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에서 산업과 ESG를 담당하는 송형석 기자입니다.
“새우가 고래 두 마리를 삼켰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등으로 유명한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 스카이댄스의 행보를 요약한 말이다. 이 회사는 2024년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파라마운트를 합병했다. 최근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까지 손에 넣었다. 두 회사의 스트리밍서비스 ‘파라마운트+’와 ‘HBO맥스’ 합산 가입자는 2억1000만 명에 달한다. 업계 1위 넷플릭스(3억2500만 명)와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다.2006년 스카이댄스를 설립한 데이비드 엘리슨은 ‘금수저’ 경영자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그의 아버지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꾸준히 히트작을 내놓으며 입지를 다진 후 동종업계 인수합병(M&A)에 뛰어들었다. 외부 투자·M&A로 초고속 성장글로벌 사모펀드(PE) 레드버드캐피털, KKR, 오라클 등과 손잡고 파라마운트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파라마운트 A주 77%를 소유한 내셔널어뮤즈먼트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장악했는데, 이 과정에서 투입한 비용이 17억5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파라마운트 시가총액 75억달러(약 11조3000억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음 순서는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의 합병이었다. 피인수 기업인 파라마운트가 존속법인이 되는 ‘역합병’에 나서 상장사 지위와 각종 인허가권을 유지했다.국내에서는 기업이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여 연쇄적으로 경쟁사를 M&A하는 스카이댄스식 성장 모델을 구현하기 힘들다. 독과점과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면밀히 따지는 공정거래위원회 문턱을 넘는 것부터 만만치 않
도심의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던 공유 전동킥보드가 애물단지가 됐다. 요즘 전동킥보드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로 불린다. 시골 도로에 뛰어드는 고라니처럼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 안전사고를 일으킨다는 의미다.최근에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PM)의 도로 주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인천시 등 ‘킥보드 없는 거리’를 지정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고 예방을 위해 전동킥보드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프랑스 파리 등 전동킥보드를 규제하는 도시가 늘어난 것도 킥라니 논란이 뜨거워진 배경으로 꼽힌다.[찬성] '서민의 발' 역할하는 효용 큰 교통수단…안전 규정만 강화해도 충분공유 전동킥보드는 201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이듬해 한국에 상륙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을 손쉽게 오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빠르게 확산했다. 이동의 빈틈을 메꾸는 데 최적화된 교통수단이란 뜻에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로도 불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 보급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500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한국PM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모빌리티(PM) 이동 건수는 1억9000만 회에 이른다. 협회 소속 기업 플랫폼에 등록한 가입자도 1460만 명에 달한다. 국민 4명 중 한 명이 전동킥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선 전동
유명인 이미지를 조작하는 ‘딥페이크’가 등장한 것은 19세기다. 노예제를 폐지한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암살당한 1865년, 군복을 입고 위엄 있는 자세를 취한 그의 판화가 만들어졌다. 1852년 제작된 미국 정치인 존 캘훈의 초상화 얼굴을 링컨으로 교체했다. 영웅적인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얼굴 바꿔치기’로 해결한 것이다.이 판화가 딥페이크라는 사실은 60여 년이 지난 1929년 드러났다. 헝가리 출신 사진 편집자가 링컨 판화의 조작을 밝혀냈다. 링컨의 업적을 빛내기 위해 노예제를 옹호하고 미국 남부의 연방 탈퇴를 주장한 민주당 정치인 캘훈을 활용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오픈AI가 글을 영상으로 바꿔주는 인공지능(AI) 도구인 ‘소라(Sora)’를 공개한 2025년, 흑인 차별 반대를 주장한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명연설 ‘I Have a Dream(나는 꿈이 있어요)’을 왜곡한 가짜 영상이 나돌기 시작했다. 영상 속 킹은 인종차별적 욕설을 외치고, 우스꽝스러운 춤도 췄다. 킹의 유족은 오픈AI에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론이 악화하자 오픈AI는 킹과 관련한 검색어 입력을 차단했다. 아울러 역사적 인물의 정치적·인종차별적 왜곡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3·1운동의 주역인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딥페이크 영상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틱톡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가짜 영상 속 유 열사는 일장기에 애정을 표하고 방귀를 뀌어 그 추진력으로 우주로 향한다. 표현의 자유로 보기엔 도가 지나치다.문제는 국내에서 영상 제작자를 단죄할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사자명예훼손죄는 명백한 허위 사실 적시에 한정해 적용된다. 원색적 조
골프장 코스 설계가 전문 영역으로 인식된 것은 19세기부터다. 18개 홀과 벙커 배치 등 현대 골프의 표준을 정립해 ‘골프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미첼 모리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모리스는 세계 최고(最古) 대회인 디오픈이 열리는 뮤어필드, 로열포트러시 등 75개 골프 코스를 설계했다. 그가 1894년 코스 설계를 맡으며 받은 대가가 일당 1파운드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영국 노동자 월급이 5~10파운드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료 봉사나 다름없었다.골프가 산업화한 1970년대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코스 설계가 골프장 매출을 좌우하는 사례가 늘면서 설계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골프 선수 출신 잭 니클라우스는 45개국 423개 코스를 설계하며 코스당 100만~500만달러(약 14억~71억원)를 받았다. 선수 시절 상금(3200만달러)보다 골프장 설계로 벌어들인 돈이 훨씬 더 많다.스크린골프 대중화는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실제 코스를 디지털로 구현해 수익을 내는 만큼 설계자에게도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뒤 작곡가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스크린골프 시장이 큰 한국에선 이런 논의가 현실로 이어졌다. 대법원이 어제 골프존을 상대로 코스 설계회사 두 곳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심 패소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골프 코스는 구성 요소를 선택·배치·조합해 창조적 개성을 발휘하는 분야로,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스크린골프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타이거 우즈, 로
“만으로 14세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 신난다.”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이다. 만 13세 소년이 자신보다 어린 학생을 살해한 뒤 법정에서 꺼낸 얘기로, 죄책감이 없는 소년범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촉법소년은 범행 시점 나이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범을 뜻한다. 현행범이라도 촉법소년을 체포하는 것은 불법이다.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 가정법원 판단에 따라 보호처분이 내려질 수 있지만 최대 수용 기간이 2년에 불과하고, 범죄 기록도 남지 않는다. 사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에 취업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범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된다.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성인보다 형량이 가볍다.촉법소년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2만814명으로, 4년 전인 2020년(9606명)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SNS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어릴 때부터 범죄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영향이 크다. 절도와 폭력이 대부분이지만 살인이나 강간 같은 중범죄 사건도 더러 있다. 최근에는 딥페이크 같은 사이버 범죄 비중이 커지고 있다.선진국도 어린이 보호를 명분으로 촉법소년과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기준 나이가 한국보다 낮다. 영국 싱가포르는 10세 미만, 캐나다 네덜란드는 12세 미만, 프랑스는 13세 미만이어야 형사처벌이 면제된다. 중국은 2021년 만 14세이던 형사면책 연령을 만 12세로 하향 조정했다. 동급생을 살해한 허베이성의 13년 소년이 재작년 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이재명 대통
축구와 삼바의 나라 브라질의 또 다른 ‘명물’은 고이율 채권이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연 10%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브라질 국채를 연금처럼 활용하는 이들이 국내에도 적잖다. 지난 1월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브라질 국채 잔액은 3억7142만달러(약 5360억원)에 달한다. 브라질 헤알화가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최근 1년 새 투자 잔액이 50% 넘게 늘었다.남미 맹주인 브라질은 축복받은 나라다. 내수만으로도 경제가 굴러갈 수 있는 2억1000만 명의 인구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국토를 보유하고 있다. 대두(콩)와 원두가 많이 나고, 원유 철광석 구리 같은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이렇다 할 수출 제조 기업이 없는데도 지난해 한국(780억달러)과 비슷한 683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2%대를 유지 중이다.이런 여건에도 브라질이 매년 국채 발행을 늘리는 것은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서다. 포퓰리즘을 표방하는 정치 지도자가 연이어 집권하면서 과도한 복지로 인한 재정난을 국채 발행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고착화했다. 브라질 정부 지출 1위 항목은 공공부채 이자(약 29%), 2위는 연금·사회보장(약 18%)이다. ‘볼사 파밀리아’로 불리는 생활 보조금 등 서민 복지를 위한 지출도 상당하다. 최근엔 ‘브라질화(Brazilification)’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재정난이 금리 상승과 부채 증가를 부르고 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주요 선진국의 재정 적자가 늘고 있음을 보도하며 이대로면 브라질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
인류 창작물에 외계인이 처음 등장한 것은 2세기 무렵이다. 로마제국에서 활동한 루키아노스의 소설 ‘진실한 이야기’는 주인공 일행이 달에서 외계인과 전쟁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루키아노스가 묘사한 외계인의 모습은 공상과학 영화 속 에일리언 못지않다. 엉덩이에서 털이 자라고 배꼽에 눈이 달려 있다. 학계는 외계인 실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처럼 빛과 열을 내는 항성이 2000억 개 넘게 존재한다. 1000억 개 이상 항성을 보유한 은하는 관측된 것만 1700억 개에 이른다. 최소 170해 개에 달하는 항성계 중 어딘가에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외계인이 지구 문명과 접촉했는지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거세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외계인 존재를 숨기고 있으며, 냉전 시대부터 운영된 네바다주 공군 연구소 ‘51구역’에 외계인 시체와 UFO 잔해를 보관 중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이런 믿음이 확산한 데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한몫했다. 지미 카터는 UFO를 목격했다고 밝히며 당선 후 감춰진 비밀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국방부에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국가 기밀’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인 조지 HW 부시는 한 모금 행사에서 “미국인들은 진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언제 외계인과 UFO의 진실을 공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와 버락 오바마가 외계인 논쟁에 뛰어들었다. 오바마가 팟캐스트에서 “외계인은 존재한다”고 발언하자 트럼프가 “기밀을 누설했다”고 비
요즘 중학교 3학년은 조선시대 기준으로 어른이다. 땋은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남성의 관례, 머리를 쪽진 후 비녀를 꽂는 여성의 계례가 15~16세 때 이뤄졌다. 이 의식이 끝나면 성(姓)과 자(字)를 쓸 수 있고 혼인도 가능하다. 아이들이 일찍 어른이 되는 건 여러 문화권에서 나타난다. 중세 유럽엔 청소년이란 개념이 없었다. 12~13세가 되면 성인과 똑같은 법적·경제적 책임을 졌다. 인도네시아 멘타와이족은 12세부터 온몸에 문신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는 성인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어른 기준 연령이 늦춰진 건 과학기술 발달의 영향이다. 사회에 나가기 전 익혀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교육에 전념하는 ‘어른 유예 기간’이 늘어났다. 평균 수명 연장과 인구 증가도 성년 기준이 바뀐 배경으로 거론된다. 육체와 정신이 미성숙한 청소년의 등을 떠밀지 않아도 될 만큼 노동력이 풍부해졌다는 얘기다.한국은 몇 살부터 어른이 되는지가 모호한 나라다. 법령에 따라 성인 기준이 제각각이다. 민법은 만 19세부터를 성인으로 보지만, 혼인이나 면허 취득은 만 18세부터 가능하다. 담배와 술 구입이 가능한 나이의 계산법도 다르다. 만 19세가 되는 해 1월 1일이 지나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다. 촉법소년 기간이 지나 성인처럼 형사상 처벌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은 만 14세다. 경제활동인구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15세 이상부터 계산한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만 18세로 정해져 있는 선거연령을 오는 6월 지방선거 때부터 16세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고교생의 교육 수준이 투표권을 부여해도 될 만큼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10대를 끌어들이는 게 선거에 유리할 것이란 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마무리된 한·미 관세협상을 일방적으로 뒤집은 돌출 발언이었다.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 등 지지부진한 대미 투자가 표면적 이유지만, 자국 기업 압박을 멈추라는 으름장의 성격도 있었다.미국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는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논평했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세청 등 10여 개 정부 기관의 동시다발적 조사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문제 삼았다. 개정된 법이 유튜브 등 자국 기업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미국 정부나 정치권의 인식과 달리 한국의 규제는 국내 기업에 훨씬 더 혹독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방구석 여포’ 같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쿠팡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금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회사가 ‘새벽 배송’처럼 대형마트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이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1위 업체 넷플릭스도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송법과 IPTV(인터넷TV)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광고 비율과 요금 체계를 자유롭게 뜯어고칠 수 있다.그나마 있는 규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미국에 근거를 둔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중앙은행(Fed) 의장을 포함해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의장이 행사할 수 있는 건 한 표뿐이지만 실질적 영향력은 그 이상이다. 다수 의견이 나오더라도 의장이 반대하면 재토론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게 FOMC 관례다. 회의 후 마이크를 잡는 것도 의장이다. 그가 금리 인상·인하 배경을 언론에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자산시장이 요동친다.Fed 구성원은 금리 인상을 주창하는 ‘매’와 인하를 선호하는 ‘비둘기’로 분류된다. 베트남전쟁 때 주전파(매)와 반전파를 지칭하던 용어가 1970~80년대를 지나며 Fed 성향을 나타내는 말로 정착했다. 대표적인 매파는 1979년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1927~2019년)다. 그는 기준금리를 2년 만에 연 20%까지 끌어올리는 극약처방으로 15%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을 1%대로 낮췄다.2006년부터 Fed를 이끈 벤 버냉키는 비둘기파의 전형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연 5.25%이던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린 것도 모자라 시중에 4조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까지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 연 1%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1980년 이후 Fed가 금리를 1%포인트 올릴 때마다 인상 이후 한 달간 달러인덱스는 평균 3~5% 오르고 S&P500지수는 5~10% 떨어졌다.쿠팡 사외이사를 지내 한국인에게 익숙한 케빈 워시가 엊그제 새 Fed 의장으로 지명됐다는 소식이다. 그는 딱 부러지게 매도, 비둘기도 아니다. 과거엔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전형적인 매파였지만 금리 인하를 고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교류하면서 비둘기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시장은 워시가 트럼프 지명을 받긴 했지만 맹목적 비둘기파는 아니라
2015년 1월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로당 1.2프랑으로 설계된 고정환율제 폐지를 선언했다. 유로존 위기로 스위스 프랑 수요가 늘면서 환율 관리 비용이 부담스러워진 영향이었다. 시장 반응은 극적이었다. 프랑 대비 유로화 가치가 하루 만에 30% 이상 급락했고, 그 충격으로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프랑과 연계한 환율 레버리지 상품이 많은 일본 증시는 12% 넘게 폭락했다. 이 사건 이후 ‘스위스 프랑=우량 자산’ 공식이 한층 더 공고해졌다.스위스는 인구 900만 명의 소국이지만, 독자 통화인 프랑은 달러, 유로, 엔, 파운드와 함께 세계 5대 통화로 꼽힌다. 경제위기나 전쟁 같은 상황에서도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스위스는 영구중립국으로 글로벌 정치 지형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 국가 경제도 탄탄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만9995달러로 세계 3위다. 50년 넘게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공공부채 비율은 38%에 불과하다. 보수적 통화정책 덕에 연평균 물가상승률도 0~2% 범위를 유지 중이다.스위스는 시계의 나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신약·바이오 업종의 GDP 기여도가 훨씬 크다. 로슈, 노바티스 등 세계 10대 빅파마 중 2곳이 이 나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하는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업체 론자도 스위스 기업이다. 전통 제조업을 고집하다가 위기에 빠진 이웃 나라 독일과 달리 일찌감치 산업 재편에 나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달러 대비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최근 1년 사이 18% 넘게 올랐다는 소식이다. 주요국 통화 중 절상폭이 가장 크다. 그제는 2015년 고정환율제 폐지 이후 가장 높은 프랑당 1.3151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트
2022년 BAYC(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 원숭이 대체불가능토큰(NFT) 8817번이 3400만달러(약 483억원)에 거래됐다. 1년 전 최초 판매가(약 190달러)의 18만 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예술가들이 만든 블록체인 기업 유가랩스는 총 1만 개의 BAYC NFT를 발행했는데 이미지별로 원숭이의 표정, 의상, 색상 등이 제각각이다.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에 고유 인식 값을 부여한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의 주인을 표기하는 등기부등본처럼 디지털 자산의 소유자를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자산가들은 신개념 디지털 수집품 출현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자산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게 NFT의 매력이었다. 기업들은 NFT를 VIP 마케팅에 활용했다. 특정 NFT를 보유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채팅방을 운영하거나, 이들에게 신제품 우선 구매권을 부여하는 식이었다. 국내에선 신세계백화점 ‘푸빌라’, 롯데홈쇼핑 ‘벨리곰’ 등이 인기를 끌었다. 기업들은 VIP 고객인 NFT 소유자에게 특별전 초청, 할인 혜택, 주차권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했다.NFT 광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2년 말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NFT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 암호화폐는 2024년 말 반등에 성공했지만 NFT 가격은 오히려 더 내려갔다. 누구나 손쉽게 NFT를 발행할 수 있다 보니 희소성이 약해진 것.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행된 NFT는 무려 13억 개에 달했다.NFT 예술품을 취급하던 거래소인 ‘니프티 게이트웨이’가 오는 2월 23일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다.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거래가 뜸해진 영향이다. NFT 프로젝트 500개 가격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크립토슬램 500 NFT
더불어민주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제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 유출·소비재 분쟁 등의 분야로 집단소송 범위를 넓히는 미국식 집단소송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집단소송은 피해자가 다수인 손해배상 청구 판결 효력을 전원에게 미치게 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야 소송 당사자가 되는 ‘옵트인’ 방식과 피해자의 의사 표명 없이도 자동으로 소송에 포함되는 ‘옵트아웃’ 방식으로 나뉜다. 집단소송이 일반화된 미국은 옵트아웃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집단소송은 증권 분야에서만 가능하다. 집단소송은 판결 효력이 원고뿐 아니라 피해자 전체에 적용된다.[찬성] 공동소송만으로는 역부족…선진국처럼 제도 정비해야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쿠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동소송 참여자가 50만 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 제기된 공동소송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소송은 하나의 일탈행위로 피해를 본 다수의 피해자가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직접 소송에 참여해 원고로 이름을 올려야만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집단소송과 구분된다.공동소송은 한계가 분명하다. 피해 규모가 소액인 사건에서는 공동소송 참여로 얻을 실익이 부족하다. 5만~10만원을 배상받는다고 해도, 변호사 비용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다는 얘기다. 비슷한 취지로 도입된 단체소송 제도 역시 유명무실한 건 마찬가지다. 소비자단체나 공익단체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데다 금전적 손해
지난해 6월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 Y가 주차된 도요타 캠리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 차주가 테슬라 로보택시 네트워크에 등록한 차량이 완전자율주행(FSD) 상태에서 일으킨 접촉 사고였다. 테슬라는 FSD는 현행법상 운전자가 전방을 상시 주시해야 하는 ‘레벨 2’ 기술로 분류된다며, 차량소유주가 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차주는 FSD 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자동차보험은 자율주행 시대의 복병으로 꼽힌다. 현재의 자율주행차 보험은 보험사가 피해액을 먼저 보상한 뒤 사고 원인을 따져 책임 주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자율주행 플랫폼 제작에 참여하는 업체가 한둘이 아닌 데다 기상 악화, 정전, 해킹 같은 외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테슬라 사례처럼 자율주행 기술의 단계 구분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먼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골탕을 먹기 쉬운 구조다.자율주행차 보험료가 얼마로 책정될지도 관심사다. 미국 온라인보험사 레모네이드는 최근 ‘반값 자율주행차 보험’을 선보였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차량에만 보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상품이다. 사고 확률이 인간 운전자가 모는 차량보다 훨씬 낮은 만큼 낮은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했다. 업계에서는 보험료 할인 폭이 자율주행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자율주행차 보험은 2027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정책 목표로 내건 한국이 서둘러 풀어야 할 문제다. 현행 자
1973년 소니 트리니트론 TV가 방송 분야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에미상을 받았다. 인물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상용 제품이 에미상을 받은 첫 사례다.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로 방송 시장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소니는 1968년 첫선을 보인 트리니트론 TV를 앞세워 세계 브라운관 TV와 모니터 시장을 석권했다. 빨강·초록·파랑(RGB) 색을 전자총 3개로 구현하는 독자기술 덕을 톡톡히 봤다. 이전에 나온 경쟁사 제품엔 전자총이 1개만 들어갔다. 트리니트론 TV와 모니터는 2008년 단종될 때까지 2억8000만 대가 팔려나갔다.LCD TV 시대가 시작된 2000년대 들어서도 소니의 경쟁력은 굳건했다. 2005년 선보인 브라비아는 고급 LCD TV의 대명사로 통했다.소니의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에서 TV 패널을 사들인 것이 부메랑이 됐다. 화질 차별화 실패는 고객 이탈과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웃돈을 주고 소니 TV를 사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소니의 출하량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TV 시장에 뛰어들면서 입지가 한층 더 좁아졌다.소니가 TV 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TV 시장 2위 업체인 중국 TCL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관련 사업 전체를 신설 법인에 이관하기로 했다. 합작사 지분 중 51%를 TCL이 가져간다. 소니 TV의 몰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기업 중에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곳이 적잖다. 디스플레이, 배터리, 석유화학 등 중국에 밀리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요즘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회사로 통한다. 이 회사
구글이 2017년 인수한 인공지능(AI) 플랫폼 캐글(Kaggle)은 ‘AI 올림픽’으로 통한다. 기업이 현상금을 걸고 AI 난제를 제시하면 1000만 명이 넘는 재야 AI 고수가 달라붙어 문제를 해결한다.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 안팎의 상금이 걸리는 대회가 매년 40여 차례 열린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캐글에 의뢰한다.한국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캐글 덕을 톡톡히 봤다. 창업 1년6개월 만에 캐글 대회에서 금메달(상위 10위 이내 입상) 10개를 따내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큰 무대에서 실력을 보이자 투자 유치가 저절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창업 이듬해인 2021년 316억원(시리즈A)을 시작으로 총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상장을 준비 중인 업스테이지의 기업가치는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지난해 7월엔 가성비 AI 플랫폼 ‘솔라 프로2’를 선보이며 ‘한국판 딥시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업스테이지의 AI 모델은 세계 12위(54점)로 평가됐는데 오픈AI의 ‘GPT-4.1’(53점), 딥시크 ‘V3’(53점), 메타의 ‘라마 4 매버릭’(51점) 등을 뛰어넘었다. AI 플랫폼 ‘그록’을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경쟁사의 3분의 1 수준인 310억 개의 매개변수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다”는 평가 기관의 게시물을 SNS로 공유하며 업스테이지의 실력을 인정했다.창업자 김성훈 대표의 이력에도 눈길이 간다. 그는 지방 실업고(구미전자공고)와 지방대(대구대) 출신이다. 대학 재학 중 한국어 자동 검색엔진 ‘까치네’를 만들며 특급 개발자로 인정받았다. 네이버에서 AI 개발 업무를 총괄했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도 거쳤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의 기행문 ‘열하일기’에는 “청나라에도 청심환이 많지만, 가짜가 수두룩하다. 조선인이 들고 온 청심환만 믿을 수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수백 년 전 중국에도 지금 못지않게 ‘짝퉁’이 많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중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조품 천국이다.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췄고, 정부 단속도 느슨하다. 소비자도 짝퉁을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모조품을 뜻하는 중국어 ‘산자이(山寨)’는 고전 소설 ‘수호전’에 등장하는 양산박 산채에서 유래했다. 해외 기업에 브랜드 사용료를 주지 않으면서 중국인에게 보탬이 되는 물건을 만드는 이들을 수호전 속 의적에 빗댄 것이다.중국이 베끼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아이돌이 중국판으로 재탄생하는 일이 20년째 반복되고 있다. 소녀시대의 의상·안무·콘셉트를 따라 한 ‘아이돌 걸스’, 빅뱅을 노골적으로 베낀 ‘오케이 뱅’ 등이 대표적이다. T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Mnet ‘프로듀스 101’, tvN ‘삼시세끼’ 등을 모방한 현지 프로그램이 다수 방영됐다. 그나마 최근 상표법이 강화되면서 노골적인 모조품 단속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은 유사품을 판매한 중국 업체를 상대로 7건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중 5건에서 승소했다.문제는 콘셉트만 가져오는 모호한 표절이다. 최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 한국 화장품 편집매장 올리브영을 모방한 ‘온리영(ONLY YOUNG)’이 등장했다. 매장 명칭뿐 아니라 로고 디자인, 대표 색상, 상품 진열 방식 등도 국내 올리
로마제국 공식 화폐는 무게 3.65g짜리 은화 데나리우스였다. 서기 100년 무렵만 해도 데나리우스의 은 비율은 90~100%에 달했다. 이 비율은 황제가 바뀔 때마다 지속해서 감소했다. 보유량은 충분치 않은데 돈 쓸 곳은 많다 보니 은근슬쩍 은 비중을 줄이는 꼼수를 쓴 것이다. 결국 서기 260년엔 은화의 은 비율이 2% 선까지 떨어졌다. 은화가 은화가 아니게 되자 로마제국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렸다. 해외에선 함량 높은 은화만 요구했고, 국민은 순도 높은 은화를 시장에 풀지 않고 집 안에 숨겼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은 국가 신인도 하락과 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민간인이 악화의 확산을 부추긴 사례도 적잖다. 17세기 영국에선 ‘가장자리 깎기’(coin clipping)가 유행했다. 은화를 자루에 넣고 흔들어 미세한 은 조각을 떨어뜨리고 이를 모아 새 은화를 만드는 식이었다. 영국은 동전 옆면에 촘촘한 홈을 새겼다. 홈이 희미해진 동전은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은화 범죄를 단속했다.금본위제와 은본위제가 사라진 현대에도 가짜 금·은이 존재한다. 화폐로 쓰이지 않을 뿐 귀금속 가격은 여전히 비싸서다. 가짜 금은 밀도가 금과 거의 동일한 텅스텐으로 제작하는 게 보통이다. 금괴 속을 텅스텐으로 채우고 겉에만 금을 입히면 대부분 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 2012년 미국 뉴욕 귀금속 제련소에서 10온스짜리 텅스텐 금괴가 발견된 사건이 유명하다. 은은 비슷한 밀도의 저가 금속이 없어 간단한 밀도 검사로 위조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가짜 은괴가 거의 없는 이유다. 니켈·구리 합금에 은을 도금한 주화나 장식품이 순은인 것처럼 유통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
인간 모습을 한 로봇 ‘휴머노이드’의 기원은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에 공장에서 일하는 휴머노이드가 처음 등장했다. 희곡이 현실이 되기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휴머노이드는 운반, 절삭, 조립 등 특정 기능에 특화한 산업용 로봇보다 제작 난도가 훨씬 높다.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걷고, 수백 개 관절을 움직이게 하려면 최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테슬라는 지난해 자사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1만 대 생산해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만들어진 제품은 수백 대 수준에 그친다.로봇 전문가들은 기존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생산성을 인간 근로자의 30~50% 수준으로 평가한다. 복잡한 작업을 맡기면 오류가 잦다는 점이 한계로 거론되고 있다.이런 약점에도 휴머노이드가 산업용 로봇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건 범용성이 탁월해서다.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부품 운반, 포장, 검수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문, 계단, 차량 등 인간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된 설비를 별도의 개조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현대자동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올해 CES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양산 계획의 구체성과 실용성 측면에서 다른 휴머노이드를 앞선다는 것이 외신의 중평이다.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개발총괄은 “현장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걸어 다니기만 하거나 쿵후를 선보이는 로봇이 무슨 효용이 있겠는가”라며 기술 우위를 자신했다.아틀라스는 360도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
학원이란 말로 대변되는 한국 사교육 시장은 규모와 참여율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추산한 시장 규모는 29조2000억원으로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매출(약 2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초·중·고교생 사교육 참여율은 80%를 돌파했다. 소득이 낮아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약 33%)도 자녀 사교육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얘기다. 학원 강사 등 사교육 종사자만 1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한국의 학원 열풍은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는 그제 미국경제학회 인터뷰에서 ‘Hakwon(학원)’이란 한국어 단어를 정확히 발음했다. 그는 “학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의 ‘경쟁 교육’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언제 경쟁에서 밀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학원에서 이뤄지는 사교육은 장점도 적잖다. 단기간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효과는 부인하기 어렵다. 공교육만으로는 부족해 시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막을 방법도 마땅찮다. 문제는 ‘사교육 카르텔’ 등 시장 과열로 인한 부작용이다. 학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현직 교사와 사교육업계가 결탁해 내신·수능 문항을 불법 거래하는 사건이 수시로 터진다. 최근엔 전국구 일타강사인 H·J씨 등이 현직 교사 등으로부터 시험 문항을 구매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사교육의 투자 효율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싼 학원에 보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이 “그 돈으로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라”고 권유하는 것도 불확실성이 커서다. 최근엔 AI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캘리포니아주의 기업 규제에 진절머리가 났다는 게 머스크의 이주 이유다. 하지만 대다수 외신은 절세 목적의 탈출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연 소득 100만달러(약 14억4600만원) 초과 때 연방 소득세(최고 세율 37%)와 별도로 13.3%의 소득세를 부과한다. 반면 텍사스주는 주 소득세가 ‘제로(0)’다.부자 중과세는 일반 납세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손쉬운 방법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1970년대 중반 스웨덴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87%에 달했다. 대기업이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자산가들이 이민을 떠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 5위권이던 국민소득은 1990년대 17위까지 떨어졌다. 결국 스웨덴은 부유세와 주택 재산세 등을 폐지했다.머스크를 쫓아낸 전력이 있는 캘리포니아주가 의료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억만장자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진보 성향 민주당 의원들이 순자산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인 214명 부자에게 재산세 5%를 일회성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 빅테크 창업자들이 예비 납세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미실현 이익에 과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캘리포니아주를 떠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뉴욕도 이 문제로 시끄럽다. 부자 소득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건 조란 맘다니가 시장으로 당선돼 오늘부
델테크놀로지스 창업주인 마이클 델과 그의 부인 수잰 델은 이달 초 ‘트럼프 계좌’로 불리는 어린이 재산 증식 프로그램에 62억5000만달러(약 8조9500억원)를 기부했다. 10세 미만인 아동 2500만 명에게 250달러씩 나눠줬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 직접 기부였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지만, 정부 정책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염치가 더 큰 화제가 됐다.트럼프 계좌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의 일환으로 도입돼 내년부터 시행되는 증시 부양책이다. 증시 장기 투자를 조건으로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대상은 올해부터 2028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 시민이다. 연방정부가 계좌 개설 시점에 1000달러(약 143만원)를 지원하고, 후원자 한 사람이 연간 5000달러(약 716만원)까지 신고와 세금 없이 계좌에 돈을 넣을 수 있다. 부모와 조부모 등 4명이 증여에 참여하면 한 해에 최대 2만달러(약 2870만원)의 재원이 마련된다. 이렇게 모인 자금 중 70%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에 의무적으로 투자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트럼프 계좌가 도입되면 향후 10년간 2000억달러(약 289조원)의 자금이 미국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이 정책의 효과는 증시 활성화만이 아니다. 청년이 사회에 진출할 때 버팀목 역할을 할 자금이 생기는 만큼 미래 복지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자산가에게 기부받기 쉽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델 부부 외에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7500만달러) 등이 트럼프 계좌를 통한 기부에 동참했다.한국은 미성년자 증여가 힘든 나라다. 10년 기준 증여세 비과세 한도가 2000만원(연 200만원)으로 제한돼
한국에서는 서울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짓는 게 녹록지 않다. 토지 보상부터 인프라 확보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토지 소유주는 물론 인근 지방자치단체도 규제 돋보기를 들이대며 꼬투리를 잡기 일쑤다. 충분한 보상이 없으면 공장을 들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속내다.2019년부터 추진된 SK하이닉스 경기 용인반도체 클러스터가 수도권 산업단지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회사는 계획 확정 후 6년 만인 올해 2월에야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예상 가동 시점은 2027년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데 3년 넘게 걸린 영향이 컸다. 토지 보상 과정도 만만찮았다. 땅값이 크게 올랐다며 보상을 거부하는 주민을 설득하느라 착공을 다섯 차례 연기했다. 인근 지자체와의 전력·용수 인프라 조성 인허가 또한 난관의 연속이었다. 2023년 계획이 확정된 삼성전자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역시 진도가 더딘 것은 마찬가지다. 2년여가 지난 최근에야 가까스로 토지 보상 절차에 돌입했다.인허가 과정이 깐깐함에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서울 인근을 고집하는 것은 인재와 공급망 때문이다. 두 회사가 낙점한 용인은 ‘인재 남방 한계선’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이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거주 환경을 중시하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의 80% 이상이 용인과 평택 등 경기 남부에 있는 것도 선택지가 좁아진 배경으로 꼽힌다. 외떨어진 지역에 산업단지를 지으면 운영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용인에 삼성·하이닉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운전자 없이 승객을 실어 나르는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흔하다. 2023년 세계 최초로 ‘24시간 무인 유료 운영’이 허용되면서 이곳이 로보택시의 본거지가 됐다. 샌프란시스코의 로보택시 이용자는 월평균 2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의 선두 주자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관계사 웨이모다. 누적 유료 운행 횟수가 1000만 회를 훌쩍 넘을 정도로 업력이 탄탄하다. 웨이모의 강점은 안전성이다. 글로벌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는 웨이모 자율주행차의 재산 피해 청구가 인간 운전자보다 88% 적다고 분석했다. 인명 피해 청구 감소폭은 92%에 이른다.웨이모의 로보택시도 약점이 있다. 이용자가 뒷문을 열어두고 자리를 이탈하면 차량이 즉시 정지한다. 스스로 차 문을 닫을 수 없어서다. 웨이모는 견인 호출 앱 ‘혼크(HONK)’를 활용해 도움을 줄 사람을 현장에 파견하고 있다. 로보택시의 차 문을 닫아주는 대가는 건당 22~24달러(약 3만2000~3만5000원)에 달한다. 택시 운전기사를 대체한 자율주행 기술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 셈이다.지난 21일에는 더 큰 취약점이 드러났다. 대규모 정전 사태로 샌프란시스코에 전기가 끊기자 로보택시가 도로 곳곳에 멈춰 섰다. 신호등이 일제히 꺼진 게 문제였다. 웨이모 차량은 본사로부터 통신망을 통한 지침을 기다렸지만, 수백 대가 동시에 원격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을 웨이모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했다. 기상 악화 등의 자연재해도 변수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홍수 경보가 발령된 25일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홍수와 지진 같은 재해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
미국의 빌보드 ‘핫 100’ 정상에 오른 가수 중 최고령자는 1944년생인 브렌다 리다. 14살 때인 1958년 발표한 캐럴 ‘로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트리(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로 2023년 12월 핫 100 1위를 3주간 지켰다. 이 노래는 ‘나 홀로 집에’ 삽입곡으로 1990년대 재조명되며 고전 캐럴로 자리 잡았다.국내에서도 오래된 노래가 음악 차트를 점령하는 사례가 적잖다. 3월 말, 4월 초에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장범준(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벚꽃 좀비’ ‘벚꽃 연금’ 등으로 불린다. 매년 인기가 되살아나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연금 같은 수익을 안긴다는 뜻이다.이런 사례가 부쩍 많아진 건 음원 유통 구조가 달라져서다. 요즘 대중은 가수나 곡이 아니라 플레이리스트를 기반으로 음악을 소비한다. 비가 내려 기분이 우울할 때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음원 목록을 누르는 식이다. 음원 업체들은 플레이리스트에 구곡과 신곡을 적절히 섞는다. 오랜만에 듣는 익숙한 멜로디에 이끌려 특정 옛 노래를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청취자가 많아지면 이른바 ‘차트 역주행’ 현상이 나타난다. 국내 음원 차트 ‘톱 100’에서 발표 1년이 넘은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에 달한다.익숙한 콘텐츠를 맨 앞에 내세우는 SNS 알고리즘의 위력이 커진 것도 역주행곡이 늘어난 원인으로 거론된다. 여름 축제에 빠지지 않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눈이 내릴 때면 클릭이 집중되는 엑소의 ‘첫 눈’ 등이 수혜곡으로 꼽힌다.팝스타 머라이어 캐리가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통산 100주간 1위를 기록한 첫 번째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스페이스X는 우주탐사 역사를 새로 쓴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사용한 발사체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해 우주 운송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이 회사의 주력 발사체 ‘팰컨 헤비’의 ㎏당 운송 원가는 1500달러(약 222만원) 안팎이다. 현재 시험 중인 ‘스타십’이 본격 투입되면 100달러(약 14만8000원)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구 전체를 통신위성으로 뒤덮는 ‘스타링크’ 등 우주 프로젝트가 탄력받는 배경이다.스페이스X 발사체는 대형 버스에 비유할 수 있다. 요금은 저렴하지만 승객이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시가 급한 승객이라면 애가 타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이 찾은 틈새시장은 ‘우주 택시’다. 수시로 쏠 수 있는 소형 발사체를 활용해 급하게 위성을 올려야 하는 기업이나 기관을 공략하는 것이 사업 모델의 핵심이다.스타트업 발사체에는 액체 산화제와 고체 연료를 쓰는 하이브리드 엔진이 들어간다. 스페이스X의 순수 액체 엔진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원가도 저렴하다. 추력 조절과 발사체 재사용도 가능하다. 다만 추력이 약해 한 번에 많은 위성을 실어 나르기 어렵고 정밀 궤도 투입도 까다롭다. 스페이스X 등 주요 발사체 대기업이 액체 엔진을 고집하는 이유다. 하이브리드 소형 발사체 시장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한국의 이노스페이스다. 2023년 시험 발사에 성공하며 아직 테스트 단계인 미국 바야스페이스와 호주 길모어스페이스보다 기술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엔 글로벌 위성 제조사들과 4건의 발사 계약도 맺었다.이노스페이스의 첫 상업용 발사체 ‘한빛 나노’가 어제 브라질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누적 관람객이 지난 11일 600만 명을 넘어섰다. 용산으로 처음 이전한 2005년(134만 명)과 비교하면 관람객 규모가 4배 넘게 늘었다. 유럽 대표 박물관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기록이다. 연간 600만 명 이상이 찾는 박물관은 루브르박물관(2024년 기준 873만7050명), 바티칸박물관(682만5436명), 대영박물관(647만9952명) 정도다.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유료화 논쟁이 격렬해졌다. “입장료를 받아 세금 투입을 줄이고 전시 수준도 높이자”는 주장과 “보편적인 문화 향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료화 여부와 시점,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박물관은 2008년부터 무료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찬성] 인기에 걸맞은 격 필요…입장료 재원으로 수준 높여야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가 오른 것은 올해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방문객이 많아진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한 문제도 적잖다. 차를 가지고 박물관을 방문하면 주차하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전시실이나 푸드코트는 길게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하고, 인기 굿즈는 ‘오픈 런’을 하지 않으면 구매가 어렵다. 하나같이 방문객을 불편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져 싸게 느껴지기 때문에 귀하게 느낄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국립중앙박물관의 재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국립중앙
텀블러는 에코백과 더불어 환경을 중시하는 이들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이 제품을 기념품으로 활용하는 기업과 기관이 부쩍 늘어나면서 텀블러 보급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하지만 텀블러 열풍이 탄소 배출량 저감으로 이어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텀블러 생산 과정에서 종이컵의 24배, 플라스틱 컵의 13배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재질이 복잡하고 생산 과정이 길어서다. 텀블러 사용이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20~30번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텀블러는 10개 중 1개가 될까 말까다. 휴대가 힘들고 세척이 번거로운 탓에 대부분의 텀블러가 집과 사무실에 고이 모셔져 있는 게 현실이다. 에코백이나 종이 빨대 등 다른 환경 용품을 놓고도 효용성 논란이 거세다. 제조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기후에너지환경부가 그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일회용품 감축 계획을 내놨다. 카페를 찾은 손님이 일회용 컵을 원하면 100~200원의 컵값을 별도로 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컵 가격은 업주가 자율로 정할 수 있다. 일회용 빨대 역시 노약자 등이 요청하지 않는 한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시장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폴바셋(500원 할인), 스타벅스(400원) 등 대다수 카페 브랜드는 텀블러를 들고 오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커피 가격에는 점주들이 일회용 컵 가격을 이미 반영해놓은 상태다. 정부가 컵 비용 별도 징수를 의무화하면 음료 가격만 비싸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 정도 할인으로 소비자들이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겠냐
2011년 개봉한 영화 ‘웨이백’(The way back)은 대표적인 탈출 영화로 꼽힌다. 1939년 간첩 혐의로 소련 시베리아 수용소에 갇힌 폴란드 장교 슬라보미르 라비치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그는 수용소에서 빠져나온 뒤 도보로 6500㎞를 이동해 당시 영국령이던 인도로 망명했다. 바이칼호수와 고비사막, 히말라야산맥을 가로지르는 11개월의 대장정이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에도 극적인 탈출 스토리가 수두룩하다. 북한 청진의대 교수였던 김만철 씨 일가족 11명이 1987년 작은 목선 청진호를 타고 약 900㎞를 항해해 한국에 입국한 사례가 자주 회자된다.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베네수엘라 정치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2개월간의 여정 끝에 노벨상의 도시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그의 탈출 과정은 영화 웨이백 못잖다. 가발과 변장을 하고 10여 개 군 검문소를 통과했다.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너 네덜란드령 퀴라소로 빠져나왔고, 이곳에서 미군의 호위를 받으며 전용기로 노르웨이로 건너갔다.현재 베네수엘라는 준전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마약 밀매 집단의 우두머리로 규정하고, 50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펜타닐과 코카인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인근 해역을 봉쇄하고 마약 운반선 20여 척을 격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국 가이아나 앞바다의 대규모 유전 때문에 군사 행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가이아나 유전은 하루 생산량이 100만 배럴에 달하는 초대형 유전으로 미
호주에서 광고 모델로 활동한 돌리 에버렛은 만 14세 때인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욕적 메시지, 헛소문 유포 등 SNS를 통한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은 것이 이 같은 선택의 배경이었다. 호주에서는 이 사건의 영향으로 SNS에 악의적인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는 ‘돌리법’이 제정됐다.SNS 세계는 현실 이상으로 잔혹하다. 온라인에선 실명 대신 가명이나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다 보니 욕설, 모욕, 협박 수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게시물과 댓글이 실시간으로 타인에게 공유된다는 점, ‘좋아요’ 표시와 대댓글 등을 활용해 집단 괴롭힘으로 발전하기 쉽다는 점 등도 피해자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모는 요인이 된다. 괴롭힘의 대상이 아닌 이들이 SNS 피로를 호소하는 사례도 적잖다. 게시물 대부분은 멋진 여행지와 새로 산 옷, 맛있는 음식 등과 관련한 것이다. 화려한 삶을 자랑하는 게시물을 접하다 보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에버렛 사태를 겪은 호주가 오늘부터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한다는 소식이다. 사용자의 SNS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세계 첫 시도다. 16세 미만 이용자의 접속을 막지 않은 SNS 플랫폼에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8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10개 서비스다. 주요국은 호주의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NS의 폐해가 줄어들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나이를 속인 아이디를 만들거나 대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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