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전체 스위스 시계보다 1천만개 더 팔려
“열한 살짜리 아들이 에어팟도 아니고, 90달러나 더 비싼 에어팟 프로를 사달라고 졸라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른들의 전용물로 여겨지던 에어팟이 아이들 사이에서 ‘핫템’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청력 손실, 전자파 등의 우려 때문에 에어팟 사주기를 꺼리는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 에어팟의 인기를 보여준다.

무선이어폰 시장을 창출한 애플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 에어팟 출하량은 5870만 개로 점유율 54.4%를 기록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적용한 ‘에어팟 프로’가 큰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전년(2860만 개)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무선이어폰 시장 수익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했다. 지난해 애플의 에어팟 매출은 120억달러(약 13조9000억원)로 추산된다. 에어팟 하나로 우버만큼 벌어들였다.

6일 새로운 통계가 나왔다. 애플의 스마트워치 판매량이 전통적 시계 강국인 스위스 회사들을 앞질렀다.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판매한 물량을 다 합한 것보다 애플이 1000만 대를 더 팔았다. SA에 따르면 작년 애플 워치(사진) 출하량은 3070만 대다. 2018년(2250만 대)보다 36% 늘었다.

스와치, 티쏘 등 스위스 시계 회사들의 지난해 판매량은 2110만 대다. 2018년(2420만 대)보다 13% 줄어든 규모다. 2018년까지만 해도 스위스 시계 회사의 출하량이 애플보다 170만 대 앞섰다. 애플은 작년에 판세를 뒤집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은 시장 점유율 47.9%로 1위를 기록했다. ‘갤럭시워치’를 판매하는 삼성전자는 2위로 점유율은 13.4%였다.

에어팟,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판매 호조와 앱스토어 등 서비스 매출 증가로 애플은 작년 4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 창업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스티브 잡스 그늘에 가려져 있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위기 속에서 다양한 수익원 창출에 성공한 ‘조용한 천재’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