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5월은 공연계의 성수기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국내외 정상급 피아니스트가 대거 무대에 오르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연극도 줄을 잇는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도 5월에 이뤄진다. 뮌헨 필·빈 심포니 잇따라 공연세계 지휘계의 차세대 거장 라하브 샤니가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내한 공연을 펼친다. 5~6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8일 아트센터인천,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번갈아 연주한다.빈 심포니는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체코 출신 페트르 포펠카의 지휘로 빈 사운드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드보르자크 ‘카니발 서곡’,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등을 들을 수 있다.서울시립교향악단은 8~9일 지휘자 김선욱,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와 호흡을 맞춘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8일 홍석원 지휘, 첼리스트 문태국 협연으로 ‘더 클래식 2026 시리즈2’ 무대를 마련해 엘가의 첼로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17일 ‘거슈윈, 파리의 아메리카인’ 프로그램으로 미국 작곡가의 다양한 작품을 연주한다. 임윤찬, 2년 만의 전국 투어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년 만에 국내 리사이틀 투어를 한다. 프로그램부터 공연장, 일정까지 임윤찬이 직접 기획했다. 슈베르트와 스크랴빈의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무대다.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9일 부산콘서트홀, 10일 통영국제음악당, 12일 서울 예
시는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때로는 상담실의 긴 설명보다 빠르게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신간 <불면의 밤에 읽는 치유의 시 50>은 그 힘을 믿는 책이다.저자 노먼 로젠탈은 계절적 정서장애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광선요법을 개발한 미국 정신과 의사다. 그는 50편의 시를 골라 사랑과 상실, 노화와 죽음 등 삶의 장면에서 시를 통해 도움받는 방법을 제시한다. 고두현 시인이 번역했다.각 시의 해설에서 화자의 감정 구조를 짚어내고, ‘마음 처방전’을 건넨다. 저자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맞이한 독자들에게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의 시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를 권한다.시인은 세상을 떠난 이가 천 갈래 바람이 되고, 눈송이가 되고, 햇빛이 되고, 잔잔한 가을비가 돼 우리 곁에 머문다고 노래했다. “자연의 여러 모습처럼 죽은 이들을 떠오르게 하는 온갖 움직임에 반응해 그들을 기억하라”최한종 기자
과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은 쿠데타였다. 민주화가 뿌리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가난한 나라에서 주로 벌어지던 일이었다. 쿠데타는 감출 수도 없었다. 탱크가 거리로 나오고 권력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장면은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위협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유권자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독립적이어야 할 법원을 권력의 무기로 삼거나, 언론을 검열하고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스로 갉아먹는 민주주의미국정치학회장을 맡고 있는 수전 C. 스토크스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백슬라이더>에서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세르비아, 브라질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쿠데타가 갑작스러운 폭발처럼 일어나 숨길 수 없는 사건이었다면 ‘민주주의 침식’은 은밀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시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즉각 알아차리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저자는 민주주의 침식을 ‘수직적·수평적 책임성의 약화’로 규정한다. 수직적 책임성은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권력자를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이고, 수평적 책임성은 의회, 법원, 독립기관 등 공적 기구가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다. 민주주의가 침식된다는 것은 이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진다는 의미다.유권자가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기 어려워지고, 정부 기관과 독립 기구도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유권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지를 파헤친다.그는 우선 소득 격차
‘마땅하다, 존중, 다른 사람, 경멸’. 이 단어들로 최대한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 보라. 모든 단어를 다 쓸 필요는 없다.어떤 문장이 완성됐는가. ‘다른 사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라고 썼다면 ‘악의 본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경멸스럽다’는 식의 문장이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저런 악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을 좌우하는 ‘다크팩터’(D-인자)가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신간 <다크팩터> 우리 안에 숨은 악의 본성을 탐구한다. 독일 심리학자 벤야민 E. 힐비히 등이 썼다. 저자들은 악한 성격 특성과 행동들의 밑바닥에 하나의 공통된 성격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이를 ‘D-인자’로 명명했다.D-인자는 타인의 희생을 발판 삼아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다. 심지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이 성향은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신념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믿음, 타인이 나를 착취하려 한다는 불신 등이다.저자들은 D-인자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을 직접 개발했다. 단어 조합 방식보다 정확도를 크게 높인 도구다. 설문조사는 책에 적혀 있는 웹사이트에서 한국어로도 해볼 수 있다. 책은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무엇이 D-인자의 차이를 만드는지, D-인자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나아가 삶의 만족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D-인자 수치가 높았고,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나 지능, 소득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D-인자의 개
영화 원작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앤디 위어 지음)가 5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하며 4월 내내 1위를 지켰다. 어린이 베스트셀러 시리즈 <흔한남매 22>가 2위, <포켓몬 생태도감>이 7위를 차지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녀용 도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드라마 대본집 <21세기 대군부인 대본집 세트>가 3위에 올랐다.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4위를 차지하며 흥행세를 이어갔다.최한종 기자
시는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때로는 상담실의 긴 설명보다 빠르게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신간 <불면의 밤에 읽는 치유의 시 50>은 그 힘을 믿는 책이다.저자 노먼 로젠탈은 계절적 정서장애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광선요법을 개발한 미국 정신과 의사다. 그는 50편의 시를 골라 사랑과 상실, 노화와 죽음 등 삶의 대표적인 장면에서 시를 통해 도움받는 방법을 제시한다. 고두현 시인이 번역을 맡았다.이 책은 각 시의 해설에서 화자의 감정 구조를 짚어내고, 여기서 나오는 ‘마음 처방전’을 독자에게 건넨다. 저자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맞이한 독자들에게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의 시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를 권한다. 시인은 세상을 떠난 이가 천 갈래 바람이 되고, 눈송이가 되고, 햇빛이 되고, 잔잔한 가을비가 돼 우리 곁에 머문다고 노래했다. 저자는 “자연의 여러 모습처럼 죽은 이들을 떠올르게 하는 온갖 움직임에 반응해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시를 가장 깊이 즐기는 법도 소개한다. 무엇보다 소리 내어 읽기를 권한다. “소리 내 읽는 행위는 묵독과는 다른 신경, 근육,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체험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여러 번 반복해 읽고, 다른 사람의 낭송을 들어보는 것도 시를 약으로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마땅하다, 존중, 다른 사람, 경멸’. 이 단어들로 최대한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 보라. 모든 단어를 다 쓸 필요는 없다.어떤 문장이 완성됐는가. ‘다른 사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라고 썼다면 '악의 본성'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경멸스럽다’는 식의 문장이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저런 악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을 좌우하는 ‘다크팩터’(D-인자)가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신간 <다크팩터> 우리 안에 숨은 악의 본성을 탐구한다. 독일 심리학자 벤야민 E. 힐비히, 모르텐 모스하겐, 잉고 제틀러가 함께 썼다. 저자들은 다양한 악한 성격 특성과 악한 행동들의 밑바닥에 하나의 공통된 성격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이를 ‘D-인자’로 명명했다.D-인자는 타인의 희생을 발판 삼아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다. 심지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함으로써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이 성향은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신념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믿음, 타인이 나를 착취하려 한다는 불신 등이다.저자들은 D-인자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을 직접 개발했다. 단어 조합 방식보다 정확도를 크게 높인 도구다. 설문조사는 책에 적혀 있는 웹사이트에서 한국어로도 해볼 수 있다. 책은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무엇이 D-인자의 차이를 만드는지, D-인자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나아가 삶의 만족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D-인자 수치가 높았고,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나
과거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은 쿠데타였다. 민주화가 뿌리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가난한 나라에서 주로 벌어지던 일이었다. 쿠데타는 감출 수도 없었다. 탱크가 거리로 나오고 권력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장면은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위협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유권자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독립적이어야 할 법원을 권력의 무기로 삼거나, 언론을 검열하고 폐쇄하고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스스로 갉아먹는 민주주의미국정치학회장을 맡고 있는 수전 C. 스토크스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백슬라이더>에서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세르비아, 브라질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쿠데타가 갑작스러운 폭발처럼 일어나 숨길 수 없는 사건이었다면 ‘민주주의 침식’은 은밀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시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즉각 알아차리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스토크스는 민주주의 침식을 ‘수직적·수평적 책임성의 약화’로 규정한다. 수직적 책임성은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권력자를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이고, 수평적 책임성은 의회, 법원, 독립기관 등 공적 기구가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다. 민주주의가 침식된다는 것은 이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진다는 의미다.유권자가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기 어려워지고, 정부 기관과 독립 기구도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스토크스는 이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또 유권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지를 파
배우 윤여정과 송강호가 부부로 깜짝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 시즌 2’가 뜨겁다.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사진)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1981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성진은 생후 9개월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3~5학년을 보낸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한때 ‘소니 리’라는 영어식 이름을 썼다. 미국 사람이 이성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 작가로 이름을 올린 작품은 2008년 미국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이다. 그는 ‘아웃소스드’ ‘실리콘밸리’ ‘데이비드’ 등에서 각본 작업을 맡으며 존재감을 꾸준히 키웠다.‘성난 사람들’은 그가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대표작이다. 2023년 4월 공개 직후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2024년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3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크리틱스초이스 4관왕, 에미상 8관왕을 차지했다.이 작품의 출발점은 그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겪은 ‘로드레이지’(난폭운전) 경험이었다. 이성진은 서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자기 상처를 키우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최한종 기자
“번역 영역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은 시대적 요구입니다. AI와 공진(共進)하는 고급 번역가 인력을 양성하겠습니다.”한국 문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번역인력을 양성하는 한국문학·문화예술콘텐츠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2027년 개교가 목표다.한국문학번역원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설립 계획과 비전 등을 발표했다.설립추진위는 총 9인으로 구성됐다. 시인 나태주·도종환·문정희, 소설가 은희경·황석영, 문학평론가 권영민·유성호, 영화 '기생충' 번역가 달시 파켓 등이 참여한다. 한국문학에 꾸준한 후원을 이어온 박은관 시몬느 회장도 추진위에 함께한다.한국문학번역원은 2008년부터 국내 유일의 한국문학·문화콘텐츠 전문 번역 교육과정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16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하지만 2년의 전문적 교육과정 이수 후에도 학위가 없는 터라 학위 기반의 전문 경력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또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되는 탓에 우수 교수진과 학생 유치에도 한계가 있고, 국내외 대학 및 유관기관과 협력에도 어려움이 있었다.이에 번역원은 더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전문 번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학진흥법에 따라 번역아카데미를 석사과정으로 전환하는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계획서를 제출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번역대학원대학교는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7개 전공 석사과정을 운영한다. 향후 박사(후)
"뮤지컬을 잘 써도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진입 자체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죠."한정석 뮤지컬 작가는 27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뮤지컬 분과 회의에서 창작자들이 겪는 불확실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정작 작품을 쓰는 창작자들은 작품이 어떤 보상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문제는 창작자들이 생계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작가는 "이 일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내 삶을 걸어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이날 회의에서는 표준계약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 작가는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는 신인 창작자에게 적용되는 표준 요율이 있어 이를 기반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지만 뮤지컬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조건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어려워 일단 계약을 체결한 후 나중에야 불리한 조건임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성훈 쇼노트 대표도 "표준계약서를 만든 지 10년이 지났고, 지금까지 산업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며 "창작자의 권익뿐 아니라 시장 변화까지 반영한 '표준계약서 2.0'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날 회의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뮤지컬 산업의 인력 양성·저작권 보호·인프라 확충 등을 담은 뮤지컬산업진흥법이 올해 안으로 제정되도록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뮤지컬산업진흥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까지 상정됐지만, 2024년 5월까지 이렇다 할 논의 진척이 없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어린이책은 뮤지컬 등 수많은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성인 도서만큼의 수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습니다.”출판업계는 27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출판 분과 회의에서 어린이 도서 수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는 “이금이 작가를 비롯해 국내 어린이 도서 작가들의 해외 활동이 굉장히 활발한데 그에 비해 지원이 적다”고 했다.한국 어린이책에 대한 해외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도서 행사인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는 한국 그림책이 주요 전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최근 이금이 작가는 볼로냐 도서전 개막식에서 발표되는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다만 어린이책은 구조적으로 수출이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아동 도서와 관련해선 각국이 자국 문화와 언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우선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성인 도서만큼의 수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업계에선 돌파구를 콘텐츠 확장에서 찾고 있다. 김 대표는 장편 동화 <긴긴밤>처럼 도서를 원작으로 한 공연이 다시 도서 판매와 해외 진출 논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졸업 작품으로 뮤지컬을 올리고 싶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후 제작사가 보고 사업화로 이어졌다”며 “지금은 세 번째 시즌까지 이어지면서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잘 되다 보니 도서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고, 아시아와 해외 진출까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공연은 영화나 드라마
2024년 6월, 경상북도 영일만 인근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입으로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관련 종목 10개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정부 고위 관계자가 “성공 확률은 20%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급등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았다. 정태성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의 신간 <히든 사이드>는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성공 확률 20%’가 아니라 ‘140억 배럴’이라는 거대한 숫자였다고 말한다. 두 정보는 같은 무게로 판단돼야 하지만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크고 선명한 숫자에 끌리고 작고 불편한 숫자는 외면하기 일쑤다.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라는 렌즈로 우리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본다. 시장에서 반복되는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경험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인간의 인지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예를 들어 A바이오 주식을 주당 1만 원에 100주 샀다가 8000원으로 떨어졌고, S전자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매수해 7000원까지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손익의 크기는 같지만 체감은 전혀 다르다. 손실에서 오는 고통은 같은 규모의 이익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익 난 종목은 서둘러 팔고, 손실 난 종목은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거래정지를 맞기 전까지도 말이다.‘매몰비용의 오류’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왜 그 선수는 늘 4번 타자로 나설
영화 원작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앤디 위어 지음)가 4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은 김애란 작가의 역주행도 눈길을 끈다. <안녕이라 그랬어>는 전주 대비 판매량이 344.3% 급증하며 종합 2위로 올라섰다. 40~50대의 구매 미율이 74.8%를 차지했다. 인문 분야의 강세도 두드려졌다. <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생각>(4위), <니체의 초월자>(9위) 등 총 3권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최한종 기자
도로는 시시때때로 분노의 분화구로 변신한다. 경적을 울려대고 상향등을 켜면서 운전자를 위협한다. 더 심각해지면 보복 운전까지 벌어진다. 화를 내는 쪽의 말을 들어보면 한결같다. 얌체 운전을 하는 상대방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봤다고.도덕심리학 석학인 커트 그레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신간 <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에서 사람들 간 싸움은 본능적인 ‘위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피해의식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 도로에서의 싸움뿐만이 아니다. 갈등이 만연한 정치 이슈에서도 사람들의 판단은 ‘정의’나 ‘공정’이 아닌 위험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그는 인간의 분노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부터 짚는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은 본래부터 공격적인 포식자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사냥감’으로 살아온 피식자였다. 작은 위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존 본능이 형성된 배경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위험을 감지하고 달아나도록 진화하면서 위험을 예민하게 경계하는 성향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이 본능은 잡아먹힐 위험이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과 판단에도 깊게 배어 있다. 피해를 주는 누군가로 인해 내가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곤 한다. 산 속에 호랑이는 없지만 현대인은 그 대신 선거 결과, 단체 대화방에서 벌어지는 다툼, 학부모 회의가 내리는 결정을 두려워하게 됐다. 물리적 포식자가 사라진 이후에도 위험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 대상만 달라졌다는 것이다.특히 SNS에 ‘피해자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
아무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효율성도 높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 자유를 얻기 위해 이 시스템을 깰 것인가.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아이라 레빈의 <이 완벽한 날>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브램 스토커 평생공로상과 에드거 그랜드 마스터상을 수상하면서 서스펜스계의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그가 유일하게 남긴 SF 장편 소설이다.<이 완벽한 날>은 전지전능한 인공지능(AI) 유니가 지구를 관리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병과 가난, 전쟁이 사라진 세계. 인간은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유니가 삶의 모든 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다.완벽한 세계에도 틈새는 있다. 한쪽 눈만 다른 색을 띠고 있는 주인공 ‘칩’. 그는 유니가 통제하는 세계 바깥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동료들과 함께 벽을 넘어설 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 유니의 바깥에 있는 세상은 가난과 고통, 불완전함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런데도 유니를 부수는 게 옳은 결정일까. AI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과 맞닿아 있는 질문이다.최한종 기자
코니 윌리스(사진)는 공상과학(SF) 문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꼽힌다.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윌리스는 1945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났다. 콜로라도주립대(현 노던콜로라도대)에서 영문학과 초등교육을 공부한 뒤 교사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했다. 오랜 기간 잡지에 단편을 발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82년 <화재감시원>이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으며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그의 대표작은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다. 미래의 옥스퍼드대 연구자들이 과거로 이동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전쟁, 전염병, 인간의 선택과 희생 같은 보편적 주제를 탐구한다. 장편 <둠즈데이 북>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블랙아웃> <올클리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그는 1987년 첫 번째 장편소설 <링컨의 꿈>으로 존캠벨상을 받았고 1992년 <둠즈데이 북>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석권했다. 이후에도 장·단편을 여럿 발표하며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 수상이라는 이례적 기록을 남겼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S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2011년에는 미국 SF판타지작가협회가 선정하는 그랜드마스터로 뽑혔다.최한종 기자
아무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효율성도 극단적으로 높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것. 자유를 얻기 위해 이 시스템을 깰 것인가.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아이라 레빈의 <이 완벽한 날>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브램 스토커 평생공로상과 에드거 그랜드 마스터상을 수상하면서 서스펜스계의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그가 유일하게 남긴 SF 장편 소설이다.<이 완벽한 날>은 전지전능한 인공지능(AI) 유니가 지구를 관리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병과 가난, 전쟁이 사라진 세계. 인간은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유니가 직업과 배우자, 감정의 기복까지 조정하며 삶의 모든 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다.완벽한 세계에도 틈새는 있다. 한쪽 눈만 다른 색을 띠고 있는 주인공 ‘칩’. 그는 유니가 통제하는 세계 바깥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동료들과 함께 벽을 넘어설 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유니의 바깥에 있는 세상은 완전하지 않다. 가난과 고통, 불완전함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런데도 유니를 부수는 게 옳은 결정일까. 유니의 조상과 같은 AI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과 맞닿아 있는 질문이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발레 아리랑’에는 아리랑 선율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익숙한 국악을 직접 끌어오는 대신 아리랑이 품은 정서와 이미지를 발레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한민국 발레 축제 기획공연으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음악·미디어그룹 무토(MUTO)와 안무가 최수진, 이루다가 함께 만든다. MUTO는 언더그라운드 클럽 DJ, 거문고 연주자, K팝 1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등으로 구성된 팀이다. 발레 축제 섭외는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BAFEKO)의 결정이었다. 전통 국악을 현대적으로 풀어온 작업 방식이 주목받았다.창작 방식은 기존 발레와 결이 달랐다. 안무나 음악이 아니라 대본에서 출발했다. 박훈규는 “대본 격의 글을 써서 두 안무가에게 드렸고, 어떤 안무가 진행될지 논의했다”고 설명했다.아리랑 선율이 등장하지 않는 만큼 제목을 둘러싼 고민도 있었다. 박훈규는 “아리랑을 넣지 말자고 계속 얘기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발레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아리랑을 특정 선율이 아닌 하나의 상징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아리랑은 우리가 절망과 어려움 속에서 마음속에 마주하게 되는 하나의 큰 벽에서 비롯된다”라며 “그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한 연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중심 이미지 역시 ‘벽’이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거대한 벽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이미지에서 착안했다. 박훈규는 “새벽에 길을 나와 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벽처럼 느껴진다”며 “그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면 별빛 하나가 자신을 비추는 순간을 보게 된다. 우리는 그런 희망을
2024년 6월, 영일만 인근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입으로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관련 종목 10개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정부 고위 관계자가 “성공 확률은 20%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급등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았다.정태성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의 신간 <히든 사이드>는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성공 확률 20%’가 아니라 ‘140억 배럴’이라는 거대한 숫자였다고 말한다. 두 정보는 같은 무게로 판단돼야 하지만 우리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크고 선명한 숫자에 끌리고, 작고 불편한 숫자는 외면하기 일쑤다.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라는 렌즈로 우리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본다. 시장에서 반복되는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경험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인간의 인지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예를 들어 A바이오 주식을 주당 1만 원에 100주 샀다가 8000원으로 떨어졌고, S전자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매수해 7000원까지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손익의 크기는 같지만 체감은 전혀 다르다. 손실에서 오는 고통은 같은 규모의 이익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익 난 종목은 서둘러 팔고, 손실 난 종목은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거래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 전까지도 말이다.‘매몰비용의 오류’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왜 그 선수는 늘
도로는 시시때때로 분노의 분화구로 변신한다. 경적을 울려대고 상향등을 켜면서 운전자를 위협한다. 더 심각해지면 보복 운전까지 벌어진다. 화를 내는 쪽의 말을 들어보면 한결같다. 얌체 운전을 하는 상대방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봤다고. 도덕심리학 석학인 커트 그레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신간 <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에서 사람들 간 싸움은 본능적인 ‘위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피해의식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 도로에서의 싸움뿐만이 아니다. 갈등이 만연한 정치 이슈에서도 사람들의 판단은 ‘정의’나 ‘공정’이 아닌 위험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그는 인간의 분노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부터 짚는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은 본래부터 공격적인 포식자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사냥감’으로 살아온 피식자였다. 작은 위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존 본능이 형성된 배경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위험을 감지하고 달아나도록 진화하면서 위험을 예민하게 경계하는 성향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이 본능은 잡아먹힐 위험이 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과 판단에도 깊게 배어 있다. 피해를 주는 누군가로 인해 내가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곤 한다. 산 속에 호랑이는 없지만 현대인은 그 대신 선거 결과, 단체 대화방에서 벌어지는 다툼, 학부모 회의가 내리는 결정을 두려워하게 됐다. 물리적 포식자가 사라진 이후에도 위험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 대상만 달라졌다는 것이다.특히 SNS에 ‘피해자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자신이 속한 집
정구호 패션디자이너 겸 공연연출가가 14년 만에 발레 무대로 돌아온다. 대한민국 발레 축제를 통해 새 창작 발레 ‘테일 오브 테일즈’(TALE OF TALES)를 공개한다. 정구호가 발레 연출을 맡은 것은 지난 2012년 국립발레단 ‘포이즈’ 이후 처음이다. 이번 작품은 대한민국 발레 축제 개막작 제안을 받고 새롭게 구상했다. 널리 알려진 네 편의 고전 발레 ‘라 실피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젤’ ‘백조의 호수’를 한 무대로 엮었다. 각 작품의 주요 장면과 음악, 동작을 분절해 재구성했다. 무대는 과거의 명작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유산을 오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구호는 네 고전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여성 무용수 발레리나의 역할이다. 정구호는 “발레리나가 공연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 토슈즈를 신고 굉장히 어려운 난이도가 있는 동작을 요구받고 해내는 것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여성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랑에 대한 갈망, 남성에 대한 의존, 희생과 상실, 그리고 그 감정을 통과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축을 이룬다. 무대는 무채색으로 시작해 점차 색을 얻는다.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 정구호는 “발레 고전이 갖고 있는 세계적인 스토리라인은 지금 시대에 비춰봤을 때 지나치게 희생적이어서 시대 배경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고전으로서의
“요즘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데 되묻고 싶어요. 과연 어른들은 충분히 읽고 있나요?”‘아동문학의 거장’ 하인츠 야니쉬(사진)는 21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이 처음 겪는 분노와 사랑 등의 감정을 제대로 알려주고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작가인 야니쉬는 2024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받았다.야니쉬는 짧은 형식 속에 높은 밀도의 의미를 담아내 온 작가다. 특정 교훈을 직접 전달하기보다 이미지와 리듬, 분위기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사유하도록 유도하는 게 특징이다. 야니쉬는 “한 여자아이가 내 책이 좋은 이유는 상상력으로 여백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독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초대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 라디오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물 중심 장편 라디오 프로그램 편집자로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록해 왔다. 이 같은 경험은 그의 작품 전반에 반영돼 있다. 그는 “큰 업적을 쌓은 인물들을 보며 유년기의 사소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야니쉬는 세계적으로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시기 아이들을 위한 문학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의 이유>라는 책에서 말하려고 했던 것은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다”라며 “서로 대립하고 있지만 군복을 다 벗으면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했다.야니쉬는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후원 레지던시 사업의 일환으로
보후밀 흐라발(사진)은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출판 금지와 검열이라는 억압 속에서도 조국을 떠나지 않고 술집 주정뱅이와 가난한 예술가 등 사회 주변부 인물을 그려냈다.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흐라발은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브르노 지역에서 태어났다. 1935년 프라하 카렐대 법학 과정에 진학해 11년이 지난 1946년에야 졸업했다. 독일 군대가 1939년까지 체코 대학들을 폐쇄했기 때문이다.대학을 떠난 흐라발은 철도 노동자, 제철소 근로자 등으로 일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에는 재활용 공장에서 종이 포장공으로 일했다. 이 같은 경험은 그의 작품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1964)에 짙게 반영돼 있다.흐라발은 시인으로 출발했다. 1948년 서정시집을 내놨는데, 공산주의 정권이 유통을 중단시켰다. 흐라발은 ‘지하 세계’에서 적극 활동했다. 대표 소설로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 <시간이 멈춘 작은 마을>이 있다.흐라발은 1997년 프라하의 한 병원 5층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려다가 떨어졌다는 게 정설이지만, 일각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말도 있다. 그의 작품에 자살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최한종 기자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창구 직원의 권유를 믿고 투자에 나섰던 이들 상당수가 원금을 잃었다. 피해자 다수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고령층이었다.대규모 불완전판매 논란은 처음도 아니었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사고는 직원들의 단순한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게 만든다.신간 <설계된 판>(Fixed)의 저자인 존 Y. 캠벨과 타룬 라마도라이는 한국의 DLF·ELS 사태를 개인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사례로 본다. 캠벨과 라마도라이는 각각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런던정경대학(LSE) 및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금융경제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이들은 신간에서 평범한 개인의 입장에서 금융 시스템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금융 종사자에 비해 정보와 이해도가 부족한 데다, 어렵게 익힌 지식조차 빠르게 등장하는 신상품 앞에서는 금세 낡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이용당하기도 쉽다.저자들은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제목 그대로 ‘짜여진 판(fixed)’이라는 것이다. 자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얻고,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저축 여력도 크다.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더 비싼 금융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다. 조언을 해주는 이들이 고객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수수료와 실적을 우선하는 금융회사 직
여성 인재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대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0%가 넘는다. 하지만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 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과장급은 30%, 차장급은 20%, 부장급은 10% 초반에 불과하다. 임원 비율은 한 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신간 <여성리더 새로고침>은 원인을 역량 부족에서 찾지 않는다.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맥락이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들이 정해 놓은 맥락 안에서 성과가 해석될 수밖에 없다. 책은 ‘유리천장’ 속 살아남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전한다.저자들은 대기업 임원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 요직을 거쳐 현재는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이다. 김문경, 강명신, 이미재, 박보경, 신정순 씨가 힘을 합쳤다.이들은 성공담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회의실에서 목소리가 작아지던 순간, 상사의 한마디에 흔들렸던 날, 스스로 자격을 의심하며 밤을 지새운 날까지 꺼내 놓는다. 그 경험을 토대로 쌓인 통찰을 독자들에게 전한다.책은 공감과 위로에 머물지 않고 관계와 신뢰, 감정과 맥락을 현장에서 실제로 다루는 리더십 기술을 전한다. 신임 팀장이 현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혼란에서 출발해 임원 승진을 앞둔 시니어 팀장이 깨닫는 ‘안 쓰던 근육의 통증’까지 다룬다.단호하게 말하되 무례하지 않은 소통법부터 비교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리더십을 단단하게 세우는 방법 등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실전 도구들로 채워져 있다. 각 장마다 실제 조직 현장의 사례가 이론과 맞물려 전개되는 방식이라 읽는 내내 ‘내 얘기와 맞닿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최한종 기자
영화 원작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영화 특별판)>(앤디 위어 지음)이 2주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멘토’ 피터케이의 첫 저서 <피터케이의 이기는 투자 불변의 법칙>이 출간과 동시에 2위에 올랐다. 인문 분야에서는 <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생각>(3위), <니체의 초월자>(7위) 등 총 3권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니체의 초월자>는 전주 대비 판매량이 55.6% 증가했다.최한종 기자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창구 직원의 권유를 믿고 투자에 나섰던 이들 상당수가 원금을 잃었다. 피해자 다수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고령층이었다.대규모 불완전판매 논란은 처음도 아니었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사고는 직원들의 단순한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게 만든다.신간 <설계된 판>(Fixed)의 저자인 존 Y. 캠벨과 타룬 라마도라이는 한국의 DLF·ELS 사태를 개인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사례로 본다. 캠벨과 라마도라이는 각각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런던정경대학(LSE) 및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금융경제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신간에서 평범한 개인의 입장에서 금융 시스템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금융 종사자에 비해 정보와 이해도가 부족한 데다, 어렵게 익힌 지식조차 빠르게 등장하는 신상품 앞에서는 금세 낡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이용당하기도 쉽다.저자들은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제목 그대로 ‘짜여진 판(fixed)’이라는 것이다. 자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얻고,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저축 여력도 크다.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더 비싼 금융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다. 조언을 해주는 이들이 고객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수수료와 실적을 우선하는 금융회
충남 공주 제민천 일대는 한때 관공서와 병원이 모여 있던 중심지였다. 하숙집이 줄지어 늘어섰고 대형 극장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신도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점차 쇠락했다. 셔터를 내린 가게들 사이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골목은 활기를 잃었다.그랬던 제민천 주변이 다시 바뀌고 있다. 특색 있는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면서다. 특히 서점은 특유의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공주의 골목과 잘 맞아떨어졌다. 독립서점들은 ‘텍스트힙’(독서를 멋있는 행위로 소비하는 흐름) 열풍을 타고 골목을 대표하는 ‘힙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이곳에 문을 연 ‘책방, 잇다’ 우주희 책방지기는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가게를 둘러보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2019년 ‘가가책방’을 연 서동민 책방지기는 “처음엔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동네였다”고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인근에 독립서점은 전무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의 동네일수록 책방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가 운영하는 무인 책방은 방문객들이 남긴 쪽지로 벽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길이 정비되고 문화 공간이 하나둘 생기면서 제민천 일대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다. 독립서점뿐 아니라 갤러리와 공방도 자리 잡았다. 서점의 인기가 높아지자 직접 책을 만들어볼 수 있는 ‘책공방 북아트센터’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제민천은 주민에게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책방, 잇다는 떡볶이 가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섰다. 방문객이 틀어박혀 독서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 구석 공간은 시간을 천천히 느끼게
여성 인재의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대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40%가 넘는다. 하지만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 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과장급은 30%, 차장급은 20%, 부장급은 10% 초반에 불과하다. 임원 비율은 한 자리 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신간 <여성리더 새로고침>은 원인을 역량의 부족에서 찾지 않는다.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맥락이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들이 정해 놓은 맥락 안에서 성과가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유리천장' 속 살아남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전한다.저자들은 대기업 임원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 요직을 거쳐 현재는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이다. 김문경, 강명신, 이미재, 박보경, 신정순 씨가 힘을 합쳤다.이들은 성공담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회의실에서 목소리가 작아지던 순간, 상사의 한마디에 흔들렸던 날, 스스로 자격을 의심하며 밤을 지새운 날까지 꺼내 놓는다. 그 경험을 토대로 쌓인 통찰을 독자들에게 전한다.책은 공감과 위로에 머물지 않고 관계와 신뢰, 감정과 맥락을 현장에서 실제로 다루는 리더십 기술을 전한다. 신임 팀장이 현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혼란에서 출발해 임원 승진을 앞둔 시니어 팀장이 깨닫는 '안 쓰던 근육의 통증'까지 다룬다.단호하게 말하되 무례하지 않은 소통법부터 비교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리더십을 단단하게 세우는 방법 등 현장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실전 도구들로 채워져 있다. 각 장마다 실제 조직 현장의 사례가 이론과 맞물려 전개되는 방식이라 읽는 내내 '내 얘기와 맞닿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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