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양파 다발을 들고 결혼식을 올린 부부가 등장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필리핀에서 양파 다발을 들고 결혼식을 올린 부부가 등장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필리핀의 한 결혼식에서 신부가 꽃 대신 양파를 들고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7일(현지시간) 필리핀뉴스통신(PNA)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필리핀 일로일로주 출신 에이프릴 비오레이 노비스(28)는 부케에 화려한 꽃 대신 양파를 넣은 채 결혼식을 올렸다. 에이프릴은 PNA와의 인터뷰를 통해 "물가가 너무 올라 시들면 버려야 하는 꽃이 아닌 먹을 수 있는 양파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혼식 후 가족들과 들러리들에게 기념으로 양파를 나눠줬다"며 "지금까지도 나를 포함해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 양파를 먹고 있다"며 부케로 양파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부케를 만드는 데 들어간 양파 한 포대의 가격은 8000페소(약 18만1120원)라고 한다. 꽃다발 가격이 1만 5000페소(약 33만9600원)인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필리핀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식료품 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특히 양파의 경우 kg당 약 700페소(약 1만5860원)까지 올라 필리핀 수도권 일일 최저임금을 넘어섰다. 필리핀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측정된 필리핀의 일일 최저임금은 약 533~570페소(약 1만2080~1만2920원)다.

급등한 양파값에 필리핀에서는 양파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필리핀 매체들에 따르면 이달 초 필리핀 항공 소속 승무원 10명이 약 40kg의 양파와 과일을 비싼 값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 현지 일부 음식점들은 '양파 토핑은 안 된다'는 내용의 팻말을 붙이기도 했다.

한편 영국 매체 BBC는 에이프릴이 결혼식에 양파 다발을 들고 등장한 것에 대해 '시대의 삽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를 상징하는 산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