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을 2023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사진은 송도 1, 2, 3공장 전경. 신설될 4공장은 중앙에 보이는 3공장 뒤편에 지어질 예정이다.   한경DB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을 2023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사진은 송도 1, 2, 3공장 전경. 신설될 4공장은 중앙에 보이는 3공장 뒤편에 지어질 예정이다. 한경DB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는다. 총생산량(배양액)은 62만L로 늘어 세계 2위 의약품 수탁생산(CMO) 업체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L)을 두 배 이상 앞서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일 25만6000L 규모의 송도 4공장을 2022년 말부터 가동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이다. 기존 1위였던 이 회사 3공장(18만L)보다 규모가 크다.

바이오의약품은 한 번에 20일 정도 걸리는 세포 배양 과정에 사용하는 배양기(리액터) 용량을 기준으로 생산량을 계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증설로 생산량이 36만4000L에서 62만L로 늘어난다. 경쟁사인 베링거인겔하임과 스위스 론자(28만L) 등과의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지게 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018년 바이오 등 신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부수가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건설에 1조7400억원을 투입한다.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 확보까지 완료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재용의 선제 투자…삼성바이오, 베링거·론자와 격차 더 벌린다
코로나에도 수주 늘며 공장 증설…고용 창출까지 선순환 이뤄져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CMO) 1위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대 공장 건설로 2~3위 업체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게 됐다. 올해 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수주를 달성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선제 투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공장을 정상 가동한 한국 CMO 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수주 증가→추가 증설→고용 창출’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조원 들여 세계 최대 바이오 공장 건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2년 말 가동할 인천 송도 4공장은 1회 배양 기준 25만6000L로 세계 최대 규모다. 공장 건설에만 1조7400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인 3공장(18만L)에 투자한 금액(85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면적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1.5배에 달한다.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까지 확보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을 웃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3만L 규모 1공장을 시작으로 2015년 2공장(15만4000L), 2017년 3공장(18만L)을 순차적으로 완공시키며 세계 1위 CMO 회사로 뛰어올랐다.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총 62만L 규모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전 세계 CMO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바이오 초격차"…삼바, 세계 최대 공장 짓는다
다른 CMO 회사들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진다. 세계 2위 CMO 업체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1회 배양 기준 30만L 생산이 가능하다. 스위스 론자는 26만1000L 규모다.

이번 투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인공지능(AI)과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투자 성격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이들 산업에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4공장 건설로 회사 측은 임직원 1800여 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건설 인력도 6400명 투입된다.

잇단 수주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진 것도 증설의 한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송도 제3공장의 가동률은 현재 26% 수준이지만 2023년엔 1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올해 작년 전체 수주액(3739억원)의 네 배가 넘는 1조8087억원을 수주하면서 가동률이 더욱 높아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증설 나서

올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한국 CMO 기업에 대한 수주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모든 공장을 정상 가동해 안정적인 공급처로 인식된 데다 뛰어난 제조 기술력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수주가 늘자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요 CMO 회사들은 대대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경북 안동 공장에 연 1억5000만~2억 병(도즈)의 생산시설을 갖춘 이 회사는 백신 생산량을 연 5억 병까지 늘릴 예정이다. 현재 스위스 업체와 백신에 들어가는 세포를 키울 수 있는 배양기(리액터) 주문을 조율 중이다.

당장 내년부터 백신 생산량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일부 생산을 맡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다른 회사의 백신 수탁생산 역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도 공장 증설을 준비 중이다. 2023년 착공을 목표로 20만L 규모의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셀트리온의 생산량은 39만L로 늘어난다. 글로벌 시장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램시마와 피하주사 제형의 램시마SC 등의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도 허가받기에 앞서 오는 9월부터 미리 상업 생산할 계획이어서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노승원 맥쿼리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코로나19 백신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시설이 부족하다”며 “일본 등을 제치고 잇단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내 CMO 회사들이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