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5G 기반 자율주행차…운전면허 없앨 것"
#. “사무실.” 2020년 3월3일 오전 7시. 출근길에 나선 황창규 KT 회장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승해 목적지를 말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최적 경로를 산출한 자동차는 정체지역을 피해 주행을 시작한다. 이동하는 중에 황 회장은 화상전화로 미국 중국 스페인의 사업자와 회의를 한다. 모든 자료와 대화는 실시간으로 자동 번역된다. 회의를 끝내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손녀의 홀로그램 영상이 나온다.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의 ‘5G로 가는 길’ 세션 기조연설 시간. 연설자인 황 회장의 등장은 5년 후 미래를 그린 짧은 영상으로 시작됐다. 5G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그가 직접 출연한 영상이다.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5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운전면허증을 없앨 것입니다. 자동차는 이제 움직이는 사무실 역할을 하게 됩니다.” 미래로부터 걸어나온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이목이 집중됐다.

황 회장은 “무인자동차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판단하기 위해 초당 1기가바이트(GB)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데 수십억 대의 자동차가 동시다발적으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LTE(4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초실시간·초대용량 네트워크인 5G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시간 최적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달리는 차 안에서의 화상회의, 고해상도 홀로그램 동영상 등 화려한 신기술 기반에는 결국 5G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사장 시절 ‘황의 법칙(Hwang’s Law)’으로 반도체 혁신을 달성하고 이제 통신 혁신에 나선 그의 비전에 공감의 박수가 터졌다.

속도 경쟁에만 머물러 있는 현재의 통신 서비스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황 회장은 “아날로그(1G)부터 2G, 3G, 4G(LTE)에 이르기까지 기존 통신 네트워크가 속도를 중심으로 진화했다면 IoT를 실현하는 5G는 속도뿐 아니라 연결성과 용량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며 “방대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네트워크 용량은 1000배까지 증가해야 하고 끊김 없는 연결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 공기정화 서비스’는 황 회장이 그리는 미래의 구체적 단면을 보여줬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집안의 공기를 실외와 비교해 자동으로 환기하거나 정화하도록 돕는다. KT의 IoT·빅데이터 기술과 코웨이의 공기청정기 기술이 더해져 새로운 IoT 융합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바르셀로나=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