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3~4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작은 공간을 빌려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이 업체의 이름은 ‘딱 맞는 곳’을 의미하는 스위트스팟. 건물 복도나 로비에 남는 자투리 공간을 임대해 매달 매출액만 5억원이 넘는다. 스와로브스키, 르노 삼성을 비롯한 250여 개 기업이 이 회사의 고객사다. 모두 ‘팝업스토어(임시매장)‘을 세우기 위해서다.

지난주 서울 역삼동 스위트스팟 본사에서 만난 김정수 대표는 “스위트스팟은 건물주와 유통업체가 서로 ‘윈윈’할 수 있게 최적의 팝업스토어 공간을 중개해준다”며 “공간 중개부터 지역별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까지 할 수 있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부동산 전문 펀드매니저에서 출발한 창업가다. 역삼동 본사에서 그와 만나 창업 스토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부동산 전문 펀드매니저에서 출발한 창업가다. 역삼동 본사에서 그와 만나 창업 스토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스위트스팟은 팝업스토어 공간임대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팝업스토어는 몇 년전부터 주요 유통업체들의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1~2주 정도만 열리는 팝업스토어 특성상 계약 변경이 잦다는 문제가 있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매번 임대인이 바뀌는 팝업스토어를 신경쓰기 힘들다는 얘기다. 유통업체들도 홍보하려는 상품과 공간의 유동인구·상권 등이 적합한지 매번 따져야 해 불편한 점이 많았다.

김 대표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중개 서비스에 착안했다. 기업과 건물주 모두 스위트스팟과 거래하면 돼 매번 임대 계약서를 새롭게 쓸 필요가 없다. 현재 서울스퀘어, 센터원, 여의도 IFC 몰 등 서울·경기 지역 내 주요 빌딩에서 2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 공간을 확보했다. 팝업스토어를 열고 싶은 업체는 간편히 스위트스팟에서 열고 싶은 위치만 검색만 하면 된다.

유통업체들을 위해 최적의 팝업스토어도 추천해준다. 공간마다 유동인구부터 성별, 시간대별, 연령대별 매출 데이터를 수집하므로 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공간을 골라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단순 공간 임대뿐만이 아니라 팝업스토어 운영·마케팅 대행까지 담당하고 있어 유통업체들이 수고를 덜 수 있다”고 했다.
스위트스팟은 단순 공간중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 기획부터 실제 공간 운영까지 전반에 참여하는 BTL(Below The Line) 마케팅도 함께 한다.
스위트스팟은 단순 공간중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 기획부터 실제 공간 운영까지 전반에 참여하는 BTL(Below The Line) 마케팅도 함께 한다.
김 대표는 창업 전 다양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를 거친 부동산전문 펀드매니저였다. 그런 그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영국의 팝업스토어 중개 스타트업 ‘어피어히어’를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부터다. 어피어히어는 점포 공간 공유, 팝업스토어 중개의 ‘원조’로 불리는 업체다. 2013년 영국에서 시작해 창업한 지 5년만에 협업 브랜드 8만 개, 누적 투자금 2억 달러(약 2200억원)를 넘기며 빠르게 성장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도 언젠가 이런 사업이 뜰 수 있다고 생각해 창업하게 됐다”며 “부동산 업계에서 쌓은 경험이 사업 초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자투리 공간도 빌려주면 돈이 된다...팝업스토어 중개해주는 ‘스위트스팟’
스위트스팟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그동안 알토스벤처스, 산업은행, DS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총 7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 중엔 홍콩 재벌 뉴월드의 애드리언 청 부회장도 있다. 청 부회장은 미술품 수집가이자 벤처 투자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김 대표는 “청 부회장이 우연히 우리의 투자 설명서를 보고는 개인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스위트스팟이 홍콩 사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청 부회장 덕분”이라고 했다.

스위트스팟은 당분간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인원도 현재 25명 수준에서 80명까지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하철 역사나 상가로도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며 “올해 말까지 월 매출 1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