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가 지난달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 하강 와중에도 중국 인민은행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소매판매 총액이 3조8615억위안(약 721조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9% 줄었다고 15일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인 -3.7%를 크게 밑돌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액 합계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어지는 내수 부진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3~5월 상하이 봉쇄 당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가 6~9월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10월에 -0.5%로 떨어지더니 11월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는 11월에도 이어진 ‘제로 코로나’ 방역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지도부는 11월 11일과 12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방역 완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달 감염자가 급증하자 지방정부들이 중앙의 지침과 달리 통제를 더 강화했다. 이달 들어서는 대부분 통제가 사라지면서 감염이 확산하자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12월 경제지표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월간 국내총생산(GDP) 격인 산업생산 증가율도 지난달 2.2%로 시장 예상치(3.6%)와 10월(5.0%)을 밑돌았다. 기업의 생산 활동을 나타내는 산업생산 증가율은 7월 3.8%, 8월 4.2%, 9월 6.3%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10월과 11월에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동반 악화했다.

지갑 꽉 닫은 중국…내수 두달째 위축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읽을 수 있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1~11월 누적·전년 동기 대비)은 5.3%로 집계됐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5.6%)와 1~10월 누적치(5.8%)를 밑돌았다. 11월 도시실업률도 5.7%로 시장 예상치(5.6%)와 10월(5.5%)보다 높게 나왔다. 국가통계국은 “국제 환경은 더욱 복잡하고 심각해지고 있으며 국내 경제 회복의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전월과 같은 연 2.75%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께 발표 예정인 12월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두 나라 간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달러가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중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제시된다. 중국의 1년 만기 LPR은 연 3.65%, 5년 만기는 연 4.30%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올렸다.

부동산 대책 나올지 주목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내년 경제 정책 기조를 논의하는 중앙경제공작(업무)회의를 이날부터 시작했다. 통상 사흘 일정으로 열리는 이 회의에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200여 명의 중앙위원, 대형 국유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다. 중앙위원은 성·시 당서기와 각 부 장관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선 부동산, 코로나19 확산 등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UBS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 기업과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2035년까지 추진할 중장기 로드맵인 ‘내수 전략 계획 요강(2022~2035)’을 전날 공개했다. 요강은 국내 대순환과 국제 순환의 ‘쌍순환 경제’를 재차 강조했다. 미·중 갈등, 각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불황 등을 내수 확대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