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명동의 한 건물 옥상에 설치된 SK텔레콤의 5G 중계기. '5GX'라고 쓰인 것이 SK텔레콤의 5G 중계기다..사진=최수진 기자
14일 서울 명동의 한 건물 옥상에 설치된 SK텔레콤의 5G 중계기. '5GX'라고 쓰인 것이 SK텔레콤의 5G 중계기다..사진=최수진 기자
“일일이 옥상에 올라 다니면서 했던 일이예요.”

14일 오전 10시께 명동의 한 빌딩. 5G(5세대) 이동통신 중계망 설치·구축 노하우를 소개하는 정창권 SK텔레콤 ICT 인프라센터 인프라혁신팀장의 목소리는 옛 생각에 젖은듯했다.

이어 정 팀장은 “지금은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3D 설계 기법으로 각도에 따라 어떻게 전파가 단말기에 도달하고 최적의 품질을 낼 수 있는지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지만, 옛날에는 안테나 별로 전파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 0도, 60도, 120도 등 사방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LTE 중계망은 2D로 설계했다.

정 팀장이 옛날 기지국 설치 이야기를 한 이유는 5G 중계망 설치를 위한 셀 설계가 과거보다 수고는 덜면서, 효율적인 커버리지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SK텔레콤은 3D 설계 기법을 이용해 셀 설계 효율을 높였다. 셀은 기지국 신호가 안테나 단위로 전달되는 통화 영역을 말한다.

3D 설계 기법과 관련한 영상을 보니 사람의 눈으로 파악하는 것보다 정교했다. 일단 모든 지형지물이 3D로 표시됐다. 이후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된 표시가 떴다. 초록색은 5G 전파 서비스가 원활한 지역이고, 빨간색은 서비스에 있어 불편할 수 있는 곳이다.

SK텔레콤은 3D맵을 기반으로 한 5G 셀 설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약 100만개의 건물 데이터베이스와 산악이 많은 한국 지형 특성 등을 10년간 데이터 트래픽 변화를 고려해 빅데이터로 담았다.

현장에서 셀 설계 노하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던 SK텔레콤 관계자는 “초록색 반경은 우리가 셀 커버리지로 하겠다고 판단하고, 빨간색 반경은 개선을 위해 다른 쪽에 중계기를 설치하도록 셀 설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D 맵으로 건물 지형은 물론, 어느 방향에 어떤 각도로 설치할 것인지까지 계산한다”며 “해당 계산을 바탕으로 현장에서는 장비만 설치하고 세부 조정만 하는 방식으로 5G 중계망 설치 운용을 효율적이고 정교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5G와 LTE 기지국 비교./사진=SK텔레콤
5G와 LTE 기지국 비교./사진=SK텔레콤
중계기 크기도 크게 작아졌다. LTE 중계기가 약 3평정도의 크기였다면, SK텔레콤의 5G 중계기는 높이 1m, 폭 23cm, 무게 24kg 정도다. 안테나가 분리됐던 LTE 와는 달리, 안테나와 장비가 일체형으로 통합돼 공간을 덜 차지 했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5G 중계기 내부에 들어간 SK텔레콤 기술은 훨씬 고도화됐다. LTE 중계기당 4개였던 안테나는 5G 중계기에 32개가 들어간다. 최소 8배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다. 작아진 5G 기지국은 건물 옥상, 철탑 외에 유휴 공간 구석구석에 설치할 수 있다.

정 팀장은 “중계기를 현장에 들고가서 옥상에 있는 폴대에 넣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해 장비 제조사에 20㎏ 이내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해서 만들어진 장비다”며 “한손으로 들수 있도록 했다. 잘 못들면 팔에 힘이 없는 것”이라며 웃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