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공덕역 4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옛 신용보증기금 사옥. 이곳에선 100여 개의 스타트업을 맞이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신용보증기금이 본사를 대구로 옮기며 수년간 비어 있던 이 건물은 오는 30일 새 간판을 단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센터 ‘프론트원’의 개소식이 열린다. 프론트원은 면적으로 보면 세계 최대 수준의 스타트업 요람이다. 연면적 3만6259㎡ 규모로 프랑스가 자랑하는 창업센터 ‘스타시옹F’보다 2000㎡ 더 넓다. 프론트원이 문을 열면서 서울 마포구 공덕동이 여의도의 금융기관과 신촌 대학가를 잇는 ‘공덕 밸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스타트업 위한 복합 공간

세계 최대 창업 지원센터 30일 문 연다…프론트원 '스타트업 1번지' 부푼꿈
프론트원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건물 안에서 대부분의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조성된다. 지상 11~18층은 스타트업의 입주공간이다. 디캠프를 비롯해 산업은행, 신한퓨처스랩, 신용보증기금 등이 선발한 스타트업들이 둥지를 튼다. 프론트원은 회의실은 물론 공용 업무공간, 피트니스센터, 대규모 행사를 수용할 수 있는 강당, 샤워·수면실, 식당 시설도 갖추고 있다.

디캠프는 프론트원을 업무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종사자의 주거까지 책임지는 곳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서대문구와 함께 창천동에 프론트원에 입주한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살 수 있는 청년주택을 짓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 형태로 지하 3층~지상 13층, 165가구가 공급된다.

프론트원에는 자금을 갖춘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도 입주한다. 롯데액셀러레이터, 캡스톤파트너스가 프론트원에 사무실을 차린다. 프라이머는 본사를 프론트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가윤 기업성장팀 팀장은 “체계적인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다양한 기관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설명했다.

프론트원의 각종 편의시설 운영에는 여러 스타트업이 참여한다. 로봇카페 스타트업 라운지X는 1층과 19층의 카페 운영을 맡았다. 1층의 우편, 퀵 서비스는 물류 스타트업 디버가 운영한다.

디캠프는 입주 스타트업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는 생태계를 프론트원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입주사 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자녀 돌봄 서비스 ‘자란다’와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도그메이트’ 등이 프론트원에 도입된다. 프론트원 입주사인 임프레시보와 피트메디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제품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입주사들은 직원 1인당 월 관리비 5만원만 내면 된다.

부상하는 ‘공덕 밸리’

프론트원이 문을 열면서 업계에서는 “판교와 테헤란로에 이은 ‘공덕 밸리’가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덕동에는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연면적 2만3659㎡의 서울창업허브가 자리잡고 있다. 기업은행의 창업센터 IBK창공도 프론트원 바로 옆에 있다. 공덕동은 양질의 인력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신촌 대학가와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여의도 금융기관 사이에 자리해 스타트업 거점으로서의 입지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프론트원에 입주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프론트원은 30일 개소식과 함께 스타트업 데모데이 행사인 ‘디데이’를 연다. 발표를 하는 기업에는 프론트원 입주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141개 기업이 몰렸다. 7개 기업이 선발돼 입주를 앞두고 있다. 현재 프론트원은 92개의 입주사를 선정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