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믿을 구석’이었던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 가스관 터빈 고장을 이유로 가스 공급량을 줄였다.

14일(현지시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6% 뛴 ㎿h(메가와트시)당 97.04유로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전일 대비 21% 치솟았다. 러시아와 미국산 가스 수급에 한꺼번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은 수송관 노르트스트림을 통해 독일에 공급하는 가스량을 40% 줄였다고 발표했다. 가스프롬은 수리를 위해 외국으로 보낸 가스관 터빈이 돌아오지 않아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 터빈을 제조한 독일 지멘스에너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해당 터빈을 정비했지만 캐나다의 대러시아 제재 때문에 이를 러시아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미국 기업 프리포트LNG의 텍사스주 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미국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송에 문제가 생겼다. 프리포트LNG는 올해 말에야 해당 터미널을 정상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LNG 수출량의 20%가량이 이 터미널을 거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미국산 LNG 의존도를 키워왔다. 프리포트LNG는 유럽으로 향하는 LNG 중 10%를 공급한다. 이에 따라 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이 오기 전 LNG를 최대한 확보하려던 유럽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탈론 커스터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프리포트LNG 터미널 사태는 극도로 경색된 세계 시장 수급을 더욱 악화시키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급락했다. 이날 미국 천연가스 선물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6% 떨어진 100만BTU당 7.189달러로 마감했다. 프리포트LNG 터미널의 화재로 유럽에 대한 수출이 줄면 그만큼 미국 내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