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때아닌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에 놓였다. 미국의 천연가스 저장량이 전망치를 밑돌며 소폭 반등했지만, 대세를 거스르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2월 선물 가격은 MMBtu(Million Metric British Thermal Unit·25만㎉를 내는 가스양)당 3.77달러를 기록하며 전장보다 1.21% 상승했다. 지난 4일까지 11% 급락한 뒤 4.6%가량 반전 상승한 것이다.

이상 고온 현상이 올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며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는 중이다. 유럽에선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이 될 거란 전망이 잇따랐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성탄절 연휴 '겨울 폭풍'을 맞은 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곳곳 이상고온"…'겨울철 폭염'에 하락하는 천연가스 [원자재 포커스]
천연가스 시장조사업체인 넷가스웨더닷컴에 따르면 이달 5~11일 동안 천연가스에 대한 미국의 수요는 지속해서 위축될 전망이다. 넷가스웨더닷컴은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앞으로 7일간 미 동부와 남부에 찾아올 것"이라며 "냉랭한 기후인 미 북동부도 섭씨 0~10도를 기록하고, 남부에선 최고기온이 10도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에너지 컨설팅업체 EBW애널리틱스그룹의 일라이 루빈 선임 분석가도 "미 북동부 지역들이 지난달 혹한의 겨울 폭풍을 겪었지만, 이번 주에는 평년보다 2배 가까이 따뜻하다"고 내다봤다.
"유럽 곳곳 이상고온"…'겨울철 폭염'에 하락하는 천연가스 [원자재 포커스]
유럽에선 새해 첫날부터 폴란드·네덜란드 등 최소 8개국이 역대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하며 '봄 날씨'를 기록했다. 아프리카에서 따뜻한 기단이 북상하면서 이상고온을 일으켰다는 게 영국 기상청의 설명이다.

올들어 스위스 서북부 쥐라에서는 기온이 20도를 넘었고, 폴란드 바르샤바는 18.9도, 체코 자보르니크는 19.6도, 스페인 빌바오는 25.1도까지 치솟았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산간 지방에는 지난달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스키장 슬로프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의 경우 미국과 중동 등에서 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리면서 재고에 여유가 생겼다. 미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은 전년보다 약 8% 증가한 일평균 3억16만㎥로 일평균 3억300만㎥를 수출한 호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는 일평균 2억9733만㎥를 수출한 카타르였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이 2023~2024년 겨울을 버틸 천연가스를 다시 보충할 시기가 오고 있다며 러시아의 자원 없이 해당 물량을 채울 경우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오른다고 추정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