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수혜 본 바이오社
고연봉·스톡옵션 내걸고
재무·투자전문가 확보 나서
스타 애널리스트, 속속 바이오 벤처로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바이오 분야를 담당했던 신재훈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진단키트 회사인 랩지노믹스의 재무담당 이사(CFO)로 이직했다. 신 이사는 작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이 회사에서 투자, 재무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신 이사는 “진단 분야 새 먹거리 발굴 등 작년 이익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주식투자 열풍을 타고 높은 몸값을 자랑하던 증권사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바이오 벤처로 잇따라 이직하고 있다.

신 이사뿐 아니라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작년 말 유전체 분석업체인 지니너스의 재무담당 상무(CFO)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는 이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구 상무는 애널리스트 경험을 살려 기업공개(IPO) 절차와 자금 조달, 기업설명(IR) 등을 총괄할 전망이다.

바이오 벤처 루닛의 박현성 이사는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을 거쳤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증권사에 비해 회사 규모가 작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바이오 벤처로 옮기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엔 기업 분석 능력을 인정받아 벤처캐피털(VC)로 옮기는 애널리스트가 많았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지낸 뒤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로 옮긴 이승호 대표가 대표적이다. 메리츠증권과 KB증권을 거쳐 SBI인베스트먼트로 옮긴 이태영 바이오헬스케어본부 팀장도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K바이오 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두둑한 스톡옵션과 인센티브도 인재들이 바이오업계로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신 이사 역시 증권사 애널리스트 연봉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급여 수준과 스톡옵션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일부 바이오 기업이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도 있다. 랩지노믹스는 영업이익이 전년(11억원)보다 4926% 늘어난 553억원을 기록하면서 재무 전문가가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널리스트 출신이 바이오 기업 대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바이오 기업 대표 상당수는 연구자 출신이다. 투자나 자금 관리 등 재무 분야는 물론 마케팅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반면 바이오 벤처로 이직한 애널리스트들은 증권사와 바이오 회사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신 이사는 셀트리온과 SK케미칼에서 마케팅 업무를 한 뒤 여의도 증권가에서 애널리스트로 9년을 일했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구 상무는 동아에스티 제품개발연구소와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에서 연구원 생활을 거친 뒤 애널리스트 생활을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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