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재의 산실로 꼽히는 KAIST, 서울대 등과 잇따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대학과 힘을 모아 인공지능(AI) 분야를 이끌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면 AI 인력 수혈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구글은 지금도 ‘인재 블랙홀’로 불린다.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인력을 채용하면서 이런 표현이 생겼다.
구글, 서울대 이어 KAIST 'AI 인재'도 찜
KAIST AI 연구도 구글이 후원

KAIST는 지난 19일 구글과 AI 인재 양성을 위해 2년간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AI 집중 연구 어워즈’, 박사 과정(펠로우십), 구글 인턴십 등 일곱 가지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이번 프로그램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AI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AI 집중 연구 어워즈’다. KAIST와 구글 연구팀이 공동으로 AI와 관련한 연구를 하는 게 핵심이다. 구글로부터 금전적인 지원도 받는다. 황성주 전산학부 교수와 황의종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연간 5만달러(약 5870만원)를 받으며 구글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상과에 따라 연구 프로젝트 기간을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지난 18일 서울대와 구글이 맺은 파트너십의 내용도 비슷하다. 서울대에 AI 연구를 지원하고 구글 인턴십 등 다양한 협력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게 핵심이다. 구글은 기술적 도움 외에 서울대에 향후 2년간 34만8000달러(약 4억900만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구글의 전통적인 전략이다. 구글 지원을 받으며 연구하는 데 익숙해진 대학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직원으로 합류하게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예 대학 내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의 AI 자회사 딥마인드가 캐나다 앨버타대에 ‘딥마인드 앨버타’를 세운 게 대표적인 사례다.

S급은 해외 업체로

국내 대학에 공을 들이는 업체는 구글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국내 공과대학들과 공동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원생의 인턴십 참여를 독려해 인재를 유치한다. 12~24주 인턴 과정에서 능력을 검증한 뒤 입사를 희망하면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2005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친 한국인은 185명에 달한다.

미국 IT 기업들이 한국 인재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가성비’(연봉 대비 능력) 때문이다. 한국도 S급 인재 연봉이 만만치 않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개발자가 즐비한 실리콘밸리에 비할 바는 아니란 설명이다. 명문대 공대 졸업생들도 해외 기업을 선호한다. 일단 연봉 차이가 크다. KAIST나 서울대 공대 졸업 후 미국에서 5년 정도 경력을 쌓아 능력을 인정받으면 50만달러(약 5억5900만원) 안팎을 받는다.

문제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인재풀 자체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AI 부문에서 1만 명 정도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70% 이상이 단기간에 키우기 힘든 석·박사 출신이다.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에서 근무할 인력을 한국에서 수혈하면서 인재난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국내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국내 대학 간 제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KAIST 관계자는 “대학은 글로벌 기업에서 좋은 제의가 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4차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김주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