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중 판매할 예정인 폴더블 스마트폰용 글로벌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세계적 동영상 서비스 업체는 물론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 업체와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기기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만족시킬 콘텐츠까지 갖춰야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 유튜브·넷플릭스와 '폴더블폰 생태계' 만든다
전용 앱·콘텐츠 확보가 중요

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폴더블 스마트폰 전용 콘텐츠 및 앱(응용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글로벌 게임 업체들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콘텐츠 제작 업체들과 협력해 내년 상반기 폴더블폰 출시에 맞춰 전용 앱과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폴더블폰에 최적화한 앱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환경(UI)을 공개하는 등 다각도로 사전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과의 사전협력에 공을 들이는 것은 폴더블폰과 기존 스마트폰의 화면비율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대다수 앱은 기존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돼 폴더블 디스플레이 맞춤형 앱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폴더블폰 생태계’ 구축 돌입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공개한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는 두 개의 화면으로 구성됐다. 기기를 접었을 때 바깥에 보이는 4.58인치 커버 디스플레이와 기기를 펼치면 보이는 7.3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로 나뉜다.

커버 디스플레이는 21 대 9 비율로 일반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이 18.5 대 9 비율 6.4인치를, 애플 아이폰XS맥스는 18 대 9 비율 6.5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커버 디스플레이로는 기존 스마트폰과 비슷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러나 기기를 펼치면 나타나는 메인 디스플레이의 비율은 4.2 대 3으로 거의 정사각형에 가깝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화면을 가로로 나란히 두 개 붙여놓은 모습이다. 앱을 기존 스마트폰과 다른 UI로 만들 필요가 있는 이유다. 기존 스마트폰에서 쓰던 앱을 단순히 가로로 늘린다면 사용자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화면을 접은 상태에서 쓰던 앱을 기기를 펼친 뒤에 자연스럽게 이어서 쓸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그만큼 폴더블폰에 최적화한 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폴더블폰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기기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SDC에서 개발자를 대상으로 새 사용자환경인 ‘원 UI’를 공개하며 생태계 확대에 주력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웨인 램 수석애널리스트는 “폴더블 디자인은 스마트폰 진화의 다음 단계”라며 “폴더블폰이 성공하려면 뛰어난 UX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기술·마케팅 협의 중”

이런 점을 감안해 삼성전자가 우선적으로 협력을 논의 중인 업체의 상당수는 콘텐츠 분야 기업이다. 태블릿PC 수준으로 화면이 넓어지면 콘텐츠 소비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삼성이 유튜브, 넷플릭스와 협력해 폴더블폰 출시에 맞춰 전용 앱과 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게임 업체들도 주요 협력 대상이다. 지난 8일 열린 엔씨소프트의 신작발표회에서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엔씨소프트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폴더블폰 관련) 기술적 부분과 마케팅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가 내년에 선보일 신작 게임을 폴더블폰 해상도에 맞춰서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 리니지2M을 시작으로 아이온2, 블레이드앤소울2, 블레이드앤소울M, 블레이드앤소울S 5종의 모바일용 게임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승우/김주완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