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육종민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유체(액체와 기체) 내 물질을 분자·원자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전자현미경 기술은 일반 광학현미경보다 수천 배가량 높은 배율로 물질을 관찰할 수 있어 반도체 공정 품질 관리와 생체 분자 구조 규명에 활발히 쓰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유체 전자현미경 기술은 한계점이 뚜렷했다. 전자현미경을 구동하기 위해선 매우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필요한데, 진공 상태에서는 액체 샘플이 쉽게 증발해 시료를 말려서 관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액체 내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현상을 분석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2012년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 사이에 액체를 가두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 연구에서 이를 개선해 자유로운 액체 순환이 가능한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는 것처럼 유체 물질을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 등 지금까지 관찰이 어려웠던 현상을 규명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육 교수는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미지의 영역이었던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