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사원증이 필요 없다. 인공지능(AI)이 직원 얼굴을 인식해 출입문을 열어준다. 자리에 앉으면 로봇이 커피와 신문을 가져온다. 회의 시간에는 회의 내용을 따로 정리하지 않는다. AI가 회의록을 대신 작성하기 때문이다. 올해 문을 열 네이버의 두 번째 사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AI가 회의록 작성"…네이버 '로봇 친화 빌딩' 신사옥 봤더니

로봇과 공존하는 업무 공간

네이버가 제2 사옥 건립에 정보기술(IT) 역량을 총동원한다. AI, 클라우드, 로봇 등 첨단 IT를 적용한다. 관련 특허만 237개에 달한다. 이른바 ‘로봇 친화 스마트 빌딩’이다.

네이버는 건축 중인 제2 사옥과 관련해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로봇 시스템이 적용된 빌딩’의 기술적 특성에 대해 특허 22건을 출원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에 먼저 출원했고, 해외에도 출원할 예정이다. 이번에 출원한 22건의 특허를 포함해 제2 사옥에 활용한 IT 관련 총 특허 출원 수는 237개다.

네이버에 따르면 제2 사옥은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건물이다. ‘사람과 로봇의 자연스러운 공존’이 신사옥의 콘셉트다. 로봇, 자율주행, AI, 클라우드 등 네이버의 미래를 이끌 모든 기술로 일명 ‘테크 컨버전스(technological convergence) 빌딩’을 짓는다는 것이 목표다. 네이버는 경기 성남시 정자동의 현 사옥 인근에 제2 사옥을 건축하고 있다. 부지 면적 1만848㎡에 지하 8층, 지상 29층 규모다. 올해 입주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로봇 관련 시설을 건물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봇 전용 통로, 로봇 충전 공간 등 로봇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마련한다. 사람을 배려하는 로봇 주행, 다수 로봇의 이동 상황을 고려한 로봇 제어, 사고 방지 기술 등 관련 소프트웨어 요소도 반영한다. 이런 방식으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빌딩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네이버의 첨단 IT기술 총동원

제2 사옥의 로봇을 모두 제어하는 두뇌 역할은 ‘ARC(AI-Robot-Cloud)’가 맡는다. ARC는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로봇을 한 번에 효율적으로 조종하는 시스템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RC의 핵심은 AI와 클라우드로 로봇이 고가의 센서에 의존하지 않고 똑똑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ARC는 클라우드에 띄워진 하나의 거대한 지능”이라고 설명했다. ARC에는 네이버 기술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그동안 확보한 관련 기술도 적용된다. 로봇이 실내 고정밀 지도를 자동으로 제작하는 기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없는 실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인식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제2 사옥에 5세대(5G) 특화 망도 활용한다. 정부는 최근 비(非)통신 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소규모 5G망을 구축해 특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로 네이버는 5G 특화 망 이용 수준을 확대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한 얼굴인식 출입 시스템, 회의록 자동 작성 시스템 등도 제2 사옥에 도입한다. 사옥 자체가 직원의 비서가 되는 셈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세계 최초로 실현될 로봇 친화 건물인 제2 사옥은 5G 특화 망, 클라우드, 로봇,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AI 등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을 하나로 연결하고 융합하는 세계적 레퍼런스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