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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한종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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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부 최한종입니다.

  • [책마을] 가부장에서 아빠로…권위를 내려놓는 아버지들

    우리에게 ‘아버지’란 무엇인가. 성씨로 대물림되는 부성은 한 사람이 누구의 자식인지, 무엇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규정해온 인류사의 오래된 장치다. 부성은 가족 안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종교와 정치 권력, 나아가 사회 질서를 짜는 핵심 원리로 작동해 왔다.역사학자 어거스틴 세지윅은 <아버지의 역사>에서 서구권 문화 속 부성의 변천사를 짚어낸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헨리 8세, 토머스 제퍼슨 등 서구사의 주요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며 아버지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주됐는지를 추적한다.흥미롭게도 가부장제의 전통은 남성의 권위가 흔들릴 때마다, 혹은 기존 질서를 더는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때마다 새로운 부성의 모델이 등장했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위기, 기독교의 부상, 종교개혁, 유럽인의 신세계 진출, 군주제의 균열, 산업화와 근대 가족의 변화가 모두 그런 전환점이었다.플라톤은 <국가>에서 가부장을 중심으로 한 사적 가정을 해체하자고 주장하며 공동 양육을 제안했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비롯된 재산이 아테네의 정치와 정의를 타락시키고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자연질서 연구 등을 통해 부권을 통해 통치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점을 밝히려고 애썼다.기독교 사상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아버지는 또 다른 의미를 띤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버지를 선한 가정과 사회의 출발점으로 봤다면, 아우구스티누스는 부계로 계승되는 ‘원죄’ 개념을 통해 아버지를 타락의 통로로 사유했다.그러나 여기서 부성의 권위가 약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버지는 자녀

    2026.05.08 18:16
  • [책마을] '숲 속 오두막' 생물학자의 40년

    신간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40년 동안 숲에서 기록해 온 생명 관찰기다.그는 마흔의 나이에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정교수직을 내려놓고 메인주 숲속에 오두막을 지어 들어갔다. 송장벌레 부부가 자기 몸보다 큰 사체를 어떻게 옮기는지 궁금해 땅에 누워 지켜보고, 혹한 속 작은 새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확인하려고 어두운 밤 나무 위로 올라갔다.그는 어느 날 손바닥처럼 훤히 알던 메인주의 숲에서 이전엔 보지 못했던 큰까마귀를 발견했다. 이어서는 이곳에 없었던 코요테까지 나타났다. 큰까마귀는 혼자 사는 고독한 새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존재를 알리고 도움을 주고받는 사회적 존재였다. 그가 먹이를 발견했을 때 내는 특유의 ‘비명’ 소리를 녹음해 숲에 재생하자 다른 큰까마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튿날에는 코요테 울음소리도 들렸다. 먹잇감을 공유한 덕분에 이들은 각자 배를 채울 수 있었다.숲에선 식물, 초식동물, 포식자, 곤충, 미생물이 복잡한 관계망을 이루고, 한 생명체의 선택은 다른 존재들의 삶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친다. 숲을 이렇게 가까이 들여다본 그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서도 철저한 보존과는 약간 다른 답을 제시했다. 자연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놔두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나무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숲을 살아 있는 생태계로 보지 못한 채 목재 생산을 위한 공간으로만 여기는 태도다.숲은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곤충과 새, 짐승과 균류, 죽은 생명과 새로 자라는 생명이 얽힌 세계라는 것이다. ‘나무가 숲의 주인공은 아니다’

    2026.05.08 18:15
  • [책마을] '흔한남매 22' 종합 1위…아동용 도서 3권 '톱10'

    어린이날 연휴의 영향으로 아동 분야 도서 강세를 보이며 <흔한남매 22>가 종합 1위 올랐다. 이밖에도 백희나 작가의 <구멍청>(8위), 주식회사 포켓몬·기노시타 치히로의 <포켓몬 생태도감>(6위) 등 어린이가 좋아하는 책이 강세를 보였다.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2위,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가 3위를 차지했다.최한종 기자

    2026.05.08 18:14
  • 권위의 아버지에서 포옹하는 아빠로, 신간 <아버지의 역사>

    우리에게 ‘아버지’란 무엇인가. 성씨로 대물림되는 부성은 한 사람이 누구의 자식인지, 무엇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규정해온 인류사의 오래된 장치다. 부성은 가족 안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종교와 정치 권력, 나아가 사회 질서를 짜는 핵심 원리로 작동해 왔다. 하지만 부성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바뀌어 왔는지는 관심이 적었다. 흔들릴 때마다 새로 쓴 부성 역사학자 어거스틴 세지윅은 <아버지의 역사>에서 서구권 문화 속 부성의 변천사를 짚어낸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헨리 8세, 토머스 제퍼슨 등 서구사의 주요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며 아버지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주됐는지를 추적한다. 저자의 시각에서 ‘백인 아버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부장제 전통을 구축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전통이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남성의 권위가 흔들릴 때마다, 혹은 기존 질서를 더는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때마다 새로운 부성의 모델이 등장했다.아테네 민주주의의 위기, 기독교의 부상, 종교개혁, 유럽인의 신세계 진출, 군주제의 균열, 산업화와 근대 가족의 변화가 모두 그런 전환점이었다. 저자는 이 사상들이 각 인물의 개인적 경험과 깊이 맞물려 있었다고 본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가부장을 중심으로 한 사적 가정을 해체하자고 주장하며 공동 양육을 제안했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비롯된 재산이 아테네의 정치와 정의를 타락시키고 있다는 시각이다.하지만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자연질서 연구 등을 통해 부권을 통해 통치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점을

    2026.05.08 13:16
  • '숲 속 오두막' 생물학자의 40년, 신간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신간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는 ‘우리 시대의 소로’로 불리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40년 동안 숲에서 기록해 온 생명 관찰기다.그는 마흔의 나이에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정교수직을 내려놓고 메인주 숲속에 오두막을 지어 들어갔다. 송장벌레 부부가 자기 몸보다 큰 사체를 어떻게 옮기는지 궁금해 땅에 누워 지켜보고, 혹한 속 작은 새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확인하려고 어두운 밤 나무 위로 올라갔다.그는 애정을 가지고 파고들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는 어느 날 손바닥처럼 훤히 알던 메인주의 숲에서 이전엔 보지 못했던 큰까마귀를 발견했다. 이어서는 이곳에 없었던 코요테까지 나타났다.큰까마귀는 혼자 사는 고독한 새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존재를 알리고 도움을 주고받는 사회적 존재였다. 그가 먹이를 발견했을 때 내는 특유의 ‘비명’ 소리를 녹음해 숲에 재생하자 다른 큰까마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튿날에는 코요테 울음소리도 들렸다. 먹잇감을 공유한 덕분에 이들은 각자 배를 채울 수 있었고, 낯선 미끼에 접근할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낮출 수 있었다.숲에선 식물, 초식동물, 포식자, 곤충, 미생물이 복잡한 관계망을 이루고, 한 생명체의 선택은 다른 존재들의 삶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친다. 하인리히는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의 모레미 야생보호구역에선 모파네 나무들이 떼로 고꾸라진 광경을 목격했다. 모파네를 즐겨 먹는 코끼리가 주범이었다.그런데 중간 크기의 어린 모파네는 코끼리에게 쓰러져도 땅속에 뿌리가 남아 다시 살아났다. 때로는 한 그루가 서너 그루처럼 번져 자라기도 했

    2026.05.08 10:05
  • 신성록·김준수·전동석·고은성의 뮤지컬 '드라큘라' 7월 개막

    뮤지컬 배우 신성록·김준수·전동석·고은성이 드라큘라로 분한다.제작사 오디컴퍼니는 6일 뮤지컬 '드라큘라' 캐스팅 라인업을 공개했다.‘드라큘라’ 역에는 신성록, 김준수, 전동석이 다시 이름을 올렸고, 고은성이 새롭게 합류했다.신성록은 압도적인 존재감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김준수는 초연부터 쌓아온 상징성과 강렬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이끈다. 전동석은 깊은 저음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으로 비극적 로맨스를 그려낼 예정이다. 새로 합류한 고은성은 자신만의 해석으로 새로운 드라큘라를 선보인다.드라큘라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미나’ 역은 조정은, 박지연, 김환희가 맡는다. 조정은은 깊이 있는 해석과 가창력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고, 박지연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미나의 고뇌를 풀어낸다. 김환희는 뉴 캐스트로 합류해 당당하고 진취적인 미나를 보여줄 예정이다.조연 라인업도 공개됐다. 드라큘라를 쫓는 ‘반 헬싱’ 역에는 강태을과 임정모가 캐스팅됐다. 미나의 약혼자 ‘조나단’ 역은 진태화와 임현준이 맡는다. 미나의 친구 ‘루시’ 역에는 이예은과 이아름솔이 이름을 올렸다.뮤지컬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바탕으로 400년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시즌은 오는 7월 10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2026.05.06 17:38
  • 예술과 정치의 기로에 선 베네치아 비엔날레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 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6일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제61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총감독의 별세, 참여 작가 수 급감, 심사위원 전원 사퇴로 인한 황금사자상 폐지 등 예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개막을 알렸다. ◇젊은 작가, 중동·아프리카·남미 약진올해 제61회 비엔날레의 총감독인 카메룬 태생의 큐레이터 코요 쿠오는 개막식을 볼 수 없다.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전시 준비 중 감독이 사망한 것은 비엔날레 131년 역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유족과 비엔날레 측은 쿠오의 유지를 이어받아 그가 남긴 원안 그대로 전시를 실행하기로 했다. 그녀가 정한 비엔날레 주제는 ‘In Minor Keys’. 음악의 단조(短調)를 뜻하지만, 동시에 ‘주류가 아닌 것’, ‘소수의 것’을 암시하는 제목이다.본전시의 가장 큰 변화는 참여 작가가 111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24년 331팀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양 대신 깊이를 택했다는 게 미술계의 해석이다. 참여 작가의 특성도 확 달라졌다. 직전 두 회 비엔날레가 과거의 작가를 재조명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90% 이상이 생존작가다. 그중 절반 이상이 1950~1980년생 중견 세대다.비엔날레의 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중동·아프리카·중남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본전시 작가 중 아프리카 출신 비중이 20%,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는 15%에 달한다. 근 10년간 열린 전시에 비하면 비율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카타르는 국가관이 밀집한 자르디니 공원에 신축 파빌리온을 열었다. 자르디니 공원에 신축 국가관이 들어서는 건 1995년 한국관 이후 30

    2026.05.05 17:07
  • 어린이날 특수…아동 도서 4권이 '판매 톱10'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녀에게 책을 선물하려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서점가에서 그림책과 어린이 만화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아동 도서들이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잇따라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아동 문학 거장의 작품에도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4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백희나의 신작 <구멍청>은 이날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4월 27일~5월 3일) 4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출간 직후 빠르게 순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어린이날 선물 수요까지 겹치며 판매에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백희나는 국내 그림책을 세계에 알린 대표 작가로 꼽힌다. 2004년 <구름빵>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장수탕 선녀님>(2012), <알사탕>(2017) 등에서 현실과 판타지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관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신작 <구멍청>은 아이들의 상처를 따뜻한 상상력으로 어루만지는 작품이다. 이야기 속 달토끼들은 제대로 된 요리를 완성했을 때만 식당 문을 연다. 깊은 산속에서 자연산 구멍을 발견한 달토끼들은 여드레 밤낮 동안 정성껏 ‘구멍청’을 달인다.달토끼들은 식당을 찾은 지친 곰돌이에게 거창한 위로 대신 정성껏 달인 구멍청 한 그릇을 내준다. 백희나는 “삶에서 한 번쯤 만나는 구멍을 애써 피하지 않고, 다정히 들여다보고, 천천히 어루만지며 때로는 작은 해소로, 따뜻한 온기로 채우고 싶었다”고 전했다.종합 판매순위에는 <구멍청> 이외에도 <흔한남매 22>(1위), <포켓몬 생태도감>(5위), <어린왕자:미나리마 에디션)(7위) 등 어린이를 위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어린이날을 맞아 아동문학계 거

    2026.05.04 17:19
  • 백희나 신작부터 포켓몬까지…어린이날 서점가 달군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녀에게 책을 선물하려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서점가에서 그림책과 어린이 만화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아동 도서들이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잇따라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아동 문학 거장의 작품에도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백희나 <구멍청> 종합 4위4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백희나의 신작 <구멍청>은 이날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4월 27일~5월 3일) 4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출간 직후 빠르게 순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어린이날 선물 수요까지 겹치며 판매에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이밖에도 <흔한남매 22>(1위), <포켓몬 생태도감>(5위), <어린왕자:미나리마 에디션)(7위) 등 어린이를 위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백희나는 국내 그림책을 세계에 알린 대표 작가로 꼽힌다. 2004년 <구름빵>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장수탕 선녀님>(2012), <알사탕>(2017) 등에서 현실과 판타지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관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손으로 만든 인형 등 미니어처 세트, 조명을 결합한 작업 방식이 돋보인다. 2020년에는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영화 같은 그림책이 소재와 표정·몸짓을 놀라운 감각으로 나타낸다”고 평가했다.신작 <구멍청>은 아이들의 상처를 따뜻한 상상력으로 어루만지는 작품이다. 이야기 속 달토끼들은 제대로 된 요리를 완성했을 때만 식당 문을 연다. 깊은 산속에서 자연산 구멍을 발견한 달토끼들은 여드레 밤낮 동안 정성껏 ‘구멍청’을 달인다.달

    2026.05.04 15:45
  • 임윤찬·뮌헨 필·창작 발레 '심청'…별들이 수놓는 예술무대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은 공연계의 성수기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국내외 정상급 피아니스트가 대거 무대에 오르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연극도 줄을 잇는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도 5월에 이뤄진다. 뮌헨 필·빈 심포니 잇따라 공연세계 지휘계의 차세대 거장 라하브 샤니가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내한 공연을 펼친다. 5~6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8일 아트센터인천,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번갈아 연주한다.빈 심포니는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체코 출신 페트르 포펠카의 지휘로 빈 사운드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드보르자크 ‘카니발 서곡’,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등을 들을 수 있다.서울시립교향악단은 8~9일 지휘자 김선욱,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와 호흡을 맞춘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8일 홍석원 지휘, 첼리스트 문태국 협연으로 ‘더 클래식 2026 시리즈2’ 무대를 마련해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17일 ‘거슈윈, 파리의 아메리카인’ 프로그램으로 미국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을 연주한다. 임윤찬, 2년 만의 전국 투어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년 만에 국내 리사이틀 투어를 한다. 프로그램부터 공연장, 일정까지 임윤찬이 직접 기획했다. 슈베르트와 스크랴빈의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무대다.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9일 부산콘서트홀, 10일 통영국제음악당, 12일 서울 예

    2026.05.01 18:02
  • [책마을] 살다가 흔들릴 때 손 내밀고 싶은 詩

    시는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때로는 상담실의 긴 설명보다 빠르게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신간 <불면의 밤에 읽는 치유의 시 50>은 그 힘을 믿는 책이다.저자 노먼 로젠탈은 계절적 정서장애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광선요법을 개발한 미국 정신과 의사다. 그는 50편의 시를 골라 사랑과 상실, 노화와 죽음 등 삶의 장면에서 시를 통해 도움받는 방법을 제시한다. 고두현 시인이 번역했다.각 시의 해설에서 화자의 감정 구조를 짚어내고, ‘마음 처방전’을 건넨다. 저자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맞이한 독자들에게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의 시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를 권한다.시인은 세상을 떠난 이가 천 갈래 바람이 되고, 눈송이가 되고, 햇빛이 되고, 잔잔한 가을비가 돼 우리 곁에 머문다고 노래했다. “자연의 여러 모습처럼 죽은 이들을 떠오르게 하는 온갖 움직임에 반응해 그들을 기억하라”최한종 기자

    2026.05.01 17:09
  • [책마을] 민주주의는 어쩌다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가

    과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은 쿠데타였다. 민주화가 뿌리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가난한 나라에서 주로 벌어지던 일이었다. 쿠데타는 감출 수도 없었다. 탱크가 거리로 나오고 권력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장면은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위협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유권자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독립적이어야 할 법원을 권력의 무기로 삼거나, 언론을 검열하고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스로 갉아먹는 민주주의미국정치학회장을 맡고 있는 수전 C. 스토크스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백슬라이더>에서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세르비아, 브라질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쿠데타가 갑작스러운 폭발처럼 일어나 숨길 수 없는 사건이었다면 ‘민주주의 침식’은 은밀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시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즉각 알아차리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저자는 민주주의 침식을 ‘수직적·수평적 책임성의 약화’로 규정한다. 수직적 책임성은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권력자를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이고, 수평적 책임성은 의회, 법원, 독립기관 등 공적 기구가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다. 민주주의가 침식된다는 것은 이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진다는 의미다.유권자가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기 어려워지고, 정부 기관과 독립 기구도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유권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지를 파헤친다.그는 우선 소득 격차

    2026.05.01 17:09
  • [책마을] 남을 희생해서 자기 몫 챙기려는 인자도 있다

    ‘마땅하다, 존중, 다른 사람, 경멸’. 이 단어들로 최대한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 보라. 모든 단어를 다 쓸 필요는 없다.어떤 문장이 완성됐는가. ‘다른 사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라고 썼다면 ‘악의 본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경멸스럽다’는 식의 문장이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저런 악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을 좌우하는 ‘다크팩터’(D-인자)가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신간 <다크팩터> 우리 안에 숨은 악의 본성을 탐구한다. 독일 심리학자 벤야민 E. 힐비히 등이 썼다. 저자들은 악한 성격 특성과 행동들의 밑바닥에 하나의 공통된 성격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이를 ‘D-인자’로 명명했다.D-인자는 타인의 희생을 발판 삼아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다. 심지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이 성향은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신념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믿음, 타인이 나를 착취하려 한다는 불신 등이다.저자들은 D-인자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을 직접 개발했다. 단어 조합 방식보다 정확도를 크게 높인 도구다. 설문조사는 책에 적혀 있는 웹사이트에서 한국어로도 해볼 수 있다. 책은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무엇이 D-인자의 차이를 만드는지, D-인자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나아가 삶의 만족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D-인자 수치가 높았고,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나 지능, 소득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D-인자의 개

    2026.05.01 17:09
  • [책마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원작…3월 말부터 5주 연속 1위

    영화 원작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앤디 위어 지음)가 5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며 4월 내내 1위를 지켰다. 어린이 베스트셀러 시리즈 <흔한남매 22>가 2위, <포켓몬 생태도감>이 7위를 차지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녀용 도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드라마 대본집 <21세기 대군부인 대본집 세트>가 3위에 올랐다.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4위를 차지하며 흥행세를 이어갔다.최한종 기자

    2026.05.01 17:09
  • 상처 입은 마음에 시가 건네는 처방전, 신간 <…치유의 시 50>

    시는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때로는 상담실의 긴 설명보다 빠르게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신간 <불면의 밤에 읽는 치유의 시 50>은 그 힘을 믿는 책이다.저자 노먼 로젠탈은 계절적 정서장애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광선요법을 개발한 미국 정신과 의사다. 그는 50편의 시를 골라 사랑과 상실, 노화와 죽음 등 삶의 대표적인 장면에서 시를 통해 도움받는 방법을 제시한다. 고두현 시인이 번역을 맡았다.이 책은 각 시의 해설에서 화자의 감정 구조를 짚어내고, 여기서 나오는 ‘마음 처방전’을 독자에게 건넨다. 저자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맞이한 독자들에게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의 시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를 권한다. 시인은 세상을 떠난 이가 천 갈래 바람이 되고, 눈송이가 되고, 햇빛이 되고, 잔잔한 가을비가 돼 우리 곁에 머문다고 노래했다. 저자는 “자연의 여러 모습처럼 죽은 이들을 떠올르게 하는 온갖 움직임에 반응해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시를 가장 깊이 즐기는 법도 소개한다. 무엇보다 소리 내어 읽기를 권한다. “소리 내 읽는 행위는 묵독과는 다른 신경, 근육,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체험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여러 번 반복해 읽고, 다른 사람의 낭송을 들어보는 것도 시를 약으로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2026.05.01 10:16
  • 나는 악한 사람일까…'다크팩터'를 측정해보라, 신간 <다크팩터>

    ‘마땅하다, 존중, 다른 사람, 경멸’. 이 단어들로 최대한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 보라. 모든 단어를 다 쓸 필요는 없다.어떤 문장이 완성됐는가. ‘다른 사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라고 썼다면 '악의 본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경멸스럽다’는 식의 문장이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저런 악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을 좌우하는 ‘다크팩터’(D-인자)가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신간 <다크팩터>  우리 안에 숨은 악의 본성을 탐구한다. 독일 심리학자 벤야민 E. 힐비히, 모르텐 모스하겐, 잉고 제틀러가 함께 썼다. 저자들은 다양한 악한 성격 특성과 악한 행동들의 밑바닥에 하나의 공통된 성격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이를 ‘D-인자’로 명명했다.D-인자는 타인의 희생을 발판 삼아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다. 심지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이 성향은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신념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믿음, 타인이 나를 착취하려 한다는 불신 등이다.저자들은 D-인자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을 직접 개발했다. 단어 조합 방식보다 정확도를 크게 높인 도구다. 설문조사는 책에 적혀 있는 웹사이트에서 한국어로도 해볼 수 있다. 책은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무엇이 D-인자의 차이를 만드는지, D-인자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나아가 삶의 만족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D-인자 수치가 높았고,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나

    2026.04.30 16:50
  • 민주주의는 어떻게 스스로를 갉아먹는가, 신간 <백슬라이더>

    과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은 쿠데타였다. 민주화가 뿌리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가난한 나라에서 주로 벌어지던 일이었다. 쿠데타는 감출 수도 없었다. 탱크가 거리로 나오고 권력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장면은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위협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유권자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독립적이어야 할 법원을 권력의 무기로 삼거나, 언론을 검열하고 폐쇄하고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스로 갉아먹는 민주주의미국정치학회장을 맡고 있는 수전 C. 스토크스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백슬라이더>에서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세르비아, 브라질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쿠데타가 갑작스러운 폭발처럼 일어나 숨길 수 없는 사건이었다면 ‘민주주의 침식’은 은밀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시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즉각 알아차리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스토크스는 민주주의 침식을 ‘수직적·수평적 책임성의 약화’로 규정한다. 수직적 책임성은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권력자를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이고, 수평적 책임성은 의회, 법원, 독립기관 등 공적 기구가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다. 민주주의가 침식된다는 것은 이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진다는 의미다.유권자가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기 어려워지고, 정부 기관과 독립 기구도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스토크스는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유권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지를 파

    2026.04.30 10:09
  • [이 아침의 감독] 에미상 휩쓴 '성난 사람들'…한국계 각본·연출 이성진

    배우 윤여정과 송강호가 부부로 깜짝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 시즌 2’가 뜨겁다.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사진)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1981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성진은 생후 9개월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3~5학년을 보낸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한때 ‘소니 리’라는 영어식 이름을 썼다. 미국 사람이 이성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 작가로 이름을 올린 작품은 2008년 미국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이다. 그는 ‘아웃소스드’ ‘실리콘밸리’ ‘데이비드’ 등에서 각본 작업을 맡으며 존재감을 꾸준히 키웠다.‘성난 사람들’은 그가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대표작이다. 2023년 4월 공개 직후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2024년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3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크리틱스초이스 4관왕, 에미상 8관왕을 차지했다.이 작품의 출발점은 그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겪은 ‘로드레이지’(난폭운전) 경험이었다. 이성진은 서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자기 상처를 키우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최한종 기자

    2026.04.29 18:01
  • “AI 번역은 아직 초벌 수준…잘 활용하는 고급 인력 양성”

    “번역 영역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은 시대적 요구입니다. AI와 공진(共進)하는 고급 번역가 인력을 양성하겠습니다.”한국 문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번역인력을 양성하는 한국문학·문화예술콘텐츠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2027년 개교가 목표다.한국문학번역원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설립 계획과 비전 등을 발표했다.설립추진위는 총 9인으로 구성됐다. 시인 나태주·도종환·문정희, 소설가 은희경·황석영, 문학평론가 권영민·유성호, 영화 '기생충' 번역가 달시 파켓 등이 참여한다. 한국문학에 꾸준한 후원을 이어온 박은관 시몬느 회장도 추진위에 함께한다.한국문학번역원은 2008년부터 국내 유일의 한국문학·문화콘텐츠 전문 번역 교육과정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16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하지만 2년의 전문적 교육과정 이수 후에도 학위가 없는 터라 학위 기반의 전문 경력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또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되는 탓에 우수 교수진과 학생 유치에도 한계가 있고, 국내외 대학 및 유관기관과 협력에도 어려움이 있었다.이에 번역원은 더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전문 번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학진흥법에 따라 번역아카데미를 석사과정으로 전환하는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계획서를 제출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번역대학원대학교는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7개 전공 석사과정을 운영한다. 향후 박사(후)

    2026.04.28 17:47
  • 뮤지컬 작가 "잘 써도 얼마 벌지 몰라…다들 진입 망설여"

    "뮤지컬을 잘 써도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진입 자체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죠."한정석 뮤지컬 작가는 27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뮤지컬 분과 회의에서 창작자들이 겪는 불확실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정작 작품을 쓰는 창작자들은 작품이 어떤 보상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문제는 창작자들이 생계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작가는 "이 일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내 삶을 걸어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이날 회의에서는 표준계약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 작가는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는 신인 창작자에게 적용되는 표준 요율이 있어 이를 기반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지만 뮤지컬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조건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려워 일단 계약을 체결한 후 나중에야 불리한 조건임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성훈 쇼노트 대표도 "표준계약서를 만든 지 10년이 지났고, 지금까지 산업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며 "창작자의 권익뿐 아니라 시장 변화까지 반영한 '표준계약서 2.0'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회의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뮤지컬 산업의 인력 양성·저작권 보호·인프라 확충 등을 담은 뮤지컬산업진흥법이 올해 안으로 제정되도록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뮤지컬산업진흥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까지 상정됐지만, 2024년 5월까지 이렇다 할 논의 진척이 없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026.04.27 17:57
  • 출판계 "어린이책은 수출 핵심 IP…지원은 여전히 부족"

    “어린이책은 뮤지컬 등 수많은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성인 도서만큼의 수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습니다.”출판업계는 27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출판 분과 회의에서 어린이 도서 수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는 “이금이 작가를 비롯해 국내 어린이 도서 작가들의 해외 활동이 굉장히 활발한데 그에 비해 지원이 적다”고 했다.한국 어린이책에 대한 해외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도서 행사인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는 한국 그림책이 주요 전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최근 이금이 작가는 볼로냐 도서전 개막식에서 발표되는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다만 어린이책은 구조적으로 수출이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아동 도서와 관련해선 각국이 자국 문화와 언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우선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성인 도서만큼의 수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업계에선 돌파구를 콘텐츠 확장에서 찾고 있다. 김 대표는 장편 동화 <긴긴밤>처럼 도서를 원작으로 한 공연이 다시 도서 판매와 해외 진출 논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졸업 작품으로 뮤지컬을 올리고 싶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후 제작사가 보고 사업화로 이어졌다”며 “지금은 세 번째 시즌까지 이어지면서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잘 되다 보니 도서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고, 아시아와 해외 진출까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공연은 영화나 드라마

    2026.04.27 17:56
  • [책마을] 성공한 리더는 우연마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2024년 6월, 경상북도 영일만 인근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입으로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관련 종목 10개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정부 고위 관계자가 “성공 확률은 20%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급등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았다. 정태성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의 신간 <히든 사이드>는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성공 확률 20%’가 아니라 ‘140억 배럴’이라는 거대한 숫자였다고 말한다. 두 정보는 같은 무게로 판단돼야 하지만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크고 선명한 숫자에 끌리고 작고 불편한 숫자는 외면하기 일쑤다.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라는 렌즈로 우리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본다. 시장에서 반복되는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경험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인간의 인지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예를 들어 A바이오 주식을 주당 1만 원에 100주 샀다가 8000원으로 떨어졌고, S전자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매수해 7000원까지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손익의 크기는 같지만 체감은 전혀 다르다. 손실에서 오는 고통은 같은 규모의 이익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익 난 종목은 서둘러 팔고, 손실 난 종목은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거래정지를 맞기 전까지도 말이다.‘매몰비용의 오류’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왜 그 선수는 늘 4번 타자로 나설

    2026.04.24 18:10
  • [책마을]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방송 출연 힘입어 역주행

    영화 원작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앤디 위어 지음)가 4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은 김애란 작가의 역주행도 눈길을 끈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전주 대비 판매량이 344.3% 급증하며 종합 2위로 올라섰다. 40~50대의 구매 미율이 74.8%를 차지했다. 인문 분야의 강세도 두드려졌다. <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생각>(4위), <니체의 초월자>(9위) 등 총 3권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최한종 기자

    2026.04.24 18:08
  • [책마을] 팩트만으로는 분열과 갈등을 풀지 못한다

    도로는 시시때때로 분노의 분화구로 변신한다. 경적을 울려대고 상향등을 켜면서 운전자를 위협한다. 더 심각해지면 보복 운전까지 벌어진다. 화를 내는 쪽의 말을 들어보면 한결같다. 얌체 운전을 하는 상대방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봤다고.도덕심리학 석학인 커트 그레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신간 <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에서 사람들 간 싸움은 본능적인 ‘위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피해의식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 도로에서의 싸움뿐만이 아니다. 갈등이 만연한 정치 이슈에서도 사람들의 판단은 ‘정의’나 ‘공정’이 아닌 위험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그는 인간의 분노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부터 짚는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은 본래부터 공격적인 포식자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사냥감’으로 살아온 피식자였다. 작은 위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존 본능이 형성된 배경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위험을 감지하고 달아나도록 진화하면서 위험을 예민하게 경계하는 성향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이 본능은 잡아먹힐 위험이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과 판단에도 깊게 배어 있다. 피해를 주는 누군가로 인해 내가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곤 한다. 산 속에 호랑이는 없지만 현대인은 그 대신 선거 결과, 단체 대화방에서 벌어지는 다툼, 학부모 회의가 내리는 결정을 두려워하게 됐다. 물리적 포식자가 사라진 이후에도 위험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 대상만 달라졌다는 것이다.특히 SNS에 ‘피해자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

    2026.04.24 18:03
  • [책마을] 완벽한 세계에서 자유는 필요한가

    아무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효율성도 높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 자유를 얻기 위해 이 시스템을 깰 것인가.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아이라 레빈의 <이 완벽한 날>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브램 스토커 평생공로상과 에드거 그랜드 마스터상을 수상하면서 서스펜스계의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그가 유일하게 남긴 SF 장편 소설이다.<이 완벽한 날>은 전지전능한 인공지능(AI) 유니가 지구를 관리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병과 가난, 전쟁이 사라진 세계. 인간은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유니가 삶의 모든 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다.완벽한 세계에도 틈새는 있다. 한쪽 눈만 다른 색을 띠고 있는 주인공 ‘칩’. 그는 유니가 통제하는 세계 바깥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동료들과 함께 벽을 넘어설 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 유니의 바깥에 있는 세상은 가난과 고통, 불완전함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런데도 유니를 부수는 게 옳은 결정일까. AI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과 맞닿아 있는 질문이다.최한종 기자

    2026.04.24 18:00
  • [이 아침의 소설가] SF문학 '살아있는 전설'…코니 윌리스의 시간여행

    코니 윌리스(사진)는 공상과학(SF) 문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꼽힌다.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윌리스는 1945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났다. 콜로라도주립대(현 노던콜로라도대)에서 영문학과 초등교육을 공부한 뒤 교사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했다. 오랜 기간 잡지에 단편을 발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82년 <화재감시원>이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으며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그의 대표작은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다. 미래의 옥스퍼드대 연구자들이 과거로 이동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전쟁, 전염병, 인간의 선택과 희생 같은 보편적 주제를 탐구한다. 장편 <둠즈데이 북>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블랙아웃> <올클리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그는 1987년 첫 번째 장편소설 <링컨의 꿈>으로 존캠벨상을 받았고 1992년 <둠즈데이 북>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석권했다. 이후에도 장·단편을 여럿 발표하며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 수상이라는 이례적 기록을 남겼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S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2011년에는 미국 SF판타지작가협회가 선정하는 그랜드마스터로 뽑혔다.최한종 기자

    2026.04.24 17:25
  • AI로 만든 유토피아…통제된 행복이 던지는 질문

    아무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효율성도 극단적으로 높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 자유를 얻기 위해 이 시스템을 깰 것인가.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아이라 레빈의 <이 완벽한 날>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브램 스토커 평생공로상과 에드거 그랜드 마스터상을 수상하면서 서스펜스계의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그가 유일하게 남긴 SF 장편 소설이다.<이 완벽한 날>은 전지전능한 인공지능(AI) 유니가 지구를 관리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병과 가난, 전쟁이 사라진 세계. 인간은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유니가 직업과 배우자, 감정의 기복까지 조정하며 삶의 모든 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다.완벽한 세계에도 틈새는 있다. 한쪽 눈만 다른 색을 띠고 있는 주인공 ‘칩’. 그는 유니가 통제하는 세계 바깥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동료들과 함께 벽을 넘어설 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유니의 바깥에 있는 세상은 완전하지 않다. 가난과 고통, 불완전함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런데도 유니를 부수는 게 옳은 결정일까. 유니의 조상과 같은 AI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과 맞닿아 있는 질문이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2026.04.24 14:02
  • 아리랑 없이 '아리랑'…벽을 넘는 발레

    ‘발레 아리랑’에는 아리랑 선율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익숙한 국악을 직접 끌어오는 대신 아리랑이 품은 정서와 이미지를 발레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한민국 발레 축제 기획공연으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음악·미디어그룹 무토(MUTO)와 안무가 최수진, 이루다가 함께 만든다. MUTO는 언더그라운드 클럽 DJ, 거문고 연주자, K팝 1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등으로 구성된 팀이다. 발레 축제 섭외는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BAFEKO)의 결정이었다. 전통 국악을 현대적으로 풀어온 작업 방식이 주목받았다.창작 방식은 기존 발레와 결이 달랐다. 안무나 음악이 아니라 대본에서 출발했다. 박훈규는 “대본 격의 글을 써서 두 안무가에게 드렸고, 어떤 안무가 진행될지 논의했다”고 설명했다.아리랑 선율이 등장하지 않는 만큼 제목을 둘러싼 고민도 있었다. 박훈규는 “아리랑을 넣지 말자고 계속 얘기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발레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아리랑을 특정 선율이 아닌 하나의 상징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아리랑은 우리가 절망과 어려움 속에서 마음속에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큰 벽에서 비롯된다”라며 “그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한 연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중심 이미지 역시 ‘벽’이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거대한 벽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이미지에서 착안했다. 박훈규는 “새벽에 길을 나와 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벽처럼 느껴진다”며 “그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면 별빛 하나가 자신을 비추는 순간을 보게 된다. 우리는 그런 희망을

    2026.04.23 16:45
  • 성공한 리더는 우연까지 자신의 통제 아래 있다고 믿는다

    2024년 6월, 영일만 인근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입으로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관련 종목 10개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정부 고위 관계자가 “성공 확률은 20%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급등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았다.정태성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의 신간 <히든 사이드>는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성공 확률 20%’가 아니라 ‘140억 배럴’이라는 거대한 숫자였다고 말한다. 두 정보는 같은 무게로 판단돼야 하지만 우리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크고 선명한 숫자에 끌리고, 작고 불편한 숫자는 외면하기 일쑤다.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라는 렌즈로 우리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본다. 시장에서 반복되는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경험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인간의 인지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예를 들어 A바이오 주식을 주당 1만 원에 100주 샀다가 8000원으로 떨어졌고, S전자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매수해 7000원까지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손익의 크기는 같지만 체감은 전혀 다르다. 손실에서 오는 고통은 같은 규모의 이익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익 난 종목은 서둘러 팔고, 손실 난 종목은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거래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 전까지도 말이다.‘매몰비용의 오류’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왜 그 선수는 늘

    2026.04.23 15:22
  • 갈등은 팩트로 풀리지 않는다…위협감 주면 모든 게 허사

    도로는 시시때때로 분노의 분화구로 변신한다. 경적을 울려대고 상향등을 켜면서 운전자를 위협한다. 더 심각해지면 보복 운전까지 벌어진다. 화를 내는 쪽의 말을 들어보면 한결같다. 얌체 운전을 하는 상대방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봤다고. 도덕심리학 석학인 커트 그레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신간 <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에서 사람들 간 싸움은 본능적인 ‘위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피해의식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 도로에서의 싸움뿐만이 아니다. 갈등이 만연한 정치 이슈에서도 사람들의 판단은 ‘정의’나 ‘공정’이 아닌 위험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그는 인간의 분노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부터 짚는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은 본래부터 공격적인 포식자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사냥감’으로 살아온 피식자였다. 작은 위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존 본능이 형성된 배경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위험을 감지하고 달아나도록 진화하면서 위험을 예민하게 경계하는 성향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이 본능은 잡아먹힐 위험이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과 판단에도 깊게 배어 있다. 피해를 주는 누군가로 인해 내가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곤 한다. 산 속에 호랑이는 없지만 현대인은 그 대신 선거 결과, 단체 대화방에서 벌어지는 다툼, 학부모 회의가 내리는 결정을 두려워하게 됐다. 물리적 포식자가 사라진 이후에도 위험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 대상만 달라졌다는 것이다.특히 SNS에 ‘피해자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신이 속한 집

    2026.04.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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