Save Card) 정책을 펴고 있다.

굿알엑스는 PBM의 보험적용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가격할인 카드 시장으로 고객들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약국은 PBM을 통해 의약품 거래가 성사될 경우 PBM에 일종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PBM은 이 수수료의 일부를 굿알엑스에 다시 지불한다. 굿알엑스는 PBM은 활용해 최대 70% 이상 가격할인을 제공할 수 있다. 약국에선 PBM의 처방약 가격할인카드 제도를 활용한 손님을 받지 않는 게 수수료부담이 없어 더 이득이지만, PBM의 규모의 경제는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다.

아마존에도 없는 데이터의 힘

굿알엑스는 보험적용이 힘든 환자들을 약국으로 유입시켜 환자, 제약사, 약국, PBM, 의약품 도매상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만한 효용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굿알엑스는 지난 몇 년간 해당 이해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 네트워크로부터 매일 2000억 건 이상의 의약품과 관련된 가격정보를 얻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처리해 굿알엑스 고객에게 적합한 약국을 추천한다. 결국 AI는 좋은 데이터가 있어야 빛을 발하는데, 굿알엑스는 아마존이 제공하기 힘든 데이터 접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굿알엑스는 2021년 상반기 기준 7만 개 이상의 제휴 약국을 통해서 지금까지 3000억 달러의 의약품 비용절감 효과를 창출했고, 600만 명의 월간 활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같은 구독제도인 ‘GoodRx Gold’와 굿알엑스 회원을 대상으로 한 제약사 마케팅솔루션, 그리고 원격의료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같은 혁신의 대명사가 가격할인 쿠폰에 고전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모습이다. 이는 PBM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의 독특한 유통체계에 기인한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생각보다 미국 사람들이 의약품 배송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의약품 전문 분석기관인 드러그채널에 따르면 미국에서 온라인 처방의약품 배송 시장은 전체 처방전의 5~6%에 불과하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이 비중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워낙 의사를 만나기 힘든 구조이다보니, 많은 환자가 오프라인 약국에서 약사들을 만나는 것을 대안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주로 대형마트 안에 약국이 입점해 있어 쇼핑하며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해외 바이오 기업] 아마존도 못 당하는 데이터의 힘, 의약품 유통 강자 ‘굿알엑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9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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