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하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뭉쳐 통합 단체를 만든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OTT 시장에 대응하고 국내 시장에서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OTT 기업에 맞서기 위해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넷플릭스 막아라"…'토종 OTT 연합군' 만든다
업종 넘어선 거대 연합군 형성

3일 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OTT포럼이 오는 16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 기념회를 연다. 국내에서 OTT 관련 단체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포럼과 호흡을 맞추는 기업들 협의체인 OTT협회(가칭)는 오는 10월에 문을 연다. OTT협회엔 SK텔레콤, KT, CJ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oksusu)’, CJ는 CJ ENM의 ‘티빙(TVING)’을 통해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 등도 OTT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기업들은 학계, 연구소와 머리를 맞대고 규제 환경 개선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할 방침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의 국내 시장 장악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넷플릭스가 ‘2030’ 3분의 2 잠식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빠르게 유료 가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90만 명에서 올 3월 153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2030’ 이용자가 전체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마블 콘텐츠 등을 보유한 ‘콘텐츠 강자’ 월트디즈니가 올해 중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울 예정인 데다 국내 이용자에게 친숙한 미디어 콘텐츠를 대거 보유해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내 OTT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국내 OTT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시장을 통째로 글로벌 거대 기업에 장악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OTT포럼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 사례가 상당하고 불필요한 규제도 수두룩하다는 게 OTT포럼 측 설명이다. ‘토종’ OTT 기업은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이 받지 않는 편성 규제, 광고 규제, 내용 규제, 사전등급 심의 등을 받고 있다.

OTT포럼 관계자는 “OTT의 확산으로 미디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대안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등을 논의할 전문적인 기관이 없다”며 “OTT포럼이 OTT와 관련한 담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은정/송형석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