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로 불리는 옥수수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대륙이다. 인디오들은 주식인 옥수수를 ‘신의 선물’이라고 불렀다. 마야문명은 물론 아스테카제국, 잉카제국을 유지하는 힘이 됐다. 1492년 신대륙을 찾은 콜럼버스가 유럽으로 가져오면서 옥수수는 전 세계로 퍼졌다. 식량은 물론 사료, 바이오에탄올 등에도 쓰이는 옥수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물이 됐다. 한국에는 17세기께 중국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귀한 몸' 옥수수…우크라서 1500만t 썩힐 판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옥수수의 공급 경색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뭄으로 미국 등 주요 산지의 생산량도 타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의 중북부 ‘콘벨트(corn belt)’에는 아이오와주를 포함해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간, 미주리가 포함된다. 이들 지역 농부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가뭄이다. 지난달부터 파종한 옥수수가 한참 자라날 여름에 가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덥고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 옥수수 작황이 부진해진다.

미국 농무부(USDA)는 오는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1년간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 3억6730만t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직전 1년 동안의 3억8394만t에 비해 4.33%(1664만t)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계 3위 옥수수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여파로 농사 자체가 쉽지 않다. 옥수수보다 판매단가가 높은 해바라기를 대신 심은 농가도 늘었다. USDA는 우크라이나의 올 7월~내년 6월 옥수수 생산량이 직전 1년 대비 40.65%(1713만t)나 급감한 2500만t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조차도 폐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미콜라 솔스키 우크라이나 농업장관은 “옥수수 수확이 마무리되는 가을에는 1500만t가량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창고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흑해 항구 봉쇄를 풀지 않으면 수출하기도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생산 옥수수의 80%가량을 수출해왔다.

USDA는 오는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세계 옥수수 생산량을 11억8581만t으로 전망했다. 직전 1년(12억1607만t)보다 2.49%(3026만t) 줄어든다는 예상이다. 예상 감소량은 지난해 한국의 옥수수 수입량(1165만여t)의 2.6배에 달한다. 공급 감소 우려로 미국 옥수수 선물(7월물)은 부셸(25.4㎏)당 가격이 올 들어 33%가량 상승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