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와 홈디포 등 미국 대형 소매업체들의 2분기(5~7월) 실적이 월가 예상치를 넘어섰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에 대규모 할인행사에 나서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중·고소득층을 잡는 데 성공했다. 7월부터 하락한 휘발유 가격과 탄탄한 고용시장도 소비를 떠받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비 둔화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실적에 유통주 반등

美 소비 꿋꿋?…월마트·홈디포 '깜짝 실적'
16일(현지시간) 월마트는 2분기 매출이 1528억5900만달러(약 200조20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1410억4800만달러) 대비 8.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51억4900만달러, 주당순이익은 1.77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월가 예상치는 매출 1508억1000만달러, 주당순이익 1.62달러였다. 지난달 월마트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14% 줄어들 것이라며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영업이익은 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신규 점포를 제외한 기존점 매출(에너지 가격 제외)은 이 기간 6.5% 증가해 시장 추정치(5.9%)를 넘어섰다. 온라인 매출은 12% 늘었다.

월마트는 연간 실적 전망도 다시 소폭 올렸다. 지난달에는 연간 영업이익과 주당순이익이 전년보다 11~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실적 발표에서 두 수치 모두 9~11% 감소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이날 미국 최대 건축자재업체 홈디포도 호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이 437억9200만달러로 전년 동기(411억1800만달러) 대비 6.5% 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시장 추정치(433억6000만달러)도 웃돌았다. 주당순이익도 5.05달러로 시장 추정치(4.94달러)를 제쳤다.

월마트와 홈디포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자 유통주가 반등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월마트는 5.11%, 홈디포는 4.06% 상승 마감했다. 타깃(4.57%)과 베스트바이(4.45%) 주가도 뛰었다.

“소비위축 여전…안심하기 일러”

그러나 유통기업들의 2분기 실적만으로 소비심리가 살아 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월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5.2%에서 4.5%로 악화했다.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쌓인 재고를 팔아치우기 위해 마진을 줄이면서 제품을 싼값에 팔았다는 의미다. 2분기 월마트 재고가 1년 전보다 25% 늘어난 수준으로 1분기(32%)보다 개선된 이유다.

월마트 경영진도 여전히 미국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라고 경고했다. 더그 맥밀란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재고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할인전략과 마진율이 낮은 식품 판매 비중 확대 등이 2분기는 물론 올해 수익성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출이 증가한 건 기존 월마트 이용자가 아닌 고소득층마저 고물가 부담에 월마트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CNBC에 따르면 2분기 월마트의 식품 시장 점유율 증가분에서 연 소득 10만달러 이상의 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17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증감률이 제로(0)였다. 다우존스 시장 전망치는 0.1%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제자리걸음을 했다. 미국 소매 판매의 월별 증감률이 변동이 없었던 경우는 올 들어 처음이다. 6월엔 전월 대비 1% 증가했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