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창구 직원의 권유를 믿고 투자에 나섰던 이들 상당수가 원금을 잃었다. 피해자 다수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고령층이었다.대규모 불완전판매 논란은 처음도 아니었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사고는 직원들의 단순한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게 만든다.신간 <설계된 판>(Fixed)의 저자인 존 Y. 캠벨과 타룬 라마도라이는 한국의 DLF·ELS 사태를 개인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사례로 본다. 캠벨과 라마도라이는 각각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런던정경대학(LSE) 및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금융경제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이들은 신간에서 평범한 개인의 입장에서 금융 시스템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금융 종사자에 비해 정보와 이해도가 부족한 데다, 어렵게 익힌 지식조차 빠르게 등장하는 신상품 앞에서는 금세 낡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이용당하기도 쉽다.저자들은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제목 그대로 ‘짜여진 판(fixed)’이라는 것이다. 자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얻고,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저축 여력도 크다.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더 비싼 금융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다. 조언을 해주는 이들이 고객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수수료와 실적을 우선하는 금융회사 직
여성 인재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대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0%가 넘는다. 하지만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 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과장급은 30%, 차장급은 20%, 부장급은 10% 초반에 불과하다. 임원 비율은 한 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신간 <여성리더 새로고침>은 원인을 역량 부족에서 찾지 않는다.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맥락이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들이 정해 놓은 맥락 안에서 성과가 해석될 수밖에 없다. 책은 ‘유리천장’ 속 살아남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전한다.저자들은 대기업 임원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 요직을 거쳐 현재는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이다. 김문경, 강명신, 이미재, 박보경, 신정순 씨가 힘을 합쳤다.이들은 성공담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회의실에서 목소리가 작아지던 순간, 상사의 한마디에 흔들렸던 날, 스스로 자격을 의심하며 밤을 지새운 날까지 꺼내 놓는다. 그 경험을 토대로 쌓인 통찰을 독자들에게 전한다.책은 공감과 위로에 머물지 않고 관계와 신뢰, 감정과 맥락을 현장에서 실제로 다루는 리더십 기술을 전한다. 신임 팀장이 현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혼란에서 출발해 임원 승진을 앞둔 시니어 팀장이 깨닫는 ‘안 쓰던 근육의 통증’까지 다룬다.단호하게 말하되 무례하지 않은 소통법부터 비교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리더십을 단단하게 세우는 방법 등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실전 도구들로 채워져 있다. 각 장마다 실제 조직 현장의 사례가 이론과 맞물려 전개되는 방식이라 읽는 내내 ‘내 얘기와 맞닿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최한종 기자
영화 원작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영화 특별판)>(앤디 위어 지음)이 2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멘토’ 피터케이의 첫 저서 <피터케이의 이기는 투자 불변의 법칙>이 출간과 동시에 2위에 올랐다. 인문 분야에서는 <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생각>(3위), <니체의 초월자>(7위) 등 총 3권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니체의 초월자>는 전주 대비 판매량이 55.6% 증가했다.최한종 기자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창구 직원의 권유를 믿고 투자에 나섰던 이들 상당수가 원금을 잃었다. 피해자 다수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고령층이었다.대규모 불완전판매 논란은 처음도 아니었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사고는 직원들의 단순한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게 만든다.신간 <설계된 판>(Fixed)의 저자인 존 Y. 캠벨과 타룬 라마도라이는 한국의 DLF·ELS 사태를 개인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사례로 본다. 캠벨과 라마도라이는 각각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런던정경대학(LSE) 및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금융경제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신간에서 평범한 개인의 입장에서 금융 시스템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금융 종사자에 비해 정보와 이해도가 부족한 데다, 어렵게 익힌 지식조차 빠르게 등장하는 신상품 앞에서는 금세 낡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이용당하기도 쉽다.저자들은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제목 그대로 ‘짜여진 판(fixed)’이라는 것이다. 자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얻고,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저축 여력도 크다.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더 비싼 금융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다. 조언을 해주는 이들이 고객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수수료와 실적을 우선하는 금융회
충남 공주 제민천 일대는 한때 관공서와 병원이 모여 있던 중심지였다. 하숙집이 줄지어 늘어섰고 대형 극장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신도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점차 쇠락했다. 셔터를 내린 가게들 사이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골목은 활기를 잃었다.그랬던 제민천 주변이 다시 바뀌고 있다. 특색 있는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면서다. 특히 서점은 특유의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공주의 골목과 잘 맞아떨어졌다. 독립서점들은 ‘텍스트힙’(독서를 멋있는 행위로 소비하는 흐름) 열풍을 타고 골목을 대표하는 ‘힙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이곳에 문을 연 ‘책방, 잇다’ 우주희 책방지기는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가게를 둘러보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2019년 ‘가가책방’을 연 서동민 책방지기는 “처음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동네였다”고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인근에 독립서점은 전무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의 동네일수록 책방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가 운영하는 무인 책방은 방문객들이 남긴 쪽지로 벽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길이 정비되고 문화 공간이 하나둘 생기면서 제민천 일대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다. 독립서점뿐 아니라 갤러리와 공방도 자리 잡았다. 서점의 인기가 높아지자 직접 책을 만들어볼 수 있는 ‘책공방 북아트센터’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제민천은 주민에게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책방, 잇다는 떡볶이 가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섰다. 방문객이 틀어박혀 독서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 구석 공간은 시간을 천천히 느끼게
여성 인재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대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0%가 넘는다. 하지만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 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과장급은 30%, 차장급은 20%, 부장급은 10% 초반에 불과하다. 임원 비율은 한 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신간 <여성리더 새로고침>은 원인을 역량의 부족에서 찾지 않는다.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맥락이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들이 정해 놓은 맥락 안에서 성과가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유리천장' 속 살아남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전한다.저자들은 대기업 임원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 요직을 거쳐 현재는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이다. 김문경, 강명신, 이미재, 박보경, 신정순 씨가 힘을 합쳤다.이들은 성공담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회의실에서 목소리가 작아지던 순간, 상사의 한마디에 흔들렸던 날, 스스로 자격을 의심하며 밤을 지새운 날까지 꺼내 놓는다. 그 경험을 토대로 쌓인 통찰을 독자들에게 전한다.책은 공감과 위로에 머물지 않고 관계와 신뢰, 감정과 맥락을 현장에서 실제로 다루는 리더십 기술을 전한다. 신임 팀장이 현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혼란에서 출발해 임원 승진을 앞둔 시니어 팀장이 깨닫는 '안 쓰던 근육의 통증'까지 다룬다.단호하게 말하되 무례하지 않은 소통법부터 비교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리더십을 단단하게 세우는 방법 등 현장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실전 도구들로 채워져 있다. 각 장마다 실제 조직 현장의 사례가 이론과 맞물려 전개되는 방식이라 읽는 내내 '내 얘기와 맞닿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제주에는 바다와 오름을 잇는 길만 있는 게 아니다. 섬 곳곳에 흩어진 시골 책방들을 따라 걷는 또 하나의 길이 있다. 이른바 ‘책방 올레’다. 관광지 중심의 동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돌담과 밭 사이, 바다가 보이는 들판에 작은 책방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하나의 코스로 자리 잡았다.제주 동쪽 끝자락 종달로길을 걷다 보면 ‘소심한책방’을 만날 수 있다. 2014년 문을 연 곳이다. 두 책방지기가 고심해 고른 소설과 에세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숨겨둔 책’ 코너가 눈길을 끈다. 책 커버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매력과 특징을 힌트와 편지로 적어뒀다. 어떤 책을 선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설렘을 안긴다. 같은 동쪽에선 ‘오조바닷가책방’도 발길을 세운다. 성산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책을 둘러볼 수 있다.남쪽으로 내려가면 서귀포에서 독립출판물이 모여 있는 ‘라바북스’를 만날 수 있다. 대규모 출판사 중심인 기존 시장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책들이 모여 있다. 머무르며 시간을 쌓고 싶다면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북카페 ‘고산의 낮, 고산의 밤’도 가볼 만하다. 6개의 1인 공간으로 구성됐다. 칸막이가 쳐진 이곳에선 대화도 금지다. 각자의 사색 공간에서 책을 마음껏 담아갈 수 있다.한경면에는 ‘책방 소리소문’도 있다. ‘작은 마을의 작은 글(小里小文)’이라는 의미로 책방 이름을 지었다. 이름처럼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이곳은 독립출판물과 인문·예술서를 중심으로 꾸려진다.제주 시내에는 독립서점 ‘나이롱책방’과 ‘아무튼 책방’도 있다.
전북 고창군 대산면 들판 한가운데에는 서로 다른 서점 여섯 곳이 모여 있다. 철학 서점부터 그래픽노블 서점, 여행·인문 서점, 시집과 독립출판물 서점, 생태 서점, 그림책 서점까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서점마을’이다.촌장은 문화평론가 이윤호 씨다. 그는 서울에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운영하다 임대료 상승으로 떠나야 했고, 이후 도시에서 지내는 삶 자체를 되돌아봤다.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 것이 적정한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 것인가.”그 질문의 답을 공간으로 풀어낸 곳이 서점마을이다. 아이디어는 영국 웨일스 지역 책마을 ‘헤이온와이’에서 가져왔다. 서점지기는 모두 고창과 연고가 없는 외지인이다. 서울에서 이 촌장의 인문학 강의를 듣던 사람들이 뜻을 모았고, 우연히 고창에 땅을 갖고 있던 구성원의 제안이 더해지면서 구상은 현실이 됐다.이들은 서점마을 건립을 시작하며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규모를 지나치게 키우지 않을 것, 외부 노동에 기대지 않을 것, ‘가난할 준비’를 할 것. 이곳은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삶의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공동 텃밭을 가꾸고 식사를 나누며 생활을 꾸려간다. 도시의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적정한 삶’을 실험하는 셈이다.이 촌장이 보장한 것도 있다. “3년을 버티면 월 200만원 매출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들밭 한가운데에 있는 서점은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목표치였다. 서점마을은 단체 관광버스도 받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물며 생각하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이유에서다.현재 매출은 월 150만원까지 올라왔다. 반년 만에 목표의 4분의 3에
전북 군산에는 마음 돌보는 데 특화된 독립 서점이 있다. 월명동의 오래된 적산가옥에 자리 잡은 ‘심리서점 쓰담’이다. 심리상담사인 여성 책방지기와 그의 남편이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마음 점검소’에 가깝다.이곳의 ‘킬러콘텐츠’는 심리 검사와 맞춤형 책 큐레이션이다. 방문객은 모바일로 검사지를 받아 20분간 응답하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책방지기가 상담사로서 해석 편지를 써준다. 원하면 2층 공간에서 실제 상담도 한다. 상담은 사전 예약을 원칙으로 한다이곳의 책 큐레이션은 다소 느리다. 고민을 거듭해 책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문진표를 작성하면 책방지기 부부가 1주일가량 논의해 책을 고른다. 윤영민 책방지기는 “마음을 다루는 일인 만큼 가볍게 추천할 수는 없다”며 “가능한 한 직접 읽은 책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고른다”고 말했다.전국의 시골 책방이 주로 활용하는 킬러콘텐츠는 ‘북토크’다. 서울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작가와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경남 남해 ‘아마도책방’에서는 이슬아 작가와의 북토크 행사가 열렸다. 남해가 고향인 이 작가가 ‘일일 책방지기’도 맡았다.북토크는 작가뿐만 아니라 출판사, 플랫폼(카카오브런치), 서점이 참여하는 협업 프로젝트로 열렸다. 책 내용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이어가는 어려움과 의미, 출판 현장의 현실까지 폭넓은 대화가 오갔다. 박수진 책방지기는 “작가에게 책방을 자주 찾는 단골손님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며 “1년 치 에너지를 하루에 몽땅 충전한 느낌”이라고 했다.‘이색 서
뮤지컬 ‘겨울왕국’ 제작사가 성범죄 전과 논란이 불거진 황석희 번역가를 하차시키기로 했다.15일 클립서비스는 황 번역가를 ‘겨울왕국’ 제작 작업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과거 성범죄 전력이 뒤늦게 알려진 데 따른 조치다. 뮤지컬 ‘겨울왕국’은 오는 8월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기존까지 황 번역가가 작업한 내용은 사용하되, 이후 작업은 담당 제작진이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어 가사는 음악감독이, 한국어 대본은 연출이 담당한다.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황 번역가는 2005년 2건의 강제추행치상, 2014년에 준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5년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2014년에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황 번역가는 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보헤미안 랩소디’ 등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 번역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약 600편에 달하는 영화 번역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번역으로도 주목받았다. 특유의 재치 있는 번역과 입담으로 대중적 인지도도 높여 왔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요즘 출판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숫자는 민음사의 작년 실적이다. 매출 206억원, 영업이익 4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3.4%, 72.8% 증가했다. 민음사의 매출 대부분은 서적 판매에서 나온다. 최근 수년간 베스트셀러 시장을 주도해 온 한강 작가의 책이 한 권도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미스터리’라는 말까지 나온다. 출판 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텍스트힙’ 이끈 출판사업계는 서적 판매량 급증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에서 찾는다. 텍스트힙은 독서가 교양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취향으로 소비되는 흐름이다. 민음사는 이 흐름의 수혜자인 동시에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키운 출판사로 꼽힌다.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다. 2019년 개설된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2023년 4월 말 13만2000명, 2025년 3월 말 29만2000명을 기록한 뒤 최근 42만 명까지 돌파했다. 이 채널에서는 편집자들이 직접 출연해 책을 소개하고, 브이로그를 찍고, 작가를 인터뷰한다. 책 뒤에만 머물러 있던 편집자가 책의 소비를 적극적으로 이끄는 역할까지 맡은 것이다.출연자들은 책을 단순히 좋은 책이라고 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읽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자기 말로 솔직하게 고백한다. 딱딱한 홍보 문구보다 더 파급력이 크다. 지난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결정 당시 진행되고 있던 라이브 공연에서의 편집자들의 깜짝 놀라는 반응(사진)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요즘 민음사TV에 출연하는 편집자들은 각종 출판 행사에서 줄을 서야 만날 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실업자가 크게 늘고 공동체가 위협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라이브로 보는 경험은 재현할 수 없습니다.”‘빌리 엘리어트’ 영화와 오리지널 뮤지컬을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사진)는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라져가는 분야에 대한 보편적 공감이 작품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라며 1980년대 탄광촌 이야기지만 오늘날 AI 시대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달드리는 국내 공연 개막에 맞춰 방한했다. 전날 프리뷰 공연과 리허설을 모두 지켜본 그는 “오랜만에 작품을 다시 보니 감정이 북받쳤다”며 “배우들의 연기는 환상적이었고 무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빌리 역의 김승주에 대해 “이 역할은 마라톤을 뛰면서 햄릿을 연기하는 것과 같은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영화로 시작해 2005년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은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10관왕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다. 달드리는 장수 비결로 ‘보편성’을 꼽았다.탄광 파업이라는 특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 소년이 춤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찾고 공동체가 이를 지지하는 과정이 국경을 넘어 공감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작품의 뿌리에는 1980년대 영국 사회를 뒤흔든 변화가 있다. 당시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 시기 탄광과 제조업이 급격히 쇠퇴했고 관련 공동체는 큰 타격을 입었다. 달드리는 “젊은 시절 광부 마을에서 연극을 하며 그 변화를 직접 겪었다”며 “대처 정부는 노동자
‘권력 중독’의 모습은 곳곳에서 보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유명하다. 그는 작년 유럽 정상들과의 다자 회담에서 혼자 책상에 앉아 ‘선생님’처럼 행동하기도 했다.신간 <권력중독>에서 독일 심리학자 카르스텐 C. 셰르물리는 이 같은 현상을 심리학과 생물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권력을 쥐는 순간 대량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고 강한 쾌감이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라 반복을 요구하는 경험으로 각인된다. 권력은 일종의 중독 물질처럼 작용하고, 상실의 순간에는 금단에 가까운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저자는 트럼프 대통령, 샘 올트면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분식회계로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 등 사례를 통해 권력이 어떤 모습을 띠는지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기후 위기 대응’이나 ‘공정한 경제 시스템’처럼 명분을 내세우는 움직임에도 권력을 통해 기분 좋은 자극을 느끼기 위한 욕심이 반영돼 있다고 한다.흥미로운 대목은 권력이 인지 구조 자체를 바꾼하는 분석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타인을 단순화하고 고정관념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권력 있는 나이 든 남성일수록 Z세대는 게으르다며 “우리 때는 더 열심히 일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저자는 해법도 제시한다. 첫째, 권력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지, 타인의 말을 끊고 있지는 않는지 감지하는 게 출발점이다. 또 불편한 피드백이 가능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권력은 주변을 침묵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라도 비판을 허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인문 도서의 강세가 두드려졌다. 신영준·고영성의 <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생각>(2위)을 비롯해 라미 카민스의 <이향인>(7위), 자청의 <완벽한 원시인>(8위) 등 총 3권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와 연계된 도서의 인기도 꾸준히 이어졌다. 앤디 위어의 원작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영화 특별판)>이 2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도 9위에 자리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이 4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형성했다.최한종 기자
1486년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스물넷의 나이에 피렌체에 입성해 대담한 제안을 내놓는다. 종교와 철학, 자연철학을 아우르는 900개의 논제를 제시하고 누구든 상대가 될 수 있는 공개 토론을 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그가 준비한 주제는 바다가 짠 이유부터 비만의 원인까지 당대의 지식을 망라했다. 이 토론을 위해 쓴 연설문이 훗날 ‘르네상스 선언문’으로 불리게 되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하여>다. 서로 다른 학문과 전통을 끌어들여 지식을 확장하겠다는 기획 자체가 르네상스적이었다.에드워드 윌슨-리는 신작 <천사들의 문법>에서 피코의 생애를 따라가며 지식에 대한 갈망이 폭발했던 르네상스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피코는 히브리어, 라틴어, 고대 셈어, 에티오피아의 그즈으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익히며 당대의 모든 지식 전통을 넘나들었다. 피코의 탐구를 따라가다 보면 당대의 철학과 상충하는 주장들, 그에 따르는 의문을 깊이 있게 살펴보게 된다.피코가 특히 주목한 것은 언어에 담긴 신비로운 힘이었다. 그는 개별 대상을 하나로 통합하는 언어의 힘이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정 리듬을 반복하며 아기를 재우는 자장가가 하나의 예다.피코는 사람의 넋을 홀리고 의지를 조종할 수 있는 언어의 형태가 있다고 봤다. 언어의 신비로운 힘은 개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나’를 ‘우리’로 묶어내는 작용을 한다. 그는 이 힘이 인간을 천사의 반열에까지 오르게 할 수 있다고 봤다.문제는 이 같은 결론이 당대 질서와 충돌했다는 점이다. 천사의 형상으로까지 변할 수 있다고 한 그의 주장은 당시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풀꽃’)10일 충남 공주 나태주풀꽃문학관에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100만 부 출판 기념회 겸 시인의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2015년 출간된 이 시집이 10여년 만에 ‘밀리언 셀러’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출판 불경기 속 단일 시집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출판사 지혜에 따르면 이 시집은 국내에서 87만부, 일본에서 13만부 이상 팔렸다. 중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에서도 출간된 만큼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00만 부를 훌쩍 뛰어넘었다. 나태주 시인은 이날 “참으로 저에겐 기적의 책”이라고 했다.<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작품 가운데 인터넷과 SNS에서 자주 인용되는 시들을 직접 골라 엮은 시집이다. 이 책은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예스24에 따르면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국내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판매된 시집이다. 최근 10년 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도 약 5개월간 동안 이름을 올렸다.대표작 ‘풀꽃’의 인기도 흥행을 견인했다. 이 시는 2012년 서울 광화문글판에 실리며 널리 알려졌다. 시민들이 가장 사랑한 광화문글판으로 꼽히는 등 꾸준히 회자됐다. BTS(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소개한 것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최근의 ‘텍스트힙’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스24에 따르면 작년 10~20대의 시집 구매량은 전년(2024년) 대비 51.9% 증가했고, 특히 10대 독자의 시집 구매량은 전년 대비 97.2% 급증했다.나태주 시인은 이날 시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컴퓨터, SNS, 인
“곁에서 속삭이는 사소한 개천물 소리가/ 네 생의 응원가임을/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위로의 언어임을 자각할 것” (‘조팝꽃에게’ 중에서)김홍조 시인이 시집 <강강에 좋다고 술래나 돌자>를 펴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만남은 우연으로 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노래한다. “낯섦에서 오는 당혹감일랑은/오목눈이가 뻐꾸기 알을 품듯/가슴으로 꼬옥 안아 주시기를”(‘청계산 진달래’ 中) 바라는 이유다.그는 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으로 일하던 2009년 55세 나이로 등단했다.그는 꽃과 바람, 물소리 같은 장면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조건이 되는 삶을 말하며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짚는다. 곳곳의 풍자와 아이러니가 묘미로 다가온다. 문단에서는 그의 시에 대해 “우러나는 정감과 상상의 깊이가 시 읽는 맛과 멋을 느끼게 한다”(허형만 시인)고 말한다.최한종 기자
“곁에서 속삭이는 사소한 개천물 소리가/ 네 생의 응원가임을/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위로의 언어임을 자각할 것” (‘조팝꽃에게’ 中)김홍조 시인이 시집 <강강에 좋다고 술래나 돌자>를 펴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만남은 우연으로 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노래한다. “낯섦에서 오는 당혹감일랑은/오목눈이가 뻐꾸기 알을 품듯/가슴으로 꼬옥 안아 주시기를”('청계산 진달래' 中) 바라는 이유다.그는 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으로 일하던 2009년 55세 나이로 등단했다. 지난 2022년 첫 시집 <살바도르 달리 표 상상력 공작소>에선 살아온 시대의 아픔을 그려냈다.이번 시집에서 그는 꽃과 바람, 물소리 같은 장면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조건이 되는 삶을 말하며 혼자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짚는다. 곳곳의 풍자와 아이러니가 묘미로 다가온다. 문단에서는 그의 시에 대해 “우러나는 정감과 상상의 깊이가 시 읽는 맛과 멋을 느끼게 한다”(허형만 시인)고 말한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1486년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스물넷의 나이에 피렌체에 입성해 대담한 제안을 내놓는다. 종교와 철학, 자연철학을 아우르는 900개의 논제를 제시하고 누구든 상대가 될 수 있는 공개 토론을 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그가 준비한 주제는 바다가 짠 이유에서부터 비만의 원인까지 당대의 지식을 망라했다. 이 토론을 위해 집필한 연설문이 훗날 ‘르네상스 선언문’으로 불리게 되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하여>다. 서로 다른 학문과 전통을 끌어들여 지식을 확장하겠다는 기획 자체가 르네상스적이었다.에드워드 윌슨-리는 신작 <천사들의 문법>에서 피코의 생애를 따라가며 지식에 대한 갈망이 폭발했던 르네상스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피코는 히브리어, 라틴어, 고대 셈어, 에티오피아의 그즈으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익히며 당대의 거의 모든 지식 전통을 넘나들었다.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유럽의 전통 철학에서부터 당시 이방의 새로운 사상이었던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의 아랍 철학 등을 통합하는 ‘보편 진리’를 추구했다. 르네상스 특유의 지적 흥분과 확장 욕망이 그의 사유에 응축된 셈이다. 피코의 탐구를 따라가다 보면 당대의 철학과 상충하는 주장들, 그에 따르는 의문을 깊이 있게 살펴보게 된다.피코가 특히 주목한 것은 언어에 담긴 신비로운 힘이었다. 그는 개별 대상을 하나로 통합하는 언어의 힘이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정 리듬을 반복하며 아기를 재우는 자장가의 존재가 하나의 예다.피코는 사람의 넋을 홀리고 의지를 조종할 수 있는 언어의 형태가 있다고 봤다. 언어의 신비로운 힘은 개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
올해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문화예술 축제 ‘베네치아 비엔날레’(5월)와 ‘아비뇽 페스티벌’(7월)엔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사진)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다.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원작 낭독 공연이 올여름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오는 7월 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 등 한국 공연예술 9개 작품을 포함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작품이 공식 초청된 것은 1998년 ‘아시아의 열망(Désir d’Asie)’ 이후 28년 만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했다. 한국 공연예술의 창작 역량과 다양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에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출연한다. 아비뇽 페스티벌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공동 기획한 작품으로,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SPAF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기반으로 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이 창작한 신작 ‘끔찍한 고통 그리고 사랑(The dolore terrible e l’amore)’도 이번 축제에서 발표된다. 최근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 서로 다른 형식의 공연으로 확장되며 전 세계 관람객을 만나는 것. 이 밖에 ‘연극계 노벨상’인 국제 입센상 수상에 빛나는 구자하 작가의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도 아비뇽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원작 낭독 공연 등 한국 공연예술 9개 작품이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인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한국 공연예술 9개 작품이 포함됐다. 한국 작품이 공식 초청된 것은 1998년 ‘아시아의 열망(Désir d’Asie)’ 이후 28년 만이다.우선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출연한다. 아비뇽 페스티벌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공동 기획한 작품으로, 오는 10월 SPAF에서도 다시 공연될 예정이다.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이 같은 작품을 기반으로 창작한 신작 '끔찍한 고통 그리고 사랑(The dolore terrible e l'amore)'도 이번 축제에서 발표된다. 최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 서로 다른 형식의 공연으로 확장되며 세계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연극계 노벨상'인 국제 입센상을 수상한 구자하 작가의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도 아비뇽 무대에 오른다. 코끼리들이 웃는다(연출 이진엽)의 관객 참여형 공연 '물질',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바키(연출 이경성)의 '섬 이야기', 기후 위기의 현실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허 프로젝트(안무 허성임)의 '1도씨', 전통연희와 현대무용을 접목한 리퀴드 사운드(연출 이인보)의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
‘권력 중독’의 모습은 곳곳에서 보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유명하다. 그는 작년 유럽 정상들과의 다자 회담에서 혼자 책상에 앉아 '선생님'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메르켈 독일 전 총리는 ‘앙숙’이었던 그에 대해 “방안에 사람이 많을수록 승자가 되려는 욕구를 더 강하게 드러냈다”며 “모든 만남이 경쟁이었다”고 평했다.신간 <권력중독>에서 독일 심리학자 카르스텐 C. 셰르물리는 이 같은 현상을 심리학과 생물학의 언어로 풀어낸다. 권력을 쥐는 순간 대량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고 강한 쾌감이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라 반복을 요구하는 경험으로 각인된다. 권력은 일종의 중독 물질처럼 작용하고, 상실의 순간에는 금단에 가까운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저자는 트럼프 대통령, 샘 올트면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분식회계로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 등 사례를 통해 권력이 어떤 모습을 띠는지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기후 위기 대응’이나 ‘공정한 경제 시스템’처럼 명분을 내세우는 움직임에도 권력을 통해 기분 좋은 자극을 느끼기 위한 욕심이 반영돼 있다고 한다.흥미로운 대목은 권력이 인지 구조 자체를 바꾼하는 분석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타인을 단순화하고 고정관념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권력 있는 나이 든 남성일수록 Z세대는 게으르다며 “우리 때는 더 열심히 일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저자는 해법도 제시한다. 첫째, 권력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지, 타인의 말을 끊고 있지는
“‘바냐 삼촌’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분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연극 ‘바냐 삼촌’에서 주연 바냐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은 7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서진은 바냐의 조카 소냐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과 함께 연극 무대에 오른다. 두 배우가 데뷔 후 공식적인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배우에 대한 선망이 늘 있었다는 고아성은 “고전을 읽으면서 받았던 감정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1899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바냐 삼촌’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이다. 이서진이 연기하는 바냐는 죽은 여동생의 남편(대학교수)이 성공하길 바라며 헌신적으로 영지를 관리해 온 인물이다. 바냐가 조카 소냐와 함께 유지하고 있던 일상은 교수가 새 아내 엘레나를 데리고 오면서 흔들린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관계는 뒤엉킨다.연출은 배우로도 활동해 온 손상규가 맡았다. 그는 영화 원작을 연극으로 각색한 ‘타인의 삶’으로 주목받은 뒤 이번 작품으로 처음 대극장 연출에 도전한다.원작은 19세기 러시아의 시골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번 공연은 특정 시대나 장소에 갇히지 않는다. 무대는 점·선·면의 미학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로 설계됐다. 관객의 상상력을 위한 여백을 남기기 위해서다. 조명 연출은 간접광과 직사광의 뚜렷한 대비가 돋보인다. 인물의 내면과 관계 변화를 선명하게 드러내려고 했다. 교수 세레브랴코프 역을 맡은
“'바냐 삼촌'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분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 연극 ‘바냐 삼촌’에서 주연 바냐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은 7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서진은 바냐의 조카 소냐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과 함께 연극 무대에 오른다.두 배우가 데뷔 후 공식적인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배우에 대한 선망이 늘 있었다는 고아성은 "고전을 읽으면서 받았던 감정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1899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바냐 삼촌’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이다. 이서진이 연기하는 바냐는 죽은 여동생의 남편인 교수의 성공을 위해 영지를 헌신적으로 관리해 온 인물이다. 바냐가 조카 소냐와 함께 유지하고 있던 일상은 교수가 새 아내 ‘엘레나’를 데리고 오면서 흔들린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관계는 뒤엉킨다.연출은 배우로도 활동해 온 손상규가 맡았다. 그는 영화 원작을 연극으로 각색한 '타인의 삶'으로 주목받은 뒤 이번 작품으로 처음 대극장 연출에 도전한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사실주의적 재현보다 감정의 밀도와 관계의 움직임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손상규는 "소극장에서 작동하는 장치가 대극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연습 때에도 대극장에 있다는 것을 가정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무대는 점·선·면의 미학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로 설계됐다. 관객의 상상
증시 변동성이 극도로 커지면서 불안한 개인 투자자들은 조그마한 힌트라도 하나 더 얻어보겠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있다.베리 리트홀츠 리트홀츠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런 정보 집착이 오히려 실수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신간 <투자 불패의 법칙>에서 시장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는 투자법을 제시한다. 그는 투자 실패의 원인을 정보 부족이 아니라 행동의 오류에서 찾는다.리트홀츠는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보는 이유를 ‘정보 과잉’에서 찾는다. 유튜브, SNS, 각종 보고서는 투자 판단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그는 인간은 애초에 투자자로 진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사바나에서 맹수를 피하는 데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걸핏하면 인지 오류를 일으키고 감정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상승 전환 후) 포모(FOMO·소외 공포)→추격 매수→(하락 전환 후) 물타기→패닉→투매’가 반복되는 이유다.그는 ‘아무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를 받아들일 것을 주문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투자 실패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더 많은 정보를 쌓기보다 ‘나쁜 생각, 나쁜 숫자, 나쁜 행동’을 피하라고 말한다. 분산 투자, 장기 보유 같은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지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그는 숫자에 대해 경계하라고도 말한다. 시장은 수치로 설명되지만, 그 숫자는 종종 맥락을 제거한 채 소비된다. 가령 ‘3000명 해고’라는 숫자에 압도돼 투자를 망설인다면 함정에 빠진 것일 수 있다. 그 기업이 210만명을 고용한 월마트라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
영화 흥행의 영향으로 앤디 위어의 원작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영화 특별판)>가 1위에 올랐다.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의 각본집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도 4위에 올랐다.문학 분야에서는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판매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달 27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발표 이후 <작별하지 않는다>는 7위로 역주행했다. 발표 이후 5일간 판매량(3/27~31)이 직전 5일 대비 284.6% 증가했다. 구매자 연령대는 50대 비중이 35.6%로 가장 높았다.최한종 기자
노화를 늦춰 준다는 초고가 시술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혈장에서 유해 물질을 제거한 뒤 다시 주입하는 혈장교환술도 그중 하나다.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이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하지만 효능과 안전성을 뒷받침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동물실험을 넘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심장전문의이자 의학 전문가인 에릭 토폴은 신간 <늙지 않는 몸>에서 이 시술에 대해 “큰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늙지 않는 몸>은 ‘정보과잉’ 시대에 과학과 과장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심장전문의이자 의학 전문가로서 노화와 질병을 둘러싼 방대한 최신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노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개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저자는 80~90대의 나이에 신체적·인지적 기능을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하는 ‘슈퍼에이저’에 주목한다. 다리 부종으로 저자를 찾은 98세 LR 부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긴 건강 수명이 타고났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부모는 59세와 64세에, 두 오빠는 43세와 75세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저자는 장수에 후천적인 도움을 준 다섯 가지 차원에 주목했다. 생활습관, 세포, 체학, 인공지능, 약물과 백신 등이다. 생활습관의 경우 개인이 자주 접하는 일상적 요인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초가공식품, 감미료, 소금,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섭취 비율, 카페인과 알코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방대한 최신 연구를 통해 검토한다.예컨
한국 문학의 거목 박경리(1926~2008)의 유고 시집 <산다는 슬픔>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는 미발표 시 47편이 담겼다.박경리는 1955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해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의 큰 이정표를 세운 작가다. 동시에 약 200편의 시를 남긴 시인이기도 하다. 소설 등단 1년 전인 1954년, 상업은행 행우회 사보에 발표한 ‘바다와 하늘’이 그의 첫 작품이었다. 이후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등 다섯 권의 시집을 펴냈다.<산다는 슬픔>은 생전에 발표되지 않았던 시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수록된 작품들은 강원 원주에서 <토지> 5부를 집필하던 시기에 주로 쓰였다. 문단의 평가나 독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사적이고 내밀한 기록이 대부분이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개인적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시집에 실린 작품들에서 박경리는 시대와 역사, 가족과 고통,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유를 담담하면서도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 가엾은 족속들의 텅텅 빈 머리통/쥐어짠다고 기름이 나오나”(‘꼴불견’ 中)라는 문장에서는 박경리의 솔직한 언어를 볼 수 있다. 이번 시집에는 박경리의 육필 원고 11편도 함께 실렸다.최한종 기자
증시 변동성이 극도로 커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매일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투자에 도움을 준다는 유튜브 등의 콘텐츠에 시선이 간다. 개미들은 콘텐츠가 제시하는 수혜주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다.그런데 베리 리트홀츠 리트홀츠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럴 때일수록 실수할 확률이 커진다고 말한다. 그는 신간 <투자 불패의 법칙>에서 시장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는 투자법을 제시한다. 그는 투자 실패의 원인을 정보 부족이 아니라 행동의 오류에서 찾는다.리트홀츠는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보는 이유를 ‘정보 과잉’에서 찾는다. 유튜브, SNS, 각종 보고서는 투자 판단을 왜곡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그는 인간은 애초에 투자자로 진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사바나에서 맹수를 피하는 데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걸핏하면 인지 오류를 일으키고 감정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상승 전환 후) 포모(FOMO·소외 공포)→추격 매수→(하락 전환 후) 물타기→패닉→투매’가 반복되는 이유다.그는 ‘아무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를 받아들일 것을 주문한다. 유명 투자자와 전문가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투자 실패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그는 투자자의 시선을 ‘무엇을 맞힐 것인가’에서 ‘무엇을 피할 것인가’로 바꾼다. 더 많은 정보를 쌓기보다 ‘나쁜 생각, 나쁜 숫자, 나쁜 행동’을 피하라고 말한다. 분산 투자, 장기 보유 같은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지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그는
"볼레로의 음악이 시작되면 우주 먼 곳에서 제 위로 떨어진 음표가 제 손을 움직인다는 느낌이에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춤으로만 느낄 수 있겠다 싶은 감정을 느낍니다."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사진)이 '현대 발레의 전설'로 불리는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대표작 '볼레로'를 선보이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베자르 발레 로잔(BBL) 내한공연에서 '볼레로' 주역을 맡았다. 한국인 무용수가 이 작품의 주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김기민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의 아주 좋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에너지 있는 안무에 매 순간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자신이 느끼는 벅찬 감정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1961년 초연된 '볼레로'는 베자르가 모리스 라벨의 동명 음악에 안무를 붙인 작품이다. 베자르가 설립한 무용단인 BBL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반복되는 선율이 지닌 에너지를 무용수들의 강렬한 몸짓으로 극대화했다. 김기민은 "제가 작품에 나온다는 이유로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베자르 작품이 공연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기민은 작중 선율을 의인화한 '라 멜로디' 역할을 맡았다. 그는 공연 무대에 놓인 테이블 위에서 춤을 선보이고, 다른 무용수들은 김기민을 둘러싸고 군무를 펼친다. 그는 "밑에서 밀어주는 힘을 받으며 춤을 춘다고 상상하니 오히려 기운을 받는다며 "무용수뿐 아니라 관객까지 춤을 추게 하는 의식과도 같은 작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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